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성인물 AV에 모자이크가 있는 이유

in #av6 years ago (edited)

세상에는 크게 두가지의 성인물이 있다

유모와 노모.

모자이크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둘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모자이크가 없는 것을 선택할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일본은 어째서 모자이크라는 장치를 고집하고 있는걸까?

우선 일본의 성인물 산업이 왜 모자이크를 사용하고 있는건지 알아보는게 좋을것 같다.

1969년 덴마크가 하드 코어 포르노를 합법화하면서 1970년대부터 서방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져 포르노 영화에 대한 규제가 해금되기 시작한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미국에서는 블루 무비(Blue movie,1969)와 모나(Mona; the Virgin Nymph,1970)에 이어 전세계를 강타한 목구멍 깊숙이(Deepthroat,1972)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표현의 자유와 검열이라는 아직까지도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전선의 선봉에 서게 된다.

블루 무비 앤디 워홀 BlueMovie 모나 Mona_the_Virgin_Nymph 목구멍 깊숙이 포스터 Deep_throat poster.jpg

  • 좌로부터 블루 무비, 모나, 목구멍 깊숙이 포스터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39201

  • 파란만장했던 포르노 스타 린다 러블레이스(일요신문)

일본도 이러한 영향으로 성인 영화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어야 마땅하나 산데이 고라쿠 사건이나 챠타레 사건등으로 인해 일종의 음란물에 대한 법리적 가이드 라인이 형성되어 있었고 영화 검은 눈(黒い雪, 1965)이 외설 도화 공연 진열죄로 기소되는등 서양처럼 시원스레 노출에 대한 자유를 얻지 못하는데 음란한 장면으로 공소된 내용을 참고하여 그 시대의 잣대라는 것을 가늠해보면 여배우가 전라의 상태로 옥외에서 달리는 장면, 젖꼭지를 애무하는 장면등이 언급되고 있어 지금 시대라면 에로 비디오까지 갈것도 없이 청소년 관람가에서도 슬쩍 지나갈만한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이야기는 일단 출판, 상영된 후에 법적 판단을 받는다는 점으로 2차 세계 대전에 패배한 일본 사회는 국가에 의해 행해지는 검열의 폐단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른바 자율 규제, 컨텐츠를 만드는 쪽에서 스스로 정화 작용을 해나간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갔고 영화계에서도 이에 맞춰 1949년 영화윤리규정관리위원회(구영륜)를 발족하게 된다.

이 후 이 기관에서 심의를 통과한 영화 태양의 계절(太陽の季節,1956)이 청소년들의 일탈을 조장한다는 명목으로 사회 문제화 되자 제 3자의 의견을 포함시키기 위해 외부 인사를 더한 영화윤리위원회(신영륜)로 진화하는데 이러한 자체 규제는 위에 언급한 판례를 근거로 진행되어 영화계에서는 영륜의 심의를 통과했다면 일단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갔다. 영화 검은 눈의 경우에도 이 영륜의 심의를 통과했으니 음란하지만 제작사와 배급사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무죄 판결을 얻어낸다.

태양의 계절1.jpg

  • (구)영륜을 (신)영륜으로 바꿔버린 닛카츠의 문제작 태양의 계절중 한장면.

그러나 세상은 달리는 법. 1950~60년대에 TV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영화관을 찾는 손님은 줄게 되었고 그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영화계 - 대표적으로 닛카츠(日活)와 토에이(東映) - 는 적은 투자로도 이득을 볼수 있는 성인 영화 체제로 체질 변화를 시도하게 되는데 부적절한 씬만 삽입된다면 비교적 넉넉한 제작비와 환경으로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수 있는 조건을 주어 많은 인재들에 의해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졌으며 이 시기에는 주로 소도구나 조명, 카메라 프레임 워크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방법으로 심의를 통과하게 된다. 1970년대 초반 성인물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메이저 성인물 업체인 닛카츠, 토에이, 니혼 비콧테(日本ビコッテ) 3사는 1972년 자체 심의 기구인 성인 비디오 자율 규제 윤리 간담회를 발족, 작품의 자체 심사를 실시하게 되었고 이 기구가 1977년 일본 비디오 윤리 협회. 비데륜의 모체가 된다.

여기까지 요약하자면

  • 일본 정부는 전쟁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명분을 잃었고 니들 맘대로 해라. 대신 책임은 법의 판단을 받아 니들이 져라.라는 것

  • 컨텐츠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좋지만 역시 법에 맞는 것은 아프다.

  • 그럼 때려맞기 전에 모여서 신뢰성이 있는 자체 규제 기구를 만들자. 그게 영화계의 영륜, 성인비디오계의 비데륜인 것.

