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말하는 우리 뇌가 가짜뉴스에 끌리는 이유: 그럼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in #kr-pen6 years ago

지난 (2018년) 7월 29일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에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출연하여 대담을 나눴습니다. 신간에 대한 얘기(라고 쓰고 광고라 읽히는)를 나눴는데,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 소개합니다. 활자로는 여기서 확인 가능 합니다: http://www.nocutnews.co.kr/news/5008048

앞 부분에는 4차 산업 혁명과 창의성 얘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은 넘어가고요,
후반부의 주요 화두는 이렇습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결정장애가 있는데, 왜 가짜뉴스에는 그렇게 잘 끌리는가?"

얼핏 보면 모순인 것 같습니다. 위 내용에도 나오지만 결정장애가 사람들에게 유행(?)인 이유는 정보의 과다 노출 때문입니다. 고려해야 할 정보가 늘어날 수록 장/단점 혹은 비교우위가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는 줄어들고, 각자의 선택에 대한 확신 역시 따라서 줄어들죠. (정교수는 또한 실패를 용납치 않는 사회 분위기도 언급합니다만 그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왜 뉴스라는 정보의 홍수에서 어떤 뉴스 (또는 정보)를 택할 지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신뢰를 보내는가?

이에 대해 정재승 교수는

◆ 정재승> 우리 뇌가 이야기, 에피소드라고 하죠. 이야기 형태의 정보에 대해서 훨씬 더 ‘이것은 꼭 기억해야 돼.’라고 따로 저장해 두는 영역이 있어요. 그런데 가짜 뉴스는 대개 이야기로 나오고요. 그것을 고치는 팩트 체크는 나중에 정보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인 지루한 지식들보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훨씬 더 뇌가 빠르게 반응하죠. 게다가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그 정보원이 중요한데 내가 이걸 어디서 들었느냐.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정재승> 신뢰할 만한 곳이냐. 이런 것이 중요한데 이야기는 따로 잘 저장하는 뇌 영역이 있는데 이걸 어디에서 들었는지에 관한 그걸 저장하는 뇌 영역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요.
◇ 김현정> 그래요?
◆ 정재승>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경우 많아요. 또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어디서 들었지?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정재승> 그리고 실제로 내가 겪은 일인지 어디서 들은 얘기인지 영화에서 본 건지 헷갈리고.

즉, 가짜 뉴스 중 특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로써의 뉴스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뇌는 (진화적으로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야기를 잘 저장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전 옛날 이야기가 잘 기억이 안나서 아이들이 들려달라고 하면 난처해서... 하지만 옛날 이야기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듣는 거니까.. 난 아직 할아버지는 아니니까...(엥?))




저는 여기 스티밋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가끔 봅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죠:

사람1: (본문 글이나 댓글에서) A는 B일지도 몰라
사람2: 그렇구나, A는 B일지도!

다른 곳에서
사람2: A는 B라는데?
사람3,4,...: 그렇구나, A는 B구나...

그렇게 A는 B가 됩니다...

이렇게 사실일지 아닐지 모르는 "A는 B다"라는 명제가 퍼져나가는 모습에서, 이게 SNS의 한계이자 본질인지 아니면 인간 본성의 문제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전공분야에서 저런 현상이 나타나면 발끈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위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런 "이야기" 전파에 최적화된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요.


라디오 대담에는 이후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더 웃긴 건 뭐냐 하면 처음에는 확신을 해요, 스토리식으로. 그것도 내가 잘 아는 사람이 ‘너만 봐.’ 이러고 주니까 진짜 같아서 믿다가도 가짜 뉴스라고 알려줬어요. ‘틀렸다, 그거 아니다.’ 그런데도 뇌가 계속 그것을 진짜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대요, 가짜 뉴스를. 그것은 왜 그렇습니까?
◆ 정재승> 진짜라고 받아들인다기보다 그것에 영향을 받죠. 그러니까 그 가짜 뉴스가 없었을 때보다 가짜 뉴스를 한 번 듣고 나면 그 사람에 관한 신뢰나 존경심이 줄어든다거나 ‘그거 아니래.’라고 얘기는 했는데 아니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것을 처음 들었을 때 상대에 대한 신뢰나 존경심이 그 가짜 뉴스로 인해서 떨어졌던, 그것이 회복되지 못하는 거죠.
◇ 김현정> 그 신뢰에 대해서는 회복이 못 된다.

자신이 들었던 뉴스 이야기가 가짜인 것이 판명되어도 한 번 손상된 신뢰는 다시 원상복귀 되지 않는다. 역시 비슷한 이야기 입니다. 인과관계 혹은 논리는 사라지고 남는 건 이미지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짜 뉴스로 구축된 신뢰가 가짜라 판명되어도 다시 없어지진 않는걸까요? 그래서 우리들 인간의 뇌 속에는 적든 많든 맹목적 추종과 혐오가 사라질 수가 없을까요?


마지막으로 정재승 교수는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과학자적 자세를 당부합니다. 비판적이면서도 열린 자세를 견지하라는 거죠.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마치 "중용"같은 거죠. 팔랑귀와 옹고집 사이 어느 지점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 가운데가 어디쯤인지, 그리고 현재 내 위치는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까요. 또한 비판적인 자세에서 비판이란 결국 각자 개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인데, 에스키모에게 야자수의 진위 여부는 너무 어려운 문제일 테니까요.

또한 "내가 비판적이며 열린 자세를 견지하기만 하면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열린 자세라면 결국엔 어떤 적당한 합의가 이뤄지고, 거짓은 걸러 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기 누군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보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하는 얘기에요. 남의 말 잘 안듣는 그 사람은 또 자기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만한 위치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법원에서 판결난 적도 없는데 마치 사실인양 동네방네 떠들면서 선동하는 걸 보면서, 스트레스 받아도 그냥 무시하며 지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아니라고 말해주면 언젠가는 알아 들을건지...


어쩌면 그냥 듣고싶은 것만 듣고, 듣기 싫은 얘기는 뮤트하고 살면 그러면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더 행복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일상 생활이 피곤해져도, 의심하고 비판하면서 받아들이는 과학자적 자세를 견지하려 합니다. 그래서 일단...

진짜 뇌가 이야기와 정보를 달리 취급하는 지부터 의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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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생물학자시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표본도 많이 구비하시고.. ^^

옹고집들에게 과학자적 자세를? ㅎㅎ 어렵죠 ㅎ

그런데 또 그런분들이 자기는 열려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참... 보면서 나는 어떤가 항상 돌아보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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