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정치] 15% 지지율로 50% 정당이 되는 법: 정치개혁 이야기
15% 지지율로 50% 정당이 되는 법
오는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 이어, 아마도 한국정치가 제대로 바뀌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조사한 매월 첫번째주 정당지지율 추이를 보면, 2017년 1월 퇴진 분위기가 점차 높아지는 무렵부터 사실상 무소불위의 30% 이상 콘크리트 지지률을 보였던 자유한국당(새누리당) 세력은 정치적으로 몰락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속적으로 40~5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 민주당은 50% 정도의 의석 수를 자유한국당은 10% 정도의 의석수를 가져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처럼만 선거를 한다면 자유한국당이 50% 가까이 의석을 차지할 것이다. 지지율을 왜곡하는 선거구제도 때문이다.
선거의 결과를 통제하는 선거구제도
스포츠를 좋아하는가? 그러면 종목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 뭘까. 다시 예를 들어, 축구와 야구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의 크기가 문제라면, 축구를 야구공으로 하면 그것이 야구가 되는가. 경기를 결정하는 것은 룰, 즉 규칙이다. 비슷한 논리는 정치에도 적용된다. 뒤베르제의 법칙이라 불리는 오래된 정치학의 상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선거제도와 정치제도 특히 정당제도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증명이 불필요한 상식에 속한다. 그리고 정당제도는 곧 해당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결정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초>라는 책에서 왜 정당이 중요한지에 대해 간단한 사고실험을 소개한다. 100명이 모인 곳에서 대표를 뽑는다고 하자. 각자가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중 소수만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자고 결정해도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이런 파당의 본성이 바로 정당의 근거가 된다 편의상 정당으로만 특화하여 언급하는 것이 곧 무소속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세력없이 등장하는 무소속이 아니라면 그 성격상 파당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정당‘적’이라는 의미에서 함께 통용한다.
그리고 이런 정당들의 룰이 바로 선거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선거제도의 여러 요소 중에서 가장 본질적인 룰은 선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선출하는 대표의 숫자와 더불어 각각의 주권자인 국민들이 다른 국민들과 함께 어떤 ‘대표성’을 가지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든 선거제도의 논의에 있어서 선거구 논의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소위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 역시 선거구를 전국 단일 선거구로 한다는 것이라 단순화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한국의 선거구는 고양이가 제 목에 방울을 다는 격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국회가 결정하고, 지방의원 선거구는 지방의회가 조례로 결정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위원회 규정]
제24조의3(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① 자치구·시·군의원지역선거구(이하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라 한다)의 공정한 획정을 위하여 시·도에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둔다.
②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11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와 시·도의회 및 시·도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시·도지사가 위촉하여야 한다.
③ 지방의회의원 및 정당의 당원은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
④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함에 있어서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과 해당 자치구·시·군의 의회 및 장에 대하여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⑤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제26조제2항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고, 그 이유나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보고서를 첨부하여 임기만료에 따른 자치구·시·군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6개월까지 시·도지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⑥ 시·도의회가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는 때에는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하여야 한다.
⑦ 제24조제8항 및 제9항은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
⑧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한다.제26조(지방의회의원선거구의 획정) ①시·도의회의원지역선거구(이하 "市·道議員地域區"라 한다)는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그 밖의 조건을 고려하여 자치구·시·군(하나의 自治區·市·郡이 2 이상의 國會議員地域區로 된 경우에는 國會議員地域區를 말하며, 行政區域의 변경으로 國會議員地域區와 行政區域이 合致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行政區域을 말한다)을 구역으로 하거나 분할하여 이를 획정하되, 하나의 시·도의원지역구에서 선출할 지역구시·도의원정수는 1명으로 하며, 그 시·도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관할구역은 별표 2와 같이 한다. <개정 1995.4.1, 2010.1.25>
②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는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그 밖의 조건을 고려하여 획정하되, 하나의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에서 선출할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정수는 2인 이상 4인 이하로 하며, 그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정수는 시·도조례로 정한다. <개정 2005.8.4>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시·도의원지역구 또는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를 획정하는 경우 하나의 읍·면(「지방자치법」 제4조의2제3항에 따라 행정면을 둔 경우에는 행정면을 말한다. 이하 같다)·동(「지방자치법」 제4조의2제4항에 따라 행정동을 둔 경우에는 행정동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시·도의원지역구 또는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 <개정 1995.4.1, 2005.8.4, 2010.1.25>
④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는 하나의 시·도의원지역구 내에서 획정하여야 하며, 하나의 시·도의원지역구에서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을 4인 이상 선출하는 때에는 2개 이상의 지역선거구로 분할할 수 있다.