1970년대 중반에 그러니까 비데륜이 세상에 나올 때의 상황이 중요해지는데 바로 가정용 비디오 시장이 활성화 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당시 비디오 테입의 가격이 비싸서 TV의 방송보다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일반 영화 시장은 일반적으로 그만큼의 비용을 들일만큼 매리트가 있지 못했으나 성인물 그리고 비교적 가벼운 비디오 카메라의 등장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태어난, 실전주의를 내세운 초창기 AV는 이 시기에 전체 판매량의 90%을 차지하는 위엄을 달성. 가정용 비디오 플레이어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으며 1980년대 거기에 더해 비디오 대여라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일정한 판매처마저 얻은 시장은 너도 나도 찍고 보자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무수정 작품, 일명 우라 비디오까지 나오는 판국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러한 모습에 자극을 받은 성인물 업계는 그에 준하는 합법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별과 무지개의 시.png

  •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된 최초의 우라 비디오. 별과 무지개의 시(星と虹の詩,1979)

그리하여 더욱 자극적인 장면에서 효과적인 모자이크가 대세로 떠오르게 되는데 필름으로 촬영하는 방식일때는 일일이 필름에 수작업으로 지우는 방법을 사용했으니 오히려 위에 언급한 소위 보이지 않게 찍는 방법이 더 효율이 좋았으나 편집 방법의 발달은 강모라 불리우는 슬로우 재생한 영상에 사각형이나 원형의 모자이크를 씌우는 기법으로 진화했고 거기에 더해 2000년대에는 PC가 등장, 월등하게 처리가 빠르고 거기에 세밀한 조정까지 가능한 디지털 방식의 편집 모자이크 기법이 등장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풀었으면 슬슬 남은 얘기를 해볼까.

일본 사회에서 금지된 성인물 판단의 기준은 다음 두가지로 볼수 있는데

  • 은밀한 부위가 보이는지 여부(공연음란)
  • 돈을 받고 실제 삽입이 이뤄지는지 여부(매춘)

모자이크는 안보이면 거기에 없다는, 제작자와 심의 기관을 만족시킨 기적적인 논리의 속임수로 일본 내에서 합법적인 시장을 얻어낸다. 그러니까 왜 거기에 모자이크가 있어야 하냐는 질문의 아주 정직한 답은 일본의 법. 엄청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지만 무시하고...

다른 답으로 꼽히는 것은 언급한 비데륜을 케이스에서 얻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neva.gif

  • 비데륜의 마크. 라이브로 보셨다면 연세가...

비데륜의 업적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성인물 시장에 공권력의 개입을 최소화 했다는 것.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냐면 실질적인 단속권을 가지고 있는 경시청의 퇴직 인사들을 영입해서 당국과 조율하는 통로를 마련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이는 비데륜이 경시청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곳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한 원인이 되기도 하며 실제로도 시장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비데륜에서 하는 심사라는 것은 세가지로 나뉘는었는데 제목 심사, 패키지 심사, 비디오 심사. 이 중 한가지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수정하여 재심사를 받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업체에게 상납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 퇴직 후 거의 놀고 먹는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괜찮은데 이러한 떡고물까지 떨어진다면 완전 금상첨화.

거기서 나오는 얘기가 규제로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다는 것.

비데륜은 치고 올라오는 셀(sell. 대여점은 비데륜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판매로 승부를 본 제작사들. 대표적으로 SOD)계에 비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다 이래서 해먹겠냐는 비데륜 가맹사들의 반발로 차츰 대세를 따라가던 중 2007년 심사가 불충하다는 이유(해당 작품을 본 업계인에 의하면 문제가 될 충분히 여지가 있었다 함)로 경시청 보안과에 의한 수사라는 날벼락을 맞게 되어 결국 소멸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러한 수사 이면에는 비데륜이 경시청 낙하산에 대해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던가 다른 심사 기관에서 더욱 후한 대우를 보장해 그렇게 되었다는 뒷담화가 있다.

어떤 이유가 됐든 현재의 일본은 부적절한 부위와 행위는 없다고 여기는 모자이크가 있는 성인물 AV만이 합법이다. 그러한 일종의 가식적인 행위가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몰라도 가림의 미학인 모자이크가 줄수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일부 여배우들은 모자이크를 최후의 자존심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모자이크로 인해 성인물 배우를 할거라 생각되지 않는 여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했고 또한 이러한 시각적 제한은 제작자의 새로운 발상의 근원이 되어 여러가지 기발한 장르와 행위의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언젠가는 분명히 일본에서도 시대적 요구에 의해 모자이크가 없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날에 기뻐할지 서운해 할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것을 다 볼수 있는 시대가 오더라도 모자이크가 있는 화면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이 준 여러가지 추억과 즐거움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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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첨부터 끝까지 정독해버렸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여...역시 홍철보다 맑음이..!

노빠진 홍철이가 그거구 맑음이가 그건가요! 서양은 당연히 노모지만 일본이라면 유모에도 좋은 여배우들이 많아서 ㅋ

이런 심오함 역사가 있었는디는 몰랐네요. ㅎㅎ 유모 여재우가 조금더 고퀼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좀 거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어타가 많네요 ㅠㅠ

젠장. ㅋ

많이 함축한 글이라 재미가 있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생각할때도 일본은 유모 여배우들이 더 좋은 편이예요 ㅋ 그래도 워낙 여배우들이 많아서 노모쪽도 괜찮은 여배우가 있으니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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