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이코노미의 핵심은 "주조"이다

in #coinkorea5 years ago

최근 토큰 이코노미에 대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 발단은 감사하게도 여기에서 추천받은 로스버드의 책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 입니다. 꽤나 어려운 책이지만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책의 내용 중 화폐의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부에서 화폐 주조에 개입하면서 어떠한 부작용들이 발생했는지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악화(bad money)양화(good money)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쁜 돈이란 마모되거나 불순물이 많이 섞이는 등의 이유로 실제 금이나 은의 무게가 적은 주화를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마모된 동전은 많지만 나쁜 돈 좋은 돈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쓰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은 블록체인과 토큰 이코노미에 큰 시사점을 줍니다.

사실 블록체인에서도 토큰은 모두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하지만 그 제조과정에서 들어가는 재료의 양과 질은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결국 나쁜 재료가 지속적으로 들어가면 토큰의 가격은 전체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비트코인의 예를 들자면, 비트코인이라는 토큰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는 전기, 채굴기 감가상각, 운영 노력입니다. 어떻게 보면 법정화폐를 간접적으로 쏟아붓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건이 발생해서 비트코인을 주조(채굴)하는데 드는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비트코인 토큰의 가격은 낮아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아니면 경쟁이 두 배로 늘어서 현상태를 유지하게 되든지요.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일이 잘 발생하지 않고, 상당히 안정적으로 주조를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어 비용이 올라가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조금 가까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바로 스팀입니다. 스팀은 주화 생산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증인이 되어 스팀을 만든다면 노드 서버비용, 운영비가 소모됩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글을 쓰는 노력이 투입됩니다. 여기에서 자본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큐레이터는 자본과 좋은 글을 찾는 노력을 투입합니다. 큐레이터는 자본이 많을 수록 수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기에 자본이 개입됩니다. 스팀파워 보유자는 자본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가 스팀을 하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문제는 위에서 언급된 투입과 산출되는 토큰 보상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노력을 많이 한 글은 보상을 거의 못 받고,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글이 자본의 힘을 업고 더 많은 보상을 만들어낼 때, 스팀에 투입되는 무형적 가치는 점차 낮아질 것입니다. 대신 자본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PoS 코인과 매우 유사한,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글을 쓰는 것이 의미가 없는 블록체인 SNS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예전에 내로라했던 PoS 코인들이 지금 대부분 몰락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는 큰 위기일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션에서도 좋은 글을 찾는 노력이 빠지고 자본만 개입된 경우가 문제가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보팅봇입니다. 이 역시 자본지향적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자본이 주도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그렇듯이 자본만으로는 아무런 가치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자본은 노동력이나 에너지 등 다른 무언가와 결합할 때 비로소 편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의 기본인 Cobb-Douglas 모델을 알고 있는 분이라면 L이 0이 된다면 Y도 항상 0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돈을 100억 이상씩 가지고 있으면서 연간 이자를 10%씩 받지만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모두가 행복할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스팀 토큰에 유무형의 비용이 매우 적게 들어가게 되면 스팀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레샴의 법칙 "악화(나쁜 돈)가 양화(좋은 돈)를 몰아낸다"는 말처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좋은 토큰을 만들던 사람들도 점차 떠나가게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추후에 따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비트코인과 스팀만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코인과 토큰 이코노미에도 이 기본적인 법칙은 항상 적용됩니다. 토큰을 만들 때 법정화폐를 투입하든(스테이블코인), 자본을 투입하든(PoS), 특정 서비스를 투입하든(DPoS, 마스터노드), 상품을 투입하든(예: LINK) 투입되는 원료가 가치가 있어야 하며, 가능하면 점점 더 많은 가치가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 토큰 이코노미 설계의 핵심 과제입니다. 여기에 방점이 찍히지 않은 토큰 이코노미 설계는 점점 쇠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토큰 이코노미를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화폐 주조와 순환 시스템"라 생각합니다.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진 정의는 아니지만 화폐 주조가 공공에 제약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발행이라는 중앙집권적인 성격이 강한 표현보다는 실질적인 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조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생각을 넓혀나가면서 공유하고 토론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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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경제학의 기본인 cobb-douglas 모델에 의하면 L이 0이면 Y도 항상 0입니다" 부분은, 지금 문제가 되는 건 K가 0이면 Y도 항상 0이라는 점 같습니다. 지금 스팀은 투자할 필요가 없어서 투자자가 없는것이지, "양질" 의 글이 모자라서 스팀이 떨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스팀잇 글을 읽는데 돈을 안 내도 되는데 "양질" 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왜 스팀을 사겠습니까. 아무도 보팅안해주거나 보팅이 거의 없으면 "양질" 의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안온다, 라는 논리가 있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공유지의 비극 문제가 생기죠 - 내가 보팅해야 그 작가가 머무르는건 아니니까요. 남이 해주면 좋은데, 내가 굳이 할 필요는...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꼭 지불할 필요는 없는 것들에 돈을 내지 않는 것과 같죠.

