요리의 시작 - 선택과 집중
요리를 하고 싶으나 안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슷하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고, 사람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 다르다. 식재료가 사먹는 것보다 비싼 것 같고, 무엇보다도 내가 했을 때 맛이 별로 없다. 즉 보람이 없다. 맞는 말이다. 일단 레시피는 다 다르다. 가장 정확하게 지켜지는 제빵 계열 레시피만 하더라도, 분량의 30% 정도까지는 차이가 나고 있고, 그게 아니라 타국의 요리 같은 경우 재료 자체가 아예 다른 경우도 많다. 어디는 이걸 먼저 넣으라고, 어디는 저걸 먼저 넣으라고도 이야기를 한다. 결국 죽도 밥도 안되고 애매하게 맛없는 요리만 나와버린다. 내가 필요한 건 대파 한 줄기인데, 파는 대파는 한단씩 팔고 있고, 남는 대파는 냉장고에서 말라가다가 미끈덩거리는 덩어리가 되기 일쑤다. 나도 그러했고, 아직도 식자재 관리는 잘 안되긴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선택과 집중은 무척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요리를 하는가. 생각보다 사람들이 요리를 하는 이유가 다양하다. 한번 보자
누군가에게 해주기 위해
1.1 외식을 하면 식자재들의 품질을 믿을 수 없다.
1.2 누군가에게 내 손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오늘은 내가 **** 요리사!
1.3 뭔가의 이벤트로 스페셜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 널 위해 준비했어 !!외식 비용이 비싸서
2.1 일반적인 식사 비용을 경감하고 싶어서
2.2 특이한 식사 - 오늘은 파키스탄식 브리야니를 먹고 싶다!! - 이젠 한국에서도 제법 팔지만.
2.3 이거 재료값 별로 안들어가 보이는데, 내가 해먹어도 되겠는데?개인적인 이유로 식단 관리를 해야해서
3.1 고단백 식사, 등 특정 영양분을 추가적으로 보충하고자
3.2 알러젠 컨트롤이 된 상황에서 식사를 해야해서 (땅콩, 새우 등)
3.3 개인적 신념 - 꼭 방사유정란을 먹겠다, 로우푸드 식단 등개인적 보람
4.1 티비에서 본 저 요리를 꼭 해보고 싶다.
4.2 밤에 출출한데, 간단하게 요리해도 맛있고 살안찌는 요리를 먹고 싶다. (노 모어 치킨)
식사비를 줄이기 위한 요리를 하겠다는 사람이 비싼 식자재를 쓰거나,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를 하면 불만만 늘어난다.
그래서 흔히 나오는 불만이 - 요리해서 먹는 것이 "오히려" 비싸다 - 이지 않은가. 노동생산력을 생각해보면, 직접 요리하는 것이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 김치 공장에서 분업화하여 김치를 만들면 분당 몇포기의 속도로 제작할 수 있으나, 집에서 담그면 그렇게 할 수 없는 그런 이치다. 식사비를 줄이겠다는 목표라면, 철저하게 그런 목표를 향해 요리를 해야한다. 마트에서 떨이로 파는 물건들을 활용하거나, 싼 식재료를 섞어서 양을 늘리거나, "싸지만 맛있는" 재료들을 활용해야한다. 대신 그런 경우 완벽한 모양새를 기대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때로는 잡내도 많이 날 것이다. 반대로 엄청 맛있는 혹은 특이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이런 접근을 하게 된다면 다 비슷비슷 고만고만한 맛에 실망을 많이 할 것이다. 태국식 무슨 요리라고 했는데, 레몬그라스를 생략하거나, 질긴 토종닭을 사용해야 하는 요리에서 영계를 사용해서 푹 고아버리면 살이 다 녹아버리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요리를 시작할 때 사는
재료에서부터 조리법까지를 정하고, 익히고, 만족할 수 있다.
무엇을 왜 하는지에 대해 결정을 하였다고 그것이 평생가는 건 아니다. 단지, 그건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시작은 처음에 재미를 붙이는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좋은 재료로 요리를 하겠다고 해서, 모든 재료를 최고급으로 살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각각의 재료에 대한 효용가치는 다르게 작용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처음에 고민을 해봐야한다는 이야기다.
