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적

in #busy5 years ago (edited)

Book Reviewer @ilovemylife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범죄자가 형사에 쫒기는 모습이 나옵니다. 가끔은 범죄자가 도망을 가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도망을 멈추고 자신을 쫒던 사람에게 덤벼들어 공격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고 판단되면 최후의 저항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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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 나오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은 전한(前漢)시대의 환관(桓寬)이란 학자가 편찬한 '염철론(鹽鐵論)'이라는 책자에 나옵니다. 이 책에는 한(漢)나라의 재정정책 존속여부에 대한 토론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한(漢)나라에서는 무제(武帝)때부터 소금을 비롯한 철, 술, 화폐 등의 주조와 유통은 일반 백성들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국가 전매사업으로 통제해 왔습니다. 기원전 81년 선제(宣帝)에 이르러 이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조정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추천받은 학자들 가운데 과거를 통한 유학자들은 폐지를 주장했고, 승상 차천추(車千秋)와 상홍양(桑弘羊) 등 관리들은 존속을 주장하며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지식인들이 가혹한 법 때문에 진시황(秦始皇)도 15년 만에 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유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에 궁지에 몰린 쥐도 삵을 문다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삵도 물 수 있고, 필부라도 만승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으며, 평범한 사람도 활을 꺾을 수 있는 법이다(窮鼠囓狸 匹夫奔萬乘 舍人折弓/ 궁서설리 필부분만승 사인절궁).' 狸는 고양이와 비슷한 삵인데 지금은 猫로 바꾸어 많이 쓴다.

故用兵之法(고용병지법), 高陵勿向(고릉물향), 背邱勿逆(배구물역), 佯北勿從(양배물종), 銳卒勿攻(예졸물공), 餌兵勿食(이병물식), 歸師勿遏(귀사물알), 圍師必闕(위사필궐), 窮寇勿迫(궁구물박), 此用兵之法也(차용병지법야).

그러므로 용병의 법에 높은 구릉에 배치된 적진을 향하여 진격하지 말며, 언덕을 등진 적을 향하여 공격하지 않는다. 거짓으로 패하는 척하는 적을 추격하지 말며, 사기가 높고 정예한 부대를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아군을 유인하려는 적을 사로잡으려 뛰어들지 말며, 철수하는 적 부대를 막아서지 말아야 한다. 포위된 적에 대해서는 반드시 틈을 내주며, 궁지에 몰린 적은 지나치게 핍박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법들이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용병술인 것이다.

인간은 궁지에 몰리면 사력을 다해 그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궁지에 몰린 적을 출구 없이 압박하여 타격을 가하면 적은 죽기 살기로 싸우기 때문에 아군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 문장에 나오는 위사(圍師)나 궁구(窮寇)는 모두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적들입니다. 이들을 전혀 희망 없이 몰아붙이면 그들은 필사의 분투를 하게 되어 아측은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포위된 적은 일말의 희망을 갖도록 퇴로를 열어주어야 하고 궁지에 빠진 적은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Book Reviewer @ilovemylife였습니다.

참고문헌
손자지음, 손자병법, 김광수(역), 서울: 책세상, 2000
손무지음, 노양규 옮김, 365일 손자병법, 서울: 신한출판사, 2007
손자, 손자병법, 이현서(역), 서울: 청아출판사, 2014
환관지음, 염철론, 김원중(역), 서울: 현암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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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도 누굴 궁지로 모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죠^^

전 아니에요. ㅎㅎ.

아... 이거 명심해야겠군요...

상대를 너무 몰아부치면 안되겠군요.

그렇다네요. 도망갈 통로는 마련해주고 밀어붙여야 한답니다. ㅎㅎ.

사진 속 작품이 궁지에 몰린 자연의 대항 느낌이네요 😊

막다른 길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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