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1 (9)

in Book it Suda4 years ago

“그런데 말이야 막상 궁지에 몰리니까 그놈이 글쎄 최후의 방귀를 뀌더라니까. 구리고 안 구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때부턴 족제비만 보면 속이 메스꺼워지거든.”
그는 여기서 마치 작년의 그 냄새가 지금도 진동하는 양 앞발을 들어 콧등을 두세 번 어루만졌다. 나도 조금 안됐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을 맞춰주려고 이런 질문을 해봤다.
“그런데 쥐 같은 건 너한테 한 번 걸리면 끝장이겠구나. 넌 쥐잡기의 명수라 쥐만 먹으니까 그렇게 살이 토실토실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거겠지?”
검둥이의 비위를 맞추려던 이 질문은 신기하게도 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 그는 탄식하듯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니까. 내가 아무리 애를 써서 쥐를 잡아도, 도대체 인간이라는 족속만큼 뻔뻔스러운 놈들은 세상에 없을 거야. 남이 잡은 쥐를 죄다 빼앗아 파출소로 갖고 간다니까. 파출소에서는 누가 잡은 건지 모르니까, 쥐를 갖고 가기만 하면 그때마다 한 마리에 5전씩 쳐주거든. 우리 집 주인은 내 덕분에 1엔 50전쯤 벌었을 텐데도 제대로 된 음식 한 번 준 적이 없다니까. 이봐, 인간이라는 족속은 정말 겉만 멀쩡하지 순 도둑놈들이야.”

교양이라고는 전혀 없는 검둥이도 그만한 이치는 알고 있는지 몹시 분노한 표정으로 등의 털을 곤두세웠다. 나도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 적당히 그 자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나는 결코 쥐는 잡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다고 검둥이의 졸개가 되어 쥐 말고 다른 먹이를 잡으러 다니는 짓도 하지 않았다.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 누워 있는 것이 마음 편하고 좋았다. 선생 집에 있으면 고양이도 선생과 비슷한 성격이 되는가 싶다.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위가 약해질지 모른다.
선생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주인도 요즘에 와서는 수채화에 가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인지, 12월 1일 일기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오늘 모임에서 처음으로 ○○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꽤 방탕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제법 한량다운 풍채다. 이런 유의 사람은 여자들의 호감을 사게 되는 법이니, ○○가 방탕했다기보다는 방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적당한 말일 것이다. 그 사람의 아내는 게이샤라는데 참 부러운 일이다. 원래 다른 사람을 방탕한 자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대부분 방탕할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이 방탕하다고 자처하는 자 중에도 방탕할 자격이 없는 자가 많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방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수채화를 그리는 것 같은 일인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신만은 끝까지 한량인 양 행세한다. 요릿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한량이 될 수 있다면 나도 어엿한 수채화 화가가 될 수 있을 게다. 내가 수채화 따위 그리지 않는 것이 나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매한 한량보다는 시골 촌뜨기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

그의 한량론은 좀 수긍하기 어렵다. 또 아내가 게이샤인 것을 부럽다고 하는 건 학교 선생으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자기 수채화에 대한 비평안만은 확실하다. 주인은 이처럼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도 자만심은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사흘 뒤인 12월 4일의 일기에는 이런 일을 적고 있다.

‘어젯밤에는 꿈을 꾸었다. 내가 수채화를 그렸으나 도저히 작품이 될 것 같지 않아 아무 데나 내팽개쳐두었는데 누가 그 그림을 근사한 액자로 만들어 문 위의 벽에 걸어놓은 꿈이었다. 그런데 액자에 넣은 그림을 보니 내가 생각해도 갑자기 솜씨가 좋아졌다. 무척 기뻤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혼자 바라보고 있는데 날이 밝았고 잠에서 깼다. 역시 전과 다름없이 서툰 솜씨라는 사실이 아침 해와 함께 명확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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