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덕수궁에 남은 비운의 왕국 - 대한제국

in #chosunpalace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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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은 5대 궁궐 중 가장 공원 같은 곳이다. 국권 침탈 후 일제의 의도적인 훼철에 의한 것도 있지만 시내 가장 중심가인 시청 맞은 편에 있어 쉽게 갈 수 있는데다 서양 건축물이 궁내에 혼재해 있어 다른 궁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원같은 이 덕수궁고종황제의 못다한 꿈이 서려있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는 순종때 막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897년 10월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였으니 고종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임금이자 대한제국의 초대황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순종황제는 대한제국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황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제국이 불과 13년밖에 유지되지 않았고 국권을 침탈한 일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부정되었기 때문에 조선왕조의 마지막 임금은 순종이라고 배웠다.

1895년 명성황후(대한제국 선포 이후 추존된 것이다)가 시해된 이후 아관파천으로 도망간 고종의 모습은 역사속 최고의 찌질이로 남았다. 하지만 알려진 바와는 달리 고종황제는 조선을 근대국가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였으며 그 역사적 증거를 덕수궁에서 찾을 수 있다.

덕수궁의 원래 이름은 경운궁이다. 헤이그 밀사 파견 사건으로 1907년 고종황제가 강제 폐위된 후 뒤를 이은 순종황제가 창덕궁으로 이어하면서 경운궁에 상황으로 남은 아버지께 '덕에 의지해 장수하시라는 뜻'으로 '덕수'라는 이름을 지어바쳤고 이후 덕수궁이라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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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궁의 정문은 인화문이었다. 대안문은 동쪽문이었는데 태평로가 대안문 앞으로 뚫리고 남쪽 인화문 앞에는 각국의 공사관이 자리잡고 있어 대안문이 정문의 구실을 하게된다. 이후 고종황제가 지금의 소공동에 황궁우와 환구단을 짓고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대안문대한문으로 개명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곧 삼한의 땅이다... 지금 국호를 '대한'이라고 정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 없다. 또한 매번 각국의 문자를 보면 조선이라고 하지 않고 한이라 했으니... 세상에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다 '대한'이라는 칭호를 알고 있을 것이다.

고종황제경운궁을 법궁으로 하고 대한문으로 개명하면서 제국 선포의 기치를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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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하면 석조전이다. 다른 궁궐에는 없는 서양식 건물이기 때문에 한번만 와본 사람들도 누구나 석조전은 기억한다. 석조전고종황제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짓기시작해 국권이 침탈된 1910년에 완공되었으니 황궁으로서 디자인되었으나 한번도 황궁으로 쓰인 적이 없는 비운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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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관과 연결된 서관은 현재 현대미술관으로 사용 중이다.

덕수궁석조전 뿐만 아니라 다른 궁궐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건물들이 여럿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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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석어당은 놓쳐서는 안될 건축물이다. 석어당은 월산대군의 저택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조대왕이 임진왜란 때 피란 갔다가 한양으로 돌아와 머물렀던 곳이라 해서 석어당이라고 불리었다. 궁내 건물로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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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한옥치고는 드물게 2층으로 되어 있어서 자못 위엄이 있어 임금이 머물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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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는 서양문물에 매우 개방적이었다. 조국을 근대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신고전주의 스타일의 석조전을 생각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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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헌 또한 서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지어진 곳으로 여겨진다. 러시아 건축가인 사바틴에 의해 설계된 이 건물에서 고종황제는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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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 덕수궁이지만 덕수궁 역시 조선 궁궐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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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로 쓰였던 준명당즉조당. 두 건물이 복도로 이어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조선 궁궐의 건축물은 의도적으로 비대칭으로 설계하여 대칭으로 인한 지루함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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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녕전 옆에 서있는 덕홍전!

팔작지붕의 매력에 넋이 나갈 지경이다. 아~ 우리 조상님들의 멋스러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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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렇게 두면만 마주보게 간결하게 만든 것은 맞배지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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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문과 높낮이를 달리하는 꽃담 너머로 정관헌이 보인다! 베르사이유 궁전 같은데서는 찾을 수 없는 자연스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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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뜰에 숨겨진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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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가기 전에 연인들끼리 손잡고 덕수궁에서 데이트하는게 어떠할 지?
그리고 양탕국 한잔할 때 커피 애호가였던 고종황제도 한번 기억해 주시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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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무척 정갈한 느낌입니다. 가본지는 오래 되었지만, 한국가면 꼭 방문해야 지요. 저의 여고시절의 추억의 동네니까요. ㅎㅎ 구경잘했습니다!!!

미술관 때문에 몇번 갔었는데...
이곳이 고종황제의 염원이 담긴곳이라는건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언제봐도 멋스러운 덕수궁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양탕국이 커피인거죠? ^^

예.
커피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렇게 불렸답니다. ㅎㅎ

왜 차라고 하지않고 국이라 했을까요? ㅎㅎ


이렇게 마셨다면 차라고하기보다 국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ㅎㅎ

사발이어서 국이군요! ㅎㅎ

이런 생각을 미처 못하고 자주 스쳐 지나는 곳이었네요. 덕수궁 내 석조전.베르샤유궁전.디즈니성으로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 등 히스토리는 다르지만 사용 못한 꿈이 되버린 성들이 많군요. 감사합니다 사진도 멋드러지네요^^

아 고종이 처음 전화기 설치하고 순종과 문안 인사 대신 안부통화를 했었다는 이야기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루비님 포스팅에 처음 방문드려보네요!~^^
양목님 블러그 통해서 방문했는데 양목님처럼 지식이 풍부하신 분 같은 느낌입니다.
덕수궁의 역사를 돌아보며 덕수궁의 향기를 느껴보네요!~^^

덕수궁은 참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친구들과 산책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단풍에 끌려가기도 하고

와... 루비님의 포스팅은 거의 가이드북 못지 않네요.
덕수궁 뒷뜰의 오솔길은 처음 봤습니다.
다음에 와이프와 함께 가면 걸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루비님..
지인들과 한번 덕수궁가서 쭈욱 설명해줘야겠습니다. 물론 외우지는 못하니 휴대폰으로 이 포스팅을 찾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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