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강 - 미야모토 테루

in #busy6 years ago

<반딧불 강(River of Fireflies)>In [반딧불 강] by 미야모토 테루 Miyamoto T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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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과 같은 소설가가 된 계기를 [환상의 빛] 리뷰에 쓴 적이 있는데, 그건 아마도 우화적으로 만들어진 듯 하다. 그리 우주적이지도 않고 필연적이지도 않은 과정을 통해 테루는 글을 쓰게 되는데, 그의 특유의 소박하고 서정적인 문장들로, 마치 빛으로 가득한 영상물을 볼때 잔잔히 흐르는 네레이션을 듣는듯이 써 내려가는 이야기들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가 자신의 성장기를 소재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치매증세로 집을 나간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그 상태로 장례를 치른 이야기나(아마 ‘금수’의 한 에피소드에 속했던 것으로 기억), 천식을 앓는 어머니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아버지 이야기(흙탕물 강), 그리고 젊은 첩을 얻어 말년에 뇌경색으로 온몸이 마비되어 병사한 아버지 이야기는 본 소설 <반딧불 강>에 사용되었다.

‘다쓰오’는 14살의 사춘기 소년으로 아버지 ‘시게타쓰’가 이미 쉰이 넘어, 본처를 버리고 첩 ‘치요’를 취하여 낳은 혼외 자식이다. 늙고 병들어 죽은 아버지의 지인에게서 구한 돈으로 빚의 일부와 병원비 장례비를 해결하지만 당장 경제력이 없는 어머니는 친정오빠가 하는 사업을 도와주고 아들 다쓰오의 교육을 위해 도시 오사카로 이주할지를 고민하던 중에, 4월에도 눈이 내리면 엄청난 양의 반딧불이가 강물 위에 쏟아지듯이 강물과 출렁이는 ‘반딧불 강’을 볼 수 있다는 ‘긴요’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마음으로 좋아하는 ‘히데코’와 긴요아저씨, 엄마 치요와 함께 어느날 밤 반딧불 강을 찾아서 걸어간다. 끝도 없을 것 같던 걸음 후에 마주한, 수많은 반딧불이가 한 밤의 강을 넘실대는 강물과 함께 출렁이는 광경에 압도당하며, 실재하는 반딧불 강의 신비로운 모습을 독자들에게 강하게 그려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반딧불 강>은 2차 성징을 이미 이룬 사춘기의 중심에 있는 다쓰오의 성장기 쯤 되는 소설이다. 완전한 가족은 아니지만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았고 그 나이 즈음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동네 친구이자 반친구 히데코를 좋아하고, 특이한 가정환경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한다.

‘교양이 없어’... 가장 마음이 아픈 에피소드이기도 한데. 바로 다쓰오의 절친 쯤 되는 ‘세키네’... 허구헌날 머리를 쥐어박고 엉덩이를 걷어차며 공부 따위 하지말고 본인이 하는 양복재단 일을 배워서 물려 받으라는 아버지에게 세키네가 매일 하던 불평어린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엉덩이를 걷어차이고는 다쓰오에게 자기가 훔친 히데코의 사진을 건네고 진정한 친구가 되자고 맹세하고 자전거를 끌고 낚시를 간 세키네는 다음날 강둑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교양이 없어’... 아들의 죽음이 있은 후, 아버지는 넋이 나간 채로, 재단을 하다가도, 그저 벽을 바라보고 앉았다가도 쉴 새 없이 내뱉는다. ‘교양이 없어’... 그리고 그것은 곧 아이들의 유행어가 된다. 누군가 실수를 해도 ‘교양이 없어’. 선생님이 뭐라해도 ‘교양이 없어’, 아이들이 비극 속에서도 찾아내어 웃고 떠들던 그 말을 다쓰오는 입에 담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세키네가 시체로 떠올랐다던 그 강가에서 세키네를 생각하다가 풀섶을 쥐어뜯어 뿌리고는 이야기 한다, ‘교양이 없어!’. 세키네가 진짜 사고로 물에 빠졌는지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 비극을 던져주고, 아버지의, 다쓰오의, 그리고 친구들의 말과 행동들과 이야기들을 그저 담담하고 소박하게 들려줌으로써 세키네의 죽음을 상기시켜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미야모토 테루의 단조롭고 소박하지만 깊은 글쓰기의 방식이다. 조용하고 무심하게, 가슴을 죄어드는 아픔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다쓰오는 그렇게 반딧불 강에서 히데코와 함께, 반딧불이가 선사한 놀라운 순간을 또다시 기억에 새기고 성장할 것이며, 치요은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다쓰오와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들 각자의 인생을 향해, 반딧불 강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왔던 것처럼, 또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또 그렇게 성실하게 걸어갈 것이다. 미야모토 테루가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속의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처럼, [반딧불 강]의 ‘노부오’와 ‘다쓰오’도 결코 특별하지 않은 아이들로, 우리들에게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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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 관한 소설이나 드라마는 왠만하면 해피엔딩인듯 해요. 반딧불강을 어떻게 묘사해놓았는지..꼭 책을 읽어봐야 겠어요. 감사해요..

