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바다, 해시 함수. 그리고 블락체인

in #coinkorea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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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밤 늦게 와이프랑 「그날,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전날 "좌편향적 시각의 글 올리시는거 요즘 그게 유행이니 별상관안한다만 아닌건 아닌거죠"라는 댓글을 받아서 머리 속에서 '좌편항이 무엇이며 좌파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언급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평소에 생각하던 개념도 있었고, 타자 개인적으로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부채의식도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타자 스스로가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 이었기도 합니다. 덕분에 여러가지 상념이 뒤섞여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타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와이프는 타자의 그런 표정을 보고 또 걱정을 하더군요. 괜히 자기가 영화를 잘못 골랐던 것 아니냐면서요. 사실 예전 자로씨의 「SEWOLX」도 조금씩 스킵하긴 했지만 대충 다 본 적이 있고. 공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타자에게 세월호란 하나의 큰 미스테리이자 풀리지 않는 숙제였습니다. 거기다가 개인적인 마음의 빚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지나가는 말이었는데도, 마음의 빚이 생기더군요

지난번 회사를 다닐 때의 일입니다. 당시 회사 사장은 꽤 규모가 큰 'ㅅ' 교회를 다녔었고, 마침 교회쪽 사람이 와서 이야기 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원고 아이들 중에 이번에 희생된 아이들, 평소에 시키는대로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던 아이들"이었다고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면 다 말 잘 듣고 착하게 살아온 아이들이었다고요. 단지 '배 안에 있으라'는 한 마디가 아이들을 그렇게 보낸 거라고요. 외려 평소에 잘 놀고, 말 잘 안듣고 그런 아이들이 뱃전에 나와 있다가 살아남은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더군요.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그저 이야기만 들었는데도 마음에 부채가 생겼습니다.

타자가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사실 타자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운 좋게 비껴간 사람입니다. 당시 집에서 두고온 것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려다 돌아나왔는데, 마침 그 지하철에서 사고가 난 거죠. 여러분도 잘 아시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입니다. 그 이후, 이런 사고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속에 무언가 부채가 쌓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타자는 무언가 사회를 바꿀 그런 큰 능력은 없는 사람이라, 마음 속에 이렇게 응어리만을 남기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금번 세월호 사건과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그리고 납득하기 힘든 이유가 진실로 보도되고 이효리씨, 김제동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대국민 심리전'에 휘말리면서 강제로 입을 다물어야 했던 사건을 보면서, 특정 내용을 기사화 한 언론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정권이 네이버를 압박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사를 내리거나 민다는 전 News1 정치부 편집국장님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응어리는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그날 바다의 내용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평소 총수와 다르게음모론도 없고, 특정 세력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없습니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AIS 기록을 하나 하나 찾아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AIS가 어떻게 하면 발신되고, 어떤 코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왜 이것에 집중한 사람은 없었을까요?

AIS값들은 바다의 교통통제를 위해 방송됩니다. 선박의 방위 정보와 속력 정보, 그리고 방향타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비교적 쉽게 회전이 가능한 자동차와 달리 드리프트도 없고 화물이나 승객을 많이 싣고 있어 회피하기 쉽지 않은 선박의 특성 상, 이런 Public Broadcast를 통해 미리 움직일 방향을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항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이 값들에 대한 해석에서 출발합니다. AIS 코드는 별 다른 해시화가 되어 있지 않고, 선박코드와 항해싱태, 경위도, COGCourse over Ground to the next waypoint, 실침로 - 선박이 실제로 지면에 대하여 진행한 방향, ROT선회율, 타임스탬프 등을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누구나 조회가 가능하며 빠른 데이터 파싱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AIS값들 중에 의도적으로 누락된 부분과 경/위도가 틀어진 부분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둘라 에이스'호의 증언과 생존자들의 증언, CNN 인터뷰에서 보였던 해도등을 통해 꽤나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합리적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 중, 가장 타자에게 관심을 주었던 부분은 바로 AIS였습니다. 정확하게는 '누락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과 '변조가 가능했다'란 부분입니다.

사실 누락이 되건 되지 않았건, 변조가 되었건 불가능했건 지금 시점에서 단원고 학생들에게 희망이나 삶을 새로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문제이기도 하며 의외로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항상 정답은 문제 옆에 숨겨져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의 예를 생각해 봅시다. 주민등록번호의 마지막 한 자리 숫자는 비트값 검증에 쓰입니다. 만약에, AIS 값에 이런 검증용 코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항적 값이 특정한 해시 함수로 암호화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국가라는 조직은 그 암호화 키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 먹는다면 조작이 불가능하진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한번의 브레이크는 생기는 셈입니다.

