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풀며』 — 과학이 설명하는 자연의 경이로움

in #bu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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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만 나지 않으면 80년 정도를 살 수 있고, 모든 인류가 식량생산에 동원되지 않아도 되며, 생활의 반경을 지구 전역으로 넓혀 놓은 것은 다름아닌 과학이 이루어낸 결실이다.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은 정치가나 관료가 아니라 과학자들이다. 불행히도 그들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사물이라 말이 없으며, 따라서 시로써 축복할 수 없다. 과학자들 틈에 끼여 있으면 나는 귀족들이 모인 응접실에 잘못 걸어 들어온 누추한 목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과학은 인생을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공허하지 않고, 의미있게 만들어야 하는 주체는 스스로임에도, 공동의 목적이 더 편안하고, 주어진 사명이 맹목적인 헌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과학은 당신이 무슨 목적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만을 간접적으로 얘기해 주고 있을 뿐이다.

『무지개를 풀며』는 무지개를 프리즘으로 분석한 뉴턴(1643 ~ 1727)에 대한 키츠(John Keats, 1795 ~ 1821)의 비난으로 시작한다. 신비한 대상이 분석되면서 시정(詩情)은 말살되었다는 이러한 비판에 대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의 변론서라 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의 선입견과 관계없이 답에 이르는 길이 아무리 멀고멀어도, 시시하고 가벼운 속임수로 연출된 우주보다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존재하는 질서 정연한 우주가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또 하나의 문화적 미신이라는 생각 만큼 힘빠지는 논쟁도 없지만, 도킨스는 이러한 논쟁조차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유행 편승주의자들은 과학이 단지 여러 문화적 믿음 중 하나로 어떤 문화적 미신보다 더도 덜도 유효하지 않다고 여긴다

과학적 사고는 내재된 능력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서, 혹은 스스로 학습을 해서 얻을 수 밖에 없다. 과학이 수 많은 종교인이나 비과학자들로 부터 다른 미신이나, 믿음과 다를 바 없다는 동급 매도를 당하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학습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이러한 학습이 외면되어야 하는 문화에 묻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윈주의자로서 나는 신기한 우연의 일치에 감격하는 우리의 심리(경향이 없는 곳에 있다고 보는 심리)가 우리 조상의 평균 개체군의 크기와 그들의 일상생활의 제한된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이 책을 통해 도킨스가 느끼는 과학의 경이로움까지 함께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가 느끼는 경이로움은 마치 악보를 보고 느끼는 경이로움과 같은 것이어서, 악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조차 취향에 따라서 느낄수도 있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악보조차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조차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경이로움의 감정은 인간 정신이 닿을 수 있는 최상의 경험 중 하나이다. 그 깊은 예술적 감동은 최상의 음악과 시가 가져다주는 것과 비견된다. 그것은 진정 인생을 살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며, 특히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줌으로써 더욱 효력을 발휘한다.

이 책은 지루하지 않으며, 일부 과학적 사실들이 낯설 수는 있지만, 즐겁게 읽다보면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가 느끼는 경이로움이 공감할 만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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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sukang 님 안녕하세요. 스티밋은 태그사용이 중요합니다. kr 또는 kr-book 같은 태그를 추가하면 좋을 것 같네요:)

@환영해

그렇군요. 좋은 조언 고맙습니다. 해당 태그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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