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STORY] 여행을 떠나왔다는 느낌

in #travel6 years ago

여행을 떠나왔다는 느낌


여행을 떠나왔다는 느낌이 비로소 들 때는 호텔에 들어가 TV를 켰을 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와 방 안에 가득 찰 때다.
최갑수 <위로였으면 좋겠다.> P15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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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여행작가이자 시인. 그의 문장을 여행하다 보면 가끔은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 마치 속마음을 들킨 것 마냥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빈티지 여행사진과 함께 감성적인 에세이를 담은 ‘위로였으면 좋겠다’ 에서는 몇 번이고 그러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행을 떠나왔다는 느낌이 비로소 들 때는 호텔에 들어가 TV를 켰을 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와 방 안에 가득 찰 때다.’

이 문장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공감의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매번 호텔에서 그 순간을 느낄 때마다 ‘나만 그런 걸까?’ 하고 자신에게 되물었었는데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공감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여행의 첫날, 둘째날보다몇 일이 더 지나 여행에 익숙해질 때쯤 항상 찾아오곤 했다.

여행일정을 끝내고 호텔에 도착하면 침대에 누워 TV를 먼저 켜는 편이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오지만 채널을 돌리지 않고 몇 십분 동안 멍하니 현지 방송을 시청한다. 그러다 보면 익숙해진 여행의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게 여행을 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나 여행을 이해하는 관점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여행자에겐 호텔의 TV가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숙소에 도착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 좋은 순간이나 비행기가 착륙 후 승무원의 친절한 안내방송이 기내를 가득 채울 때와 같이 직접적인 상황에서 여행을 떠나왔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런 현상의 순간순간을 메모하듯이 기억하다 보니 이제는 불현듯 찾아오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여행에서 떠나는 순간은 공항에 도착해 모든 수속을 마치고 탑승게이트에서 타게 될 비행기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느꼈던 것 같다. 비행기는 여행의 첫번째 동반자이며, 일상과 여행을 구분 짓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비행기를 처음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정말 내가 여행을 가는구나 싶었다. 여행을 떠나온 걸 가장 먼저 느낀 순간은 출국장 게이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현지인들을 바라볼 때 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들을 맞이하는 그 따뜻한 미소와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가 마치 여행을 떠나온 나를 반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여행중이라면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여행을 떠나왔다는 어느 한 순간의 느낌을 기억해두는 건 어떨까? 그럼 분명 다음여행에서 이 소소한 느낌 하나가 불현듯 새록새록 떠올라 잊고 있던 여행의 감성을 되살려 당신의 여행을 더욱 설레게 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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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로망이 피어오르게 만드는 글입니다.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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