영화에서 제기하는 의문점을 한가지 더 생각해 봅시다. 바로 몇 가지의 항적 기록이 누락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시스템 오류로 (데이터 저장에) 문제가 있었으나 목포 관제센터에는 정상적으로 저장되어 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원하는 데이터만 쏙 빼서 저장이 안 될 수 있을까요? 타자가 필드에 다니면서 하는 말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전부 되거나 전부 안 되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안된 것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는 거죠.

이런 AIS의 조작여부나 은폐여부가 100% 옳다, 혹은 틀렸다고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시스템에는 이런 조작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블락 암호화 알고리즘에서 앞의 블락과 뒤의 블락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해 앞 블락에서 나온 암호화 값을 다시 다음 블락의 암호 벡터로 사용하는 것 처럼요. 이 방식이 흔히들 사용하는 CBC 암호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중간에 하나만 똑 빼서 수정할 수 없는 데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블락 암호화 기법을 데이터 구조로 만들어 모두가 데이터를 공정하게 볼 수 있고, 임의로 수정하기 힘들며, 각 주체들이 모두 신뢰해야만 새로운 정합 데이터가 쌓이는 시스템을 알고 있습니다. 네. 바로 블락체인입니다. 많이들 알고계시는 상표명(?)인 비트코인이기도 합니다. 이더리움이기도 하며, 리플이기도 합니다. 스팀도 이런 블락체인 시스템 위에 구성되어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 노드를 100% 신뢰할 수 없기에, 모든 노드가 합의하에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연결 고리이자 자체적 정합성 확보 시스템. 이것이 블락체인의 본질이고, 블락체인이 거래 시스템으로 쓰일 수 있으며, 그 블락체인의 부산물인 각종 코인들이 화폐로 기능할 수 있는 근본적 기능입니다. 타자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신뢰라는 문제를 풀 열쇠는 어쩌면 완벽한 불신을 통한 신뢰를 구성한 블락체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비단 세월호 뿐만이 아닙니다. 투명하지 못하게 처리된 수많은 데이터들과 은폐/날조된 증거, 일부에게만 독점된 정보들은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득을 가져다 주었고 반대급부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런 정보 독점의 폐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윤작제와 증기기관, 제철로 대표되는 첫 산업혁명이 곡물가의 하락과 더불어 장원을 중심으로 한 귀족의 몰락을 가져왔습니다. 이 과실은 젠트리와 요먼(대규모 자영농)에게 돌아가서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만드는데 기여했습니다. 인류는 나아가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전기와 석유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고, 밤을 정복했습니다. 교통수단을 만들어 거리와 지형을 정복했습니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보가 나아갈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대중화했습니다.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대규모 변혁을 앞두고 있습니다. 변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정의롭고, 더 투명하며, 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래하길 원한다면 경제 민주화와 정치 민주화와 더불어 각 객체들이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시스템. 즉, 정보 민주화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보 민주화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도약. 그리고 자본주의 5.0. 타자가 생각하는 미래상은 바로 완전한 투명성이 지배하는 신뢰가능한 사회입니다. 헬카네스가 항상 문제 옆에 열쇠를 숨긴 것 처럼, 열쇠는 바로 이 곳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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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블럭체인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게 신기할 따름 입니다.

블랙박스에 블럭체인을 적용한다면 자료 훼손이나 수정을 막을 수 있어서 진짜 도움이 될것 같아요

군대 당직서면서 ytn에서 생중계로 오보가 뜨는걸 보고있엇죠... 그날의 언론이며 구조체제며 모두 다 아쉽고 슬프기만 했습니다 좀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어요

저는 그날 컴퓨터 붙잡으면서 연구했는데 전원 구출이라고 인터넷 뉴스까지 봤는데... 결국에 저보다 선배되신 대학생이 되었을 분들인데 먼저 가셨죠ㅠㅠㅠ

예전부터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댓글 달아봅니다. 헬카네스의 열쇠를 꼭 찾아서 꽃피는 시기의 나이에 멈춰버린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작년 청와대 직원들이 퇴실직전 마지막에 문서분쇄기 수십대를 사갔다는 얘기를 듣고 블럭체인을 생각해봤었죠.

