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7]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 그림자에 가려진 자본주의 잔혹 일상 르포

in #book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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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우드먼-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그림자에 가려진 자본주의 잔혹 일상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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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es24, (ISBN : 9788901142654)


공정무역은 정말 공정한가?

나는 가성비를 중시한다. 내게 주는 가치보다 비싼 상품은 구입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저렴한 상품이 좋다. 그러나 가끔 너무 저렴한 가격 앞에서 마음이 불편해지곤 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값이 싸다면 누군가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물론, 박리다매나 유통, 기술 발전 등에 의한 획기적인 가격 혁신의 산물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누군가에게 돌아갈 몫을 착취하지 않고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은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구매를 하며 항상 이 사실을 의식하진 않는다. 어느 날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한다. 가치가 있고 가격이 저렴하니깐.

우리는 과거보다 좀 더 의식 있는 소비를 한다. 단순히 상품뿐 아니라 만들게 된 계기나 의미, 생산과정, 그 상품이 담고 있는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왕이면 매력 있고 착한 마음이 담겨있는 상품들을 조금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구매하곤 한다. 어느 날부터 우리에게도 '공정무역'이란 단어는 친숙해지고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와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인증마크는 우리가 좀 더 나은 소비를 하고 있다는 위안과 만족감을 준다.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부사망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줍니다'
정말일까? 정말로 이 인증마크처럼 나는 윤리적인 소비를 했고 그들의 삶은 개선되었을까?

저자는 기차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커피잔의 문구를 보고 소비윤리의식만큼 현실에서도 개발도상국의 처지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실제로 나아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진다. 그리고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1년간 여행을 떠난다.

예상보다 더 위험하고 처참하고 슬프고 아이러니한 현실을 마주친다. 그 처음은 비교적 생산 유통과정 추적이 쉽고 문제점도 해결책도 명쾌한 니카라과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형 기업들도 모든 생산과정을 관리할 수 없으며 비인격적인 방법이 동원돼도 무시할 뿐이다.


니카라과 카리브 해안선에 있는 미스키토 마을은 바닷가재를 잡아 대형 레스토랑 체인에 판매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돈벌이 수단이다. 청년들은 수심계나 공기압 측정기 없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장비만으로 심해 수심 30~40미터 다이빙을 한다. 안전 수칙 같은 건 배운 적 없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세 번 이상 다이빙하거나 한 번에 1시간 이상 물속에 머무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그들은 열한 번 다이빙을 한다. 감압 정지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다이빙 때문에 매년 50명이 목숨을 잃는다. 잠수병으로 인해 다리를 저는 젊은이가 4000명이 넘는다.

다이빙에 필요한 공기통은 하나당 2.5달러다. 심해 다이빙 대신 그물잡이로 바꾸고 싶다면 개당 25~30달러가 필요하며 먹고살 만큼 벌려면 적어도 50개는 필요하다. 그들에게 그런 투자는 불가능하다. 레드 랍스터 컴퍼니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바닷가재를 잡는지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지천에 다양한 생선과 바닷가재가 잡히는 해안도시에서 사람들은 굶주린다.

선의로 시작한 공정무역의 개념은 어느새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기업들은 공정무역이 더 좋은 브랜드 가치를 주고 실제 판매량도 높여주는 훌륭한 수단임을 깨닫는다. 맥도널드는 열대 우림을 파괴했다는 오명을 열대 우림 동맹의 인증을 받은 커피를 들임으로써 씻게 된다. 공정무역 협회들도 대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알만한 브랜드가 공정무역을 했을 때 비로소 구매한다. 전혀 알지 못하는 브랜드가 공정무역 로고를 부착해도 가치가 생기지는 않는 법이다. 그렇기에 공정무역과 대기업은 은밀한 공생관계를 맺게 되고 공정무역은 사업으로 완성된다.

영국 상점 내에서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제품이 4000여 가지이며 전 세계적으로 재단과 제휴를 맺은 기업은 2000여 곳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내 중심가의 웬만한 대형 브랜드는 윤리적으로 인증을 받고 관련 로고를 붙인 제품을 하나 이상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이 진정 더 맣아진 것일까, 아니면 '좋은 기업'을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진 것일까? -75page

이 외에도 중국 폭스콘의 노동자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폭스콘은 애플, 노키아, 닌텐도, HP, 델,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각지 사람들이 선호하는 유명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최대 수출 기업이다. 물론 제조업체의 이름은 이들 브랜드에 가려져 있다. 제조업 생산과정 또한 알려지지 않는다. 폭스콘은 젊은 이주 노동자들의 반복적이고 고강도의 노동으로 박리다매식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들은 로봇처럼 일하고 때로는 임금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국 안에서 스스로 자정 되길 기다리기보다는 중국 기업에 아웃소싱을 의뢰하는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 각지로 그들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라오스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라오스의 고무나무에 투자하고 있다. 생산하기 위해 라오스 정부는 빈곤 완화라는 목표 아래 중국에게 토지를 9년의 무상임대, 50년간 임대보증을 해주고 세금우대혜택을 주고 있다. 산림은 파괴되고 있고 토착 주민들의 삶을 점점 궁핍해지고 있다.