'고양이가 제 목에 방울을 다는 격이라고?,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있잖아?'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2015년 [공직선거법] 개정 전까지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각각 국회와 지방의회 소속이었다. 구성권한? 당연히 국회와 지방의회에 있었다. 독립성은 바닥이고 공청회는 없었고(물론 지금도 없지만) 기존의 의원들에게 유리한 식의 선거구 나눠먹기가 버젓이 자행되었다. 오죽하면 2015년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로 옮기도록 법을 개정했을까. 다른 나라는 어떠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2015년 법 개정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해 국회에 제출한 설명자료를 보면, 미국이나 일본을 제외하고 다수의 나라에서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별도 기구로 구성되어 있고 그 결과에 대해 의회가 수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선거구가 현실 정치구도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지 않아도 당선된다? 21세기의 일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에서 뽑은 419명의 구의원 중 22명은 소위 '무투표당선자'다. 그러니까, 22명이나 되는 구의원들은 유권자의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구의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선거구에 있다. 그러니까, 지금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구제도가 무투표당선을 만들었다. 2014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은 총 419명의 기초의원을 뽑기 위해 설치한 선거구가 159개 였다. 산술적으로 보면 하나의 선거구마다 2.6명을 뽑은 셈이다. 그런데, 이 중 비례대표 기초의원(53명)을 빼야 한다. 그러면 하나의 지역구에서 뽑는 의원수는 2.3명으로 낮아진다. 사실상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단 2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셈이다.
실제로 2014년의 선거구를 보면, 전체 선거구의 70%에 달하는 111개가 2인 선거구다.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 4인 선거구의 차이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몇 명의 의원을 뽑는가하는 것이다. 2인 선거구는 1등과 2등, 3인 선거구는 3등까지 기초의원이 된다. 문득 생각하면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어쨌든 다수 득표자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1등과 2등 사이가 2등과 3등 사이에서 발생한다. 다시 맨 앞의 정당별 지지율을 보자. 1등은 더불어민주당이고 2등은 자유한국당이다. 이 둘의 차이가 30% 이상이다. 하지만 2등과 3등의 차이는 고작 몇 %에 불과하다. 그런데 2인 선거구로 가면 1등과 2등은 같아지고, 2등과 3등은 극으로 나뉜다. 지금 상황대로라고 한다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1석씩 의석을 나눠먹을 공산이 크다. 자유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은 낮더라도 현실에선 후보가 현직 구의원일 가능성이 크고, 중앙정치에 비해 더 보수적인 지방정치의 현실상 자유한국당이 1등 당선인 곳은 별로 없겠으나 2등 당선인 곳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깰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기득권이 깨진다
이것이 고작 15% 정도의 지지율만 유지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50%를 가져가는 마법의 정체다. 진보정당들이 열심히 해서 자유한국당을 이기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아에 새롭게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면 가능할 수 있지만 이미 지역에 고착되어있는 기득권 구조를 진보정당의 실력 만으로 넘긴 어렵다. 그래서 지지율보다 더 배려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지율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구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안은 완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한 자치구를 전체 선거구로 해서 의원 정수만큼을 정당 지지율대로 나누면 된다. 무소속의 경우에는 선거용 정당 설립을 허용하는 식의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법도 많이 바꿔야 하고 복잡하다면,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4인선거구를 늘리자는 것이다.
그러면 최소 한 선거구에서 4명의 후보가 뽑히게 되고 이들의 득표율 총합은 해당 선거구의 투표율과 유사하게 될 것이다. 즉, 사표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1등은 1등의 몫을, 2등은 2등의 몫을, 3등은 3등의 몫을, 4등은 4등의 몫을 가져가고 이를 통해서 3등이 2등이될 가능성을, 4등이 1등이 될 가능성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2인 선거구제도로는 의미있는 3등을, 기적같은 4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조건 2등만 지키면 전체의 50%를 차지할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법 개정 이후 최초로 서울시에 설치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기존 2인 선거구를 통합해서 38개의 4인선거구를 만들자고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도 반대의견을 밝혔다. 당연히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선 10~15%의 정당지지율만으로도 지방의회의 50%를 차지할 수 있는 현행 선거구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아마도 1-가, 1-나와 같이 복수 출마해 둘다 당선시킬 꿈을 꾸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외려 의도치 않게 자유한국당 의원을 파트너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아래 표에서처럼 여야가 동수인 지방의회를 만들 것이고, 또 다시 지방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맨날 의장가지고 싸우고, 조례안 통과가지고 싸우는 것은 합리적 토론보다 수의 우위를 통해서 상대방을 누르는 것이 용이하도록 만드는 선거제도 때문이다).
아마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2인 선거구를 고집해서, 기존과는 별로 다르지 않는 선거구로 오는 6월 선거를 하게 되면 원치 않더라도 자유한국당의 부활을 보게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런 기득권 구조의 달콤함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어쩔 수 없는 기득권인 더불어 민주당의 책임이겠다. 많은 경우 선거구를 비롯한 정치제도 문제를 정당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적어도 이런 선거의 결과가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방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네에 시의원을 안다면 동네 시의원에게 4인 선거구를 요구하자. 자기 동네 구의원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그 사람이 다시 구의원이 되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인지 자문해보자. 2년마다 살던 지역을 옮겨야 하는 사람이라면, 자유한국당이라도 더불어민주당이라도 '우리 동네 구의원은 괜찮어'라는 요행수가 아니라 어디로 가든 소수라도 자신에게 맞는 의원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이익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끝]
*사는 동네에 따라 표의 가치가 2배 이상 난다는 것을 알고 있나? 서울과 전라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로구의 수궁동과 온수동의 차이다. 현행 2인 선거구가 표의 등가성을 얼마나 훼손하는지는 다음 글을 통해서 살펴본다.
이번에 무투표 당선 선거구 수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게 된 두개 구만 4명씩이라니........... @홍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