쥐박이때도 그렇고 블락체인으로 저장된 자료때문에 문서따위 파쇄해봐야 아무 의미없는 일이 되어 사기꾼들이 사라지고 사기꾼들 막겠다는 모든 인증과정에 그에 따른 마찰비용들이 줄어들어

남을 의심할 필요조차 못느끼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복식부기의 원전은 고대 로마시대 식민지를 가진 부자가 자기영지에서 살다가 가끔씩 식민지에 들릴때 그 식민지를 관리하던 사람이 자기가 삥땅친 것이 없음을 주인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따로 반대방향에서 보는 장부를 하나 더 만들어 두기 시작하면서 발명되었다는 말을 회계수업때 들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이것이 최초의 블락체인이 아닐까 합니다. 블락체인의 존재이유를 매우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례가 더 이상 특별하게 읽히지 않는 사회가 어서 오길 바랍니다.

그 날, 바다. 아직 못 봤는데, 꼭 봐야겠어요.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습니다! 좌편향이 아니라 옳은 편쪽에 있으신 거 같아요. 화이팅!!

그런 부채 의식이 있으셨군요... 더 나은 세상으로 아이들에 대한 빚을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블록체인이 조작이 어렵다는 큰 장점을 활용해서 말씀하신 항해 정보 기록, 투표하기 등 많은 곳에
적용하면 좀 더 사회가 투명해질 거 같습니다

어제 이 글을 읽기 시작하다 링크해 주신 [한국 근현대사 리포트]로 넘어가 그쪽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찾아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이제서야 정신이(?) 들어 다시 찾아와 읽고 인사를 드립니다.

예전에는 백화선생님 블로그에서 암호화폐에 관한 글들이 주를 이루어, 읽어도 잘 모르는 저로서는 눈팅만 하고 댓글로 어떤 말씀을 드리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분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

근현대사 리포트도 그렇고 세월호의 의문에 대해 공학도로 풀어주신, 블록체인의 필요성에 대한 말씀이 아주 공감됩니다. 덕분에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D

천안함에서 하도 데인게 있다보니 세월호에서까지 좌우논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좌파나 우파가 세월호 가라앉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아니고.
어떠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영화 라쇼몽을 보면 이런 어려움이 극명하게 드러나죠. 서로 왜곡된 기억을 통해 다른 증언을 하니까요. 증언이 아닌 데이터라고 해도 그것의 취합과 해석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그 해석에 다수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이지요. 앞으로 블록체인이 진실의 발견에 일조할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벌써 4년이나 되가는군요, 세월호의 친구들.
저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이종사촌 막내동생도 @noctisk 님 같이
살짝 빗겨간 케이스였어요.

뉴스 나오고부터 이모님부터 온가족이 그야말로 대참사였는데,
한참 뒤에 전화 연결이 되선 세월호 바로 전 운항를 타고 갔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더군다나 당시 제 생활권이 안산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씁쓸함이 잔재로 남아있네요.

저도 영화는 못 보았지만, 읽고 내려오니
정보민주화에 대해 조금 더 골똘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제가 아직 부족함이 너무 많아서요.
풍성한 하루 되시길 바라고 건필하시길 염원합니다.

저 영화는 보지못했으나 민간 치고는 제법 전문적인 부분으로까지 파고들어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재조명 하였나보군요.
이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세모해운은 80년후반에 유병언이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인 전경환이 에게 파이프를 꽂아서 성장시킨 여객선 회사인데 그 당시에도 직원은 모두 자기네 신도들을 쓰고 월급 또한 신도들의 봉사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업계 시세 월급보다 절반에 가깝게 후려치며 부실운영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청해진해운은 이 세모 부도후 다시 유병언계열이 세운 회사인데 사명만 바뀌었지 거의 모든 점을 답습했지요.
연안/원양선을 운용하는 회사로서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한 선체운용/유지/보수/사고대응 메뉴얼은 각 사마다 철저한 확립 및 관리 / 당국에 의한 감독이 있어야겠지만 청해진해운은 매뉴얼 역시 거의 타사의 것을 배껴쓰다시피 만든것이었으며, 외양상선 운용사를 엄격히 관리하는 PSC와 달리 한국 국적의 연안선들을 PSC처럼 엄격히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여러 단체들이 얽혀있기만 하지 현재도 사실상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않습니다. 선급인 KR이 자문 및 각정 행정절차에 대한 감독역할만 할뿐, 이 KR역시도 인맥과 관행으로 뭉쳐진 기관이라 별 의미는 없지요. 현 대통령은 가족관계로 동생인 문재익 벌크선 선장이 현재 SK해운에 근무중이고 해운쪽과 그래도 연이 있었지요. 그 자의 이러저러한 일들은 그렇다치고 이 연안 여객선의 명확한 감독기관 문제는 문통이 해결을 해주었으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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