"우리는 예전이 좋아요. 물론 지금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가가 너무 큽니다. 밥에 써야 할 돈을 오토바이나 전화 카드, 술에 쓰고 있어요."

기본적 인프라도 없이 목숨을 위협받는 사회가 불안정한 나라는 어느 정도일까. 그는 콩고로 향한다. 콩고는 집단 학살, 정치적 불안정, 쿠데타와 내전으로 최소한의 생존마저 보장되지 않는 나라다. 콜탄, 주석은 콩고의 주요 자원 중 하나로 스마트폰 같은 휴대용 전자 기기 제작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이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50년 전 네덜란드 광부가 작업하던 환경보다도 못한 광산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광물을 캔다. UN에서는 인권침해를 이유로 콩고와 무역 금지 조치를 내린다.

바이어들은 이곳에 오면 아이를 광산에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양에서야 그렇죠. 당신이라면 콩고에서 아이들에게 이것 말고 뭘 시키겠습니까?'라고요.
밖을 보세요. 어디서나 아이들이 일하고 있죠. 이 아이들이 일을 안 하면 먹고살 돈은 어떻게 버나요? 이 아이들을 누가 먹입니까? 당신은 아니잖아요.

우울해지는 세계 각국 여행에서도 저자는 희망과 대안을 발견한다.

먼저, 데이브와 이안의 윤리적 탄자니아 커피 공급 마을인 오페라를 찾아간다. 벤터 루더-메독이라는 독일 여성은 커피 농장을 이 곳에 만들며 정착하게 되고, 오페라 마을을 아프리카 최고의 커피 재배지로 만든 선봉장이다. 재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커피 품질 향상 비법을 공유하고 마을 사람들을 돕는다. 협동조합과 거래하기보다는 개별적 직거래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

특히 올람의 사례는 놀랍다. 그들은 세계의 농산품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업체이다. 분쟁지역인 코트디부아르에서 면화 유통을 하고 있다. 그들은 먼저 공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불안한 정치 상황 속에 포스누벨이라는 집단과 정부 양쪽에 세금을 낸다. 타협과 양보로 한 발짝 물러나 면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존재와 필요성도 인정하고 농부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다. 그들은 농부들을 가르치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수록 장기적으로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베터 코튼 이니셔티브는 브랜드나 포장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면화를 좀 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을 모으기 위한 곳이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너무 마음이 아파 책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거나 과거를 회상하곤 했다. 이 글을 완성하면서도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최대한 줄거리를 요약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동안 잊고 살던 말로 정리할 수 없었던 불편한 기억들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나는 자본주의의 가장 악하고 무관심한 부분들이 불편했고 내게 죄의식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의식하지 않고 잠시 눈을 감으면 모든 게 자연스럽고 별 문제 없어 보인다. 내가 눈을 감아도 이면에 불편한 진실들은 존재하고 이 책은 누군가가 착취당하거나 억압받고 자본의 논리에 희생당하는 불편함을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끄집어내는 책이다. 이론적인 내용은 없이 실제 세계의 아픔과 부조리를 여행기로 적어내려갔다. 저자의 대단함점은 극단적인 사례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조금이나마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미약하게나마 제시하고 있다는 태도다.


"좋은 일을 하기보다는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복잡하게 얽힌 구조에서 본질을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렵지만 그럼에도 우린 깨어있어야 하고 정말로 윤리적이고 공정한 사업을 지속하려고 하는 좋은 기업을 가려내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




Layout provided by Steemit Enhancer
멋진 템플릿을 공유해주신 은혜로운 @easysteemit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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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읽고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dozam님 리뷰도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일 하기보다 나쁜 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문구가 가슴에 와닿네요

맞아요. 그것만도 쉽지 않죠.
경제적 자유를 꿈꾸신다는 말에 팔로우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당!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https://steemit.com/kr/@virus707/2uepul

virus707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

전 공정무역이란걸로 광고할때부터 의심을 했었는데...
사실이였군요;;; 역시나 ㅡㅜ 세상은 참 불공평한것들 천지네요..

으어 아마도 걔중엔 좋은 사업들도 있을거라고 믿습니다만 자본주의는 좀 교묘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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