저는 cobb-douglas 모델은 미국 대공황기 농업이나 단순제조업에나 맞아떨어지는 모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IT비지니스, 특히나 스팀잇에서 K(자본)과 L(노동)을 엄격하게 분리하는게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SP도 적정히 많으면서 열심히 포스팅하시는 분들은 K일까요? L일까요?
EOS는 억단위로 보유하면서 SP는 거의 보유하지 않고 포스팅 열심히하는 분들을 L로 분류해야 할까요???

그리고 L(창작자)의 신규진입을 어렵게 한 HF20에 합의한분들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K도 0이 되면 안되죠~ 근데 저자가 받는 보상이 저자의 자본으로 결정되는 것은 본래 취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큐레이터들은 자본이 중요한 보상 요소 중 하나겠지만요. 지금 스팀의 문제는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지적한 문제, "노동이 부를 버는 속도보다 자본이 버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자보상에 K가 안 들어가야 하는게 본래 취지라는 말씀이신가요?

저자보상에서 이슈가 되는 부분은 진짜 열심히 좋은 글을 써서 올린 사람보다 돈 많은 고래가 대충 글을 올리는게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래가 다 해먹는 플랫폼이라는 오명까지 있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저자 입장에서 보상 메커니즘에 자본은 핵심 요소가 아닙니다. 실제로 거의 스팀이 없이 들어와서 보상을 많이 받은 케이스도 있고요. 저는 스팀 문제의 핵심은 큐레이터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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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컨텐츠가 스팀의 가치라고 보시나요? 스팀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컨텐츠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양질의 컨텐츠가 아무리 있어도 스팀을 사지 않으면 스팀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양질의 컨텐츠로 개인이 수익을 내거나 이익을 가지고 갈 수 있을지언정 스팀 가치는 스팀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두 가지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초점을 양질의 컨텐츠가 아니라 스팀을 얻기 위해 많은 무형의 비용(창작 등)을 지출하는 것에 맞추고 봐야 하는데요, 이렇게 비용이 올라가면 낮은 가격에 스팀을 매도할 동기가 줄어들게 됩니다. 시장에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스팀이 낮은 가격에 팔리는 문제는 그 가격에 팔만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다른 관점은 수익화(monetization)입니다. 양질의 컨텐츠가 많아지고 그에 따라 사용자 유입이 많아지면 그만큼 수익화가 잘 됩니다. 스팀잇에 광고를 붙이거나, 스팀을 통해 또다른 비즈니스를 하기가 더 쉬워지고, 이 비즈니스들을 확장하기 위해 스팀을 살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dreamya (58) · 20 minutes ago
스팀에 양질의 컨텐츠를 올릴 수 있는 창작자가 글을 써서 얻을 수 있는 스팀을 구매해야할 이유가 있나요? 또한 스팀에서 양질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스팀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스팀을 구매하는 이유는 스팀파워를 통한 영향력, 스팀보유를 통한 수익 입니다.
자꾸 양질의 컨텐츠 얘기하시는데 앞으로 어떤 컨텐츠 플랫폼이 나와도 양질의 컨텐츠가 플랫폼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걍 누가 더 실 사용자를 많이 보유하는지가 관건입니다. 그러니 진짜 어뷰져는 어떻게 하지도 못하면서 어렵사리 활동하고 있는 유저를 내 쫒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dreamya 님의 위 댓글이 달렸다가,
대댓글을 달고 에러가 나서 보니, 없어져버렸군요.
딱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댓글 달아 주셨었는데요..

