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in #book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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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스칠 때] 정바비 산문집.

내가 한국어 강의를 다닐 때, 케이팝 음악에 열올리던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들어보라며 틀어줬던 노래들이
있다. 바로 "가을방학"의 노래들이다. 리드보컬인 '계피'의 목소리와 그녀의 발음이, 노래로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만한게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학생들은 f(x)와 2NE1노래를 갖고와서 번역해달라고 여전히 졸랐으니 내 시도는 실패였다.

정바비는 밴드 가을방학의 모든 노래를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뮤지션이다. 최근에 리뷰를 썼던 [K-pop 세계를 홀리다]에서도 명반으로 소개됐던 "언니네 이발관"의 멤버이기도 했던 그는, 이후 줄리아하트 음반을 내기도 하고 가을방학을 결성, '브로콜리너마저'의 보컬 계피와 만나 가을방학이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하는가 하면, 컨트리 음악애호가답게 바비빌을 만들어 다시 그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

워낙에 이래저래 하는 일이 많은 뮤지션이 이번에는 산문집을 냈다. 본명인 정대욱, '대욱'이라는 이름이 싫어서 가명을 쓰고 있고 국내 명문대를 졸업할 만큼 공부도 잘했고, 피씨통신 동호회에서 만난 형들과 음악을 하고싶다는 말에 고가의 전기기타를 선물해줄 정도로 집안도 유복하게 자랐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뮤지션 정바비에 대한 이야기이다. 흠... 그가 첫 책을 냈다기에 냅다 구해다 읽어봐야지 내가 할 일이 또 뭐 있겠나.

구구절절 이야기 하는거 보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게 제일 좋겠다. 이 산문집을 읽는 동안 내내 마치 정바비라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이 책은 이렇다.

어느날 우연히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서 어색한 분위기에 대화를 시작했는데, 그의 유머감각 때문에 자리는 일순간 화기애애 해지고, 나름 웃길줄 아는 나도 몇가지 드립을 쳤더니 그도 웃고, 기분좋아서 술한잔 합시다 하고 자리를 옮겨서 술이 한잔 들어가니 그가 조금더 알고 싶어지더라. 내가 묻기도 전에 그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이야기를 했고, 그가 이야기한 영화와 책들은 내가 읽고 좋았던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던 터라, 같이 침튀기고 웃고 즐기고 맥주잔 수백번 부딪힐만큼 즐거운 자리가 되고 말았다. 그가 심각하게 말한다... 하루키에게 감사한다고... 우리가 자라던 80-90년대에 하루키가 없었다면, 우리의 여고생들이 어떻게 '그러한 것들'을 알 수 있었겠냐고... 그리고 나는 말한다 나도 그 여학생들 중 한명 이었다고.

적당히 취한 우리는 정치 이야기를 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던 날...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던 그 시간들...

그리고 그의 음악. 그를 흔들었던 뮤지션들, 그리고 아직도 생생한 공연에서의 전율들. 내가 모르는 분야이지만 이미 그에게 반할대로 반한 나는 그의 이야기에 100프로 집중하며 듣는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진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겠지?

앞서 말했듯 그리 질곡있는 삶을 산 사람도 아니고, 인디밴드들이 성할 수 없는 한국 대중가요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인 그가 쓴 글들은 대중적이진 않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유머가 있고, 정보가 있으며, 사색이 가득하다. 음악으로만 알고 있던 그가 이렇게 글도 잘쓴다. 게다가 엄청나게 웃긴다ㅋ

예술적 재능은 같은 곳으로 흐르는 것 같다. 어디서든 훅(hook) 으로 드러나기 마련인갑다.

그저 좋다 이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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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일을때도 맥주한잔에 까~~악... 하고 싶을정도네요..
외국에 사시며서 이렇게 책을 구매하는 정성.. 감탄스럽네요^^

감사합니다^^

확실히 정대욱산문집 보다는 정바비산문집 이 제목부터 더 끌리네요.

네 바비가 Barbie를 떠올리게 하지 않았으면 할 뿐이에요^^

계피와 가을방학을 결성한 가수가 이 분이었군요-
저도 요새 소설보다는
그 사람이 오롯이 닮겨있는 산문집이 참 좋더라고요 ㅎㅎ
누군가의 삶으로 내 삶을 비춰보는 게 재밌기도 하고요-
잘 읽고갑니다!

네 브로컬리 너마저의 계피를 가을방학의 계피로 만든 장본인이지요^^ 저도 가끔 에세이를 읽는답니다. 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거 같아여.

책소개를 찰지게도 하시네요.ㅎ

ㅎㅎ 좋다는 말씀이시지요? ㅋㅋ

책을 사는데 인색한데 지름신이 강림할뻔 했거든요. ㅋ

강림해야 되는뎅 ㅋ

서점에서 글을 읽었으면 바로 질렀을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정신을 찾았지요. ㅋㅋ

언니네 이발관 노래를 정말 좋아했어요,
북키퍼님 포스팅 보고 오랜만에 떠올라 다시 들어보려고요..

그랬군요~ 둥이님과 어쩐지 비슷하다 했다니까요~~

호오 +_+??? 언니네 이발관 멤버가 가을방학이었다니..
어쩐지 제취향 저격을 잘하신다했더니 ...

하니님도? 와우 생각보다 스티밋에 인디밴드 좋아하는 분들이 많군요. 저는 계피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브로컬리 너마저때부터 좋아했는데 이번에 책 읽으면서 찾아보니 밴드를 세개나 하더라구요. 대단한 뮤지션...

전 잘 모르는 밴드네요.ㅎㅎ;; 제가 음악을 잘 모르긴 합니다.ㅋ

멋진 책 소개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ㅎㅎ

저도 음악은 잘 몰라요 ㅎㅎ 그냥 듣고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말구ㅋ 계피 목소리는 아마 다들 좋아할 듯해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누님이 좋다고 하시니 분명히 저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오늘 당장 주문해야겠습니다.

근데 남자들이 읽으면 재수 없을지도 ㅋ

네, 저는 익숙합니다. 평생 남자들이 저를 재수 없어 했거든요. 제가 당해 봤으니 저는 안 그럴 수 있습니다! @.@

뮤지션이 글도 잘 쓰고 정말 부럽다아아하하!!! ㅋ

맞아요 제일 부러워요 하나만 잘해도 축복인데 다 잘하다니... 공부도 잘해요 보면 다

똑똑이들~부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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