미야모토 테루의 글은 뚜렷한 해피엔딩이나 새드앤딩은 없는 듯해요. 그저 우리는 다시
살아나간다... 하는 그런 결말이요. 극적이거나ㅜ드라마적 요소는 없으면서 잔잔하고 담백하게...

방금 전에 검색을 해보니 10년이 넘은 책이군요. 이번주에 도서관에 가면 찾아봐야겠군요.
우리는 그저 다시 살아간다? 작가가 47년 생이던데,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느 다이나믹한 생애를 사셨군요. 기대되고 감사합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포스팅을 언뜻 보니 데미안같은 느낌일 것 같네요.^^

말씀하시니 성장기라는 면에서 비슷하네요. 내용은 데미안만큼 철학적이진 않구요. 어른의 입장에서 보게되는 글이랄까요?

닐본소설는 좋아하지 않는데 bookkeeper님의 소개글을 보면 궁금해서 보고 싶어지네요~:)ㅎㅎㅎ

저는 일본을 좋아해요 ㅎㅎ 아니아니 국가로서의 일본이 아닌 일본이라는 하나의 문화로서요^^ 하루키는 말할것도 없고 일본 작가들의 글 정말 좋아해요. 번역의ㅜ한계가 있을텐데 대부분의 번역서가 좋은걸로 봐서 언어적으로 부드럽게 번역이 되게끔 글의ㅜ느낌이 비슷한거 같아요^^ 일본 영화도 너무너무 좋아해요 흐흐 (이건 비밀인데.. 저는 일본 남자도 좋아해요 속닥속닥 ㅋㅋㅋㅋ)

ㅋㅋ소설올라오는 걸 봐도 일본소설을 좋아하시는 게 보이더라구요:)ㅎㅎㅎ일본남자는 저도...ㅋㅋㅋㅋ

어망!! 답글 달다보니 우리둘다 명성도가 올랐어용 ㅋㅋㅋ

오오오~ㅋㅋㅋ좋으네요~>_<!!ㅋㅋ

성장기의 소설은 먼가 좀 어려워요.... 어릴때의 느꼈던 점들이 잘 살아 있고 얼개가 잘 엮이면 좋은데.... 그렇게 되어 있는 작품은 진짜 손에 꼽아 본거 같습니다 ㅠㅠ 그래더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 소개 감사드려요

중단편격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거에요. 저는 흙탕물강과 함께 굉장히 잘 쓴 성장소설이라 생각해요^^

소설이 담담하고 잔잔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일본소설들은 뭔가 과하지 않게 속내를 묘사하는 것 같아요

담담하고 소박하고 과하지 않은 글... 맞아요 그것이 일본문학의 특징이고 제가 좋아하는 지점이에요.

오호 흙탕물강에 이은 반딧불강이군요!!!

두 단행본을 엮은 강 시리즈 인데 두 작품 다 훌륭하네여

환상의 빛, 금수와는 또다른 결을 가진 초창기 작품인데 참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진한 울림을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요^^ 테루짱!

읽어보셧군요! 테루 짱 맞아요^^

오! 북키퍼님 리뷰 너무 좋아요! 북키퍼님 글 읽다보면 나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샘솟아요!! 그래서 저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책 샀어요! 지금 읽는 중인데 흥미진진합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리뷰 써주신 책들 하나하나 읽어보려구요~흐흐흐

발자크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 쪼야님^^ 제가 리뷰 한 책들 다 제가ㅜ너무 좋아하는 책들이에요. 좋으셨으면^^

역시 북키퍼님 ^^

에이~ 뭘요... 쑥스

일본소설은 몇 읽어보지 못했지만, 왠지 항상 꼭 죽음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하거나 죽음이 큰 역할을 하더라구요. 게다가 결말은 대부분 자살....ㅋㅋㅋㅋㅋ 농담입니다.

ㅜㅜ 테루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구요ㅜ 미미여사 책들도 좀 그런데, 다른 재미있는 일본 소설 많답니다. 하루키 짱의 글은 좀 변태스럽고, 히가시노게이고 같은 다양성을 그진 사람도 있고.. 흠 ... 많이 읽어보시면 좋아하실 책이 많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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