김치 찌개를 예로 들어보자.
김치찌개는 신김치를 돼지고기/참치/두부 등을 넣고 끓인 찌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별 게 아니지만, 구체적인 실행 안에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김치가 있는가? 신김치인가? 시지 않다면 어떻게 신김치로 만들 것이냐. 돼지고기를 넣을 것이냐 참치를 넣을 것이냐. 마늘은 얼마만큼을 넣을 것이며, 통, 편, 다진 마늘을 넣을 것인가. 육수를 따로 준비할 것인가 걍 맹물을 넣을 것인가. 김치를 볶아서 끓일 것인가 아니면 바로 끓일 것인가. 김치를 볶을 때 카놀라유를 쓸 것인가 아니면 들기름을 쓸 것인가. 설탕을 뿌릴 것인가.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은 냉장고에 김치가 있은지 오래되어서 신김치가 되었고, 먹다 남은 마늘 쪼가리 몇개가 있으며, 마트에서 산 할인 앞다리 덩어리가 있으니, 들기름에 볶아서 김치찌개를 끓이면 되겠다고 생각할텐데, 처음인 사람은 주로 "김치찌개를 끓여야겠다" 라고 먼저 생각을 한 후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려고 하다가 보니, 문제가 발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있는, 혹은 할인을 자주하는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식사거리가 되는가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레시피에 무언가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어차피 발생하지 않는다. 단, 식재료의 품질 관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냉동 보관법에 대해 추가적인 공부를 하는 편이 좋다. ("어차피 냉동할 것이라면" 같은 책이 좋다)
비용을 최소하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1인분을 전자렌지에서 요리를 하거나, 4인분을 한 후에, 냉장/냉동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20cm 짜리 냄비가 적격이고, 냄비 겸 후라이판으로 쓸 수 있는 웍을 사는 것도 방법이 된다.
그런데, 끝장나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싶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베이스가 되는 김치가 멸치액젓을 쓴 녀석인지 까나리액젓을 쓴 녀석인지도 신경 써야할 수도 있고, 배추의 꼬다리 부분을 사용할 것인가 잎사귀 부분을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수도 있다. 김치 찌개에 돼지고기, 소고기 중 어떤 걸 넣을 것인지, 참치, 꽁치 통조림 중 어느 것을 넣을 것인지 고민을 해야한다. 이 경우, 돈은 잠시 접어두지 않는다면, 혹은 시간을 넉넉히 쓰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하게 된다. 이런 요리는 가능한 주말에, 여유를 두고 잘 준비해서 해야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김치를 담그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 아니 배추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김치가 맛이 있어야 김치 찌개도 맛이 있는 법이니까. 찌개를 끓이는 냄비는 주물팬이면 좋고, 고염도를 버틸 수 있게 스댕이어도 나쁘지 않다. 참치보단 역시 돼지 고기지만, 그 돼지 고기가 덩어리 삼겹 혹은 오겹을 제주도 흑돼지로 할 것인지, 아니면 목살을 넣을 것인지도 고민을 해야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알겠지만, 김치찌개라고 하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은 다양하고, 레시피도 다양하고 필요한 도구도 때로는 그저 전자렌지 사용 가능 그릇 한개일 수도, 때로는 좋은 칼과 도마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스스로 생각해보았을 때,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애라고 생각하는 주의라면, 간단하게 시작해서, 조금씩 맛있는 부분을 추가해가는 것이 좋고, 조금 더 번거롭더라도, 맛없는 걸 못견디는 타입이라면, 조금은 더 갖춰놓고 시작하는 편이 좋다.
참고로 난 혼자 살때는 재료비를 절감하고자 하였고, 지금은 상대의 취향을 맞춰 더 노력하고자 하는 타입이며, 사람들과 놀러다닐 때는 "빨리" 조리되거나 미리 조리해놔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 요리를 선호한다. 재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제일 좋은 단백질원은 할인하는 돼지 뒷다리이며, 동거인은 기름지지 않은 소고기를 좋아하고, 중국식 볶음 요리는 손질만 되어있다면 빨리 만들 수 있으며, 라구소스나 마파소스는 미리 만들어둘 수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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