[스팀蟲: 자유스팀전쟁] 스팀의 미래: 공산 죽창 분위기로는, 스팀의 미래는 없다.
( https://steemit.com/kr/@steamsteem/--1542062807069 )
2018.11.13.화.06:51, by @SteamSteem,

양질이라.. 그것을 어떻게 누가 판단하나요? 어떤 사람이 쓰레기 같은 글이라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한 글이고.. 더 가치가 있는 글일 수 있습니다. 카톡이 번창하고 유튜브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 양질의 컨텐츠만 있어서 그런가요?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인간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글이 어떻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잣대이지 보편적으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위험하고 인간의 오만이라 생각합니다. 스팀잇에 전문 글 쓰는 분이 아주 전문적인 글을 올린다해도 관심 영역 밖이면 비켜가는 것이고 글에 재주가 없는분이 고민고민해서 몇자 쓴 글이 가치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훨씬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글일수 있고 혹자에게는 그 글이 더 감동적일 수 있습니다. 그글이 해가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고 공동체를 서로 반목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자신의 글에 스스로 정성을 쏟고 남의 글을 판단하는 것은 하늘에 맡기는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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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 비용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상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양질을 얘기하기 이전에 쓰는 사람 입장에서 노력(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비단 글을 쓰는 시간뿐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글쓰기를 다듬어온 것도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고요.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도 어찌 보면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씀처럼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매칭을 시킬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력과 보상이 연관되어야 토큰 시세에도 긍정적일 것입니다.

글을보고 어떻게 노력이 많이 들어간 걸 알지요? 비용은요? 전문가가 재주가 좋아 훌륭한 글을 남겼는데 재주 없는 사람의 십분의 1도 노력을 안한 글이면 어쩌죠? 글에 재주가 없는 분이 하루종일 고민해서 쓴 글은 어떻게 봐야하나요? 그럼 저자는 자신의 글을 쓴 시간과... 그리고 어떻게 노력했는지 부연 설명을 해야하나요? 스팀잇에 사람들이 편하게 글을 쓰고 오고 싶도록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남의 것을 훔치거나 해가 되는 내용이 아닌 다음에는 남을 평가하는 것은 자만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노력과 비용의 가치가 다르고 기준이 다른데 어떻게 한줄기 글을 보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시나요?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가치에는 그런 불명확한 잣대를 기준으로 말씀하는 글이 가장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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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전문 큐레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자신이 없다면 전문 큐레이터에게 맡기는 방안도 있어야겠죠. 이전에 KR에서 큐레이터들이 활동했을 때 상당히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전문 큐레이터는 전지전능한가요? 어떻게 저자 한사람한사람 다른 노력과 환경과 다른 비용과 다른 기준과 다른 가치와 다른 감정 등을 고려해서 일반화 할수 있죠? 커뮤너티 룰이 있으면.. 악법도 법이듯이 그 룰을 서로지켜주면 안되나요? 여기 공동체인 들이 누가 누구를 평가할 권리를 가지고 있나요? 룰이 그나마 약속의 잣대 아닌가요? 시스템이 허락하는 일 들을 왜 개인들이 옳다 그르다 평가를 할까요.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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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조금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옳다 그름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과 가격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토큰 분리로 해결이 가능하며,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간단히 몇 번 언급은 했지만 후에 글을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큐레이션과 관련해, 좋은 글을 찾아 보여주려는 노력의 부재에 대해 많이 동감합니다.

역사적으로 주조를 mint라 하더군요.
말씀하신 주조의 과정을 통해 스팀도 진정한 민트향이 나길 바랍니다.
유익한 글 잘 봤습니다.

그러네요. 주조의 분권화가 본질일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돈인데 주조의 주체와 신뢰의 주체가 지금까지는 중앙기관이었다면 주조의 주체가 모든 사람이 되고 신뢰의 주체는 시스템이 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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