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5시간 달리던 택시는 지옥” 200일째 ‘하늘감옥’에 갇힌 털보 기사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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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 높이 철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간이천막. '털보 기사' 김재주(58)씨는 지난해 9월 4일 스스로를 '하늘감옥'에 가뒀다. 그는 175일째 가로 2m·세로 2m 밀폐된 공간 속에서 홀로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김재주씨는 택시기사들이 속으로 끙끙 앓아왔던 노동문제를 다시 하늘 위에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는 23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털보기사 김재주(58)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북 전주시청 인근의 조명탑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김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택시지부장이다.

"1.5평 택시 공간보다 차라리 하늘이 낫다"
살기 위한 털보 기사의 두 번째 '몸부림'



'혼자서 외롭지 않냐'는 첫 질문에 그는 "좁아서 혼자 있을 공간밖에 없다. 괜찮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지옥 같았던 1.5평 남짓한 택시 공간보다 하늘이 더 편안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하늘 위로 올라간 이유는 '사납금제 철폐'와 '전액관리제 지급'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10년 넘게 도로를 누빈 그는 매번 택시에서 지옥을 경험 해야했다. 그는 "회사에 사납금을 내기 위해 좁고 밀폐된 공간 속에서 10~16시간 오래 앉아 운전했다"며 "건강 기능이 약화 됐다"고 말했다. 사납금은 택시노동자들이 운송 수익금에서 매일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금액을 수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택시운전사들은 회사에 12~15만원의 사납금을 내기 위해 10시간 ~14시간 동안 꼬박 일해야 한다. 그는 어깨 수술을 했고, 무릎이 안 좋아졌다. 김재주씨는 "장시간 과로 노동의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은 심근 경색 이런 거로 많이 쓰러진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불법·난폭 운전의 주범인 사납금은 시민을 안전을 위해서라도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고공농성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3년 1월 3일 새벽 5시, 40m 높이의 전주시 야구장 조명탑에 첫발을 올렸다. 천일교통 소속의 택시기사였던 김재주씨는 노조를 만들다가 해고됐다. '해고 철회와 민주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6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는 "회사는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차별하고, 기업노조는 회사측에 달라붙어버리니까 일하는 택시기사들만 힘들었다"며 "도저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당시 민주노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복직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패소로 뒤집히면서 다시 해고노동자가 된 상황이다.

그는 "사업주가 어용노조 만들어서 노조 위원장과 짬짜미를 해서 사납금 정해놓고 임금은 적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정근로시간을 4~5시간을 맺으면, 택시기사는 그 시간만큼만 최저임금만 받는다"며 "임금착취를 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료들 촛불로 '최강 한파' 이겨낸 털보 기사 "끝까지 간다"



김씨는 전주시청 앞 조명탑 위에서 '살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전주시에 택시 사업주의 관리감독과 전액관리제 시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전액관리제는 회사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월급제다. 전액관리제는 1997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택시 사업주는 택시 노동자들에게 사납금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4년도 넘게 사측과 전주시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가 일하는 전주에는 총 5000대의 택시영업 하고 있어 벌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주시의 용역조사 결과, 전주에 있는 택시 노동자가 1시간 동안 평균 1만 2천원을 번다는 결과도 나왔다. 택시운전기사들은 12~15만원의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선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을 초과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 그는 택시회사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책임있는 전주시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아 택시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와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김재주씨는 90세가 된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고공농성을 알리지 않았다. 한 가정의 가장인 그는 생계를 포기하고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랐다. 밑에서 올려주는 물로 얼굴을 겨우 씻고,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화장실도 고공농성장에서 모두 해결한다.

김재주씨는 '한파 때 춥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옷을 두껍게 껴입고 침낭 안에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면서도 "목동에서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지회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거기는 여기보다 더 추웠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를 지켜보던 이삼형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고공농성으로 다리근육이 수축되거나 심리적인 고통을 겪으며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주씨는 탑에서 내려올 때를 묻자 "밀폐 공간에서 복잡하게 생각하면 힘들어진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밑에서는 조합원들이 투쟁하고 있고 나는 모든 것을 싹 비운다는 생각으로 위에서 견디고 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북택시지부에는 법인택시 기사 1300~1400명 중 200명의 조합원을 소속돼 있다. 조합원들은 교대로 밑에 고공농성장 지키면서 끼니때마다 김재주씨의 식사를 올려주며 힘을 보태주고 잇다.

그는 매일 오후 6시에 고공농성장 밑에서 반짝 빛나는 촛불을 바라본다. 쉬는 날을 쪼개 농성장에 온 4~5명의 동료들과 시민들이 만드는 촛불문화제다.

그는 "제가 현장이 돌아가서 일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나은 노동여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누가 해도 해야 한다"며 "이 투쟁은 대충 끝낼 수가 없다. 전액관리제가 제대로 시행될 때까지 끝까지 간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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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갑니다

택시기사 분들의 많은 고충이 이뤄지길 바라네요... 팔로 하고 가겠습니다 좋은 소식도 많이 들려주세요 ^^

네 노력할께요 ㅎㅎ

우리나라는 노동환경이 너무 안좋은게 사실이고 반대로 사용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많은것 같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상호 가치를 인정받는 형태로 개선해나가면 좋겠습니다.좋은기사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슬픈 현실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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