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2. 선박의 연료 (ISO 8217)
1.개요
사실 두 번째 조선 산업에 대한 정리 글의 주제로 <환경규제> 혹은 <선박의 추진기관> 등을 떠올렸습니다. 현대중공업에 투자를 결정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키워드가 'IMO 환경규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해당 주제로 정보를 찾고 정리를 해서 글을 쓰던 중이었는데, 생각보다 선박의 연료에 대해서 설명해야하는 부분이 많아서, 아예 선박의 연료를 따로 정리하고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선박의 추진용 연료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도 해당 분야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틀린 사실이 있을 수 있으니 이점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2.연료의 종류
선박 추진기관에 사용되는 연료는 크게 액체연료와 가스연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액체연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석유(액체연료)
내연기관에서 사용되는 액체연료는 대부분 석유계 연료로, 탄화수소입니다. 혹시 고등학교 때 화학을 배우셨다면, 탄화수소를 그 구조에 따라서 지방족, 방향족, 나프텐족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셨을 것입니다. 혹시 안배우셨다면, 그냥 석유계 연료는 탄화수소이며, 지방족/방향족/나프텐족으로 구분할 수 있다라고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아, 탄화수소는 탄소와 수소만으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화학 시간이 아니니까 여기까지만 알아주시면 됩니다.
석유는 그 자체로 많은 종류의 탄화수소의 복잡한 혼합물입니다.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석유를 우리는 원유라고 부릅니다. 이때 원유 중에는 소량의 유황, 수분, 화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차후 언급될 환경규제는 대부분 저 소량 포함된 물질들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물질에 대한 규제입니다. 유황이 연소되면, SO2(이산화황), SO3(삼산화황) 등이 되고, 수분과 화분은 물과 결합하여 H2SO4(황산) 등을 생성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해당 물질들은 유독물질입니다. 황산은 기관을 부식시키고, 이산화황/삼산화황은 인체에 상당히 유해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온갖 물질이 섞여 있는 원유를 비등점 차이를 이용해서 각종 석유제품으로 구분합니다. 그걸 정유라고 합니다. 비등점은 끓는 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그러면 아래처럼 각종 석유제품으로 구분이 됩니다.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적었다가 싹 지웁니다. 연료 정리하기로 했으니 정말 제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가볍게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저기 정유탑에서 Fuel oil(중유)를 주로 선박 연료로 주로 사용하고, 유황함량이 높아서 앞으로는 환경규제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고만 알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연료유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해보려고 구글링을 하면서 찾아보니, 선박용 연료유 성분 및 품질에 대한 규정은 IMO에서 채택한 MARPOL 조약의 세부 조항 MARPOL Annex VI/Reg.14와 MARPOL Annex VI/Reg.18 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각 규정을 클릭하시면 해당 MARPOL 규정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 성분이나 품질에 대한 규정보다는 '종류'가 궁금한 것인데, 찾아보니 업계의 기준은 ISO 8217 이라고 합니다. (클릭하시면 ISO 8217 PDF 문서를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선박 연료유는 HFO(Heavy Fuel Oil)와 LFO(Light Fuel Oil) 그리고 HFO와 LFO 사이에 IFO(Intermediate Fuel Oil)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ISO 8217 2017은 이걸 다시 크게 Residual과 Distillate로 구분합니다. 정유 과정에서 남은 잔유에서 온 석유(Residual)인지, 가스 형태로 유출된 것을 통해서 얻은 석유(Distillate)인지로 구분하는 것 입니다.
실제 ISO 8217 2017 분류는 아래와 같습니다.
즉, 선주가 입항해서 자신의 배 엔진의 사양에 맞는 연료유를 벙커링 업체로부터 구입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품목명은 RMA10, RMB30 등 위에 보이는 이름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선박의 연료유에 대해서 조금 공부해보다보면, 꼭 MGO, MDO 등의 단어를 만나게 되지 않습니까? 이건 어떤 분류일까요? 열심히 알아보니, 통상 Distillate Oil을 통칭해서 MGO/MDO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둘다 Distillate 이기 때문에 당연히 LFO이며, 유황 함유량은 Residual(잔유) 계열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기술적인 연료유의 구분은 위와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연료유에는 추가적인 스펙이 있습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선박용 연료유의 MARPOL 조항(MARPOL Annex VI/Reg.14)를 위한 스펙입니다. MARPOL Annex VI/Reg.14은 Sulphur oxides(총황산화물, SoX)에 대한 규정입니다. 특정 해역 항해시 황 함유량이 X% 이하이면서 총황산화물 배출량이 Y%이하인 연료유를 사용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1.5% 수준으로 규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Sulphur oxides에 대한 규제 정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엄격해집니다. 2020년 부터는 0.5% 이하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만족하는 연료유를 사용해야 합니다. 위의 ISO 8217 규정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아직 황산화물 배출량 .5%를 만족시키는 규격이 없습니다. Distillate도 가장 빡빡한 DMX 규격이 Max 기준으로 1% 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대두되는 차세대 연료가 LNG 입니다.
LNG
액화천연가스인 LNG는 지하 또는 해저의 가스전에서 뽑아내는 가스 중에서 상온에서 액화하지 않는 성분이 많은 건성 가스(dry gas)를 수송이나 저장이 용이하도록 액화한 것으로 보통 '천연가스'라고 부르는 물질로, 주성분은 메탄(CH4)입니다. 따라서 황산화물 배출량이 기존의 연료유 대비 현격하게 줄어듭니다.
다만, 장비의 문제와 경제성의 문제로 현재는 아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선박의 연료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벌써 이와 관련해서 언급된 키워드가 2가지 있습니다. 추진기관과 환경규제입니다. 다음에는 해당 주제들과 관련된 조선 산업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P.S 위의 선박 연료유 스펙에 대한 사항을 이해하고 나면 이제 벙커링 오일 가격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아래 벙커 오일 가격 자료를 비교하면, SoX 규제에 따라서 선박의 연료유의 바꾼다는 것은(IFO380 -> MGO) 엄청난 유류비용 상승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World Bunker Prices (URL : https://shipandbunker.com/pri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