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99주년, 아직도 대학가에 버티고 있는 친일파 동상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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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99주년을 앞둔 가운데 친일 행적이 밝혀진 인물들의 동상이 아직 대학 캠퍼스를 지키고 있어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려대 창립자인 인촌 김성수의 서훈이 박탈되면서 고려대 내 동상 철거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이화여대에서도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에 친일행적 팻말을 설치하는 운동을 개강에 맞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일제 학도병‧정신대 참여 독려했던 친일파, 설립자란 이름으로 아직 캠퍼스에...

고려대에 동상이 세워진 김성수는 지난 1962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됐지만, 지난 13일 정부는 김성수의 서훈을 56년만에 박탈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김성수의 친일행적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 20명에 김성수도 포함됐다. 이에 인촌기념회 등에서 “강제동원된 것”이라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김성수의 친일행위를 인정했다.

동아일보 창립자이기도 한 김성수는 1938년에는 친일단체인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발기인이자 이사였고, 산하 비상시생활개선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면서 친일행위를 했다. 이후에도 흥아보국단 결성 준비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학병제·징병제를 찬양하는 글을 쓰거나 강연을 했다.

그러나 고려대에는 김성수의 동상 뿐 아니라 그의 호를 딴 ‘인촌기념관’을 두고 있으며, 같은 재단의 중앙고등학교에도 김성수의 동상과 인촌기념도서관이 있다.

이화여대에서는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조선YWCA 창설자이기도 한 김활란은 1936년 ‘아마기 가츠란’이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한 이후 조선총독부 관제단체에는 거의 다 참석하고, 매일신보에 정신대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글을 쓰는 등 친일행위를 벌였다. 매일신보 1938년 6월 9일자 신문에 김활란은 “기독교 여자청년들도 내선일체의 깃발 아래로 모여 시국을 재인식하는 동시에 황국신민으로서 앞날 기약하자”라고 내선일체를 찬양하며 정신대 참여를 호소하는 글을 내기도 했다.

연세대 초대 총장인 백낙준 동상도 연세대 중앙도서관 그대로 자리 잡고 있다. 백낙준은 태평양전쟁 당시 내선일체 지지 및 학병 모집 선동, 신사참배 장려 등 친일행각을 활발히 벌여온 인물이다. 그는 매일신보 1943년 12월 5일자 신문에 “새롭고 평화한 동아를 건설하려는 대동아는 지금 힘차게 진전하고 있다. 새 동아의 새벽은 환히 밝아온다.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그 광망(光芒)을 발할 대동아전쟁이 가지는 역사적인 사명이다”라고 찬양했다.

서울대 음악관 앞에 동상이 세워진 현제명도 친일 활동을 벌였다. 그는 ‘구로야마 즈미아키’로 창씨개명을 했으며, 1930년 친일 어용단체인 조선음악가협회를 결성하고 초대 이사장을 맡는 등 친일단체에 가담해 지도자로 활동했다.

추계예술대와 중앙여중고에도 친일 행위를 한 황신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황신덕은 중일전쟁 직후부터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면서 정신대 참여를 독려했다. 1943년에는 근로정신대 지원을 권유하는 강연을 했고 제자들인 경성가정여숙 학생을 여성근로정신대로 차출해 일본 군수공장에 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남대 교주인 박정희는 물론 상명대 설립자인 배상명, 인덕대 설립자 박인덕, 서울예대 설립자 유치진, 성신여대 설립자 이숙종 등 친일파들의 동상이 대학 캠퍼스에 자리잡고 있다.

고려대 “김성수 잔재 모두 청산해야”...개강 맞아 대학가에 친일 청산 움직임

정부가 김성수에 대한 서훈 취소를 결정하자 고려대 학생들은 “교내에 있는 김성수의 잔재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훈 취소 이후인 지난 15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민족을 저버리고 전쟁이라는 참혹한 행위에 동조한 죄는 그 어떤 업적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김성수 동상을 철거하고 교내 ‘인촌기념관’의 명칭을 변경하는 등 인촌 김성수의 잔재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통해 김성수 동상 철거를 요구했던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성수 잔재 청산 활동을 다시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김활란 동상 앞에 그의 친일행각을 기록한 팻말을 세우는 활동을 했던 이화여대 학생들도 학교측에 의해 철거됐던 팻말을 다시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1월 13일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은 이화여대 학생 1022명으로부터 100만원 가량을 모금해 김활란 동상 앞에 친일팻말을 세웠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교내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팻말을 철거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측이 설립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일파의 동상을 보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에서 친일행각을 한 설립자들을 소개한 자료를 보면 마치 민족지도자처럼 찬양하고 있다”면서 “동상은 이를 시각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진리와 양심을 가르치는 곳에서 설립자라는 지위만으로 동상을 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며 “명문이라고 자처하는 학교 운영 주체가 학생들이 올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지혜롭게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1운동 99주년을 맞았음에도 아직 친일 세력이 근대화의 선구자로 촉망받으며 그들의 동상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면 아직 역사적으로 청산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느껴진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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