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본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9편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2017년은 이상하리만치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를 많이 본 한 해였다. 그래서 정리해보는 짤막한 영화 감상평. 단순히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 아니라,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이병헌, 강동원 주연의 ‘마스터’나 마동석, 윤계상 주연의 ‘범죄도시’ 같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 되었으나 실화라고 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는 영화들은 제외하였다. 나열한 순서는 영화를 본 순서.
카트
2007년에 있었던 이랜드 홈에버 부당해고 사건을 그린 영화다. 보면서 너무나 답답하고 사람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작 저 당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부끄러운 감정도 든다. (사실, 지금도 어디선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정말 드라마틱한 시대와 배경이 아닌, 너무나 가까이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내용이다. 무거운 소재라서 그런지 흥행 면에서는 좋지 않았는데,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 연기 구멍도 없어서 추천할만한 영화.
덩케르크
2차 세계대전 당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기반으로 한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IMAX로 봐야한다는 리뷰가 많았다. 덕분에 처음으로 IMAX로 본 영화인데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 IMAX가 아니었다면, 특히 극장이 아니었다면 재미가 많이 반감 됐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사운드 때문이다. 그 동안 많은 전쟁 영화를 봐왔지만, 적이 한 번도 안 나온 영화는 없었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과 소리만으로,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대단한 현장감을 지닌 영화다. 시간의 축을 달리하여 전개되는 면도 흥미로웠는데,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미국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의 저격수인 크리스 카일을 그린 영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미국 육군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치명적인 스나이퍼.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에 본인과 가족에 미치는 영향까지 잘 나타나있다. 안타까우면서도 공감이 되어 시간이 지날 수록 몰입될 수 밖에 없는데,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장면을 보고 난 먹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일하는 군인이나 소방관 등에 대한 대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단순히 미국식 영웅주의가 아니라, 진짜 군인을 존중하는 점이 보여서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메리칸 메이드
예고편만 보고서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떠올라서 극장에 가서 봤으나, 그다지 재미는 없었던 영화. 내가 미국 역사를 좀 더 알았더라면 좀 더 즐길 포인트가 있었겠지만, 그닥 아는게 없었으므로... ㅠ 그렇다고 베리 씰 이라는 이 사람에 대한 흥미가 많았다면 미국 현대사를 뒤적거릴 의욕이 생겼겠지만, 이 또한 그렇지 않았으므로 무언가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잘 정리된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점도 핑계 중 하나 :)
밀정
김지운 감독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없어졌다. 대표작인 ‘장화, 홍련’이나 ‘악마를 보았다’가 취향 밖이라 안 보기도 했지만, ‘놈놈놈’은 그냥 저냥했고 ‘반칙왕’은 많이 별로였기 때문에 약간 과대포장된 감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로 완전히 이미지가 바뀌었다. 2017년에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 최고급이었고, 극장에서 못 본 것이 많이 아쉬웠다. 집에서 영화보면서 2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본 적이 있었던가... 특별출연이라기엔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보인 이병헌을 비롯, 모든 주조연 배우들, 특히 엄태구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캡틴 필립스
이 영화 때문에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됐다.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 ‘이건 실제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현장감을 보여준다. 실제 해적은 아닐까 싶은 해적 역할의 배우들과 말이 필요없는 톰 행크스, 그리고 ‘본 시리즈’를 만든 폴 그린그래스 감독까지... 극장에서 봤었으면 ‘덩케르크’ 때처럼 더 빠져들어 봤을 것 같은 그런 영화다. 당시 국내에서는 흥행이 저조 했던 것 같은데, 이대로 묻히기엔 많이 아쉽다. 미국에서는 1억불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
극비수사
곽경택 감독은 참 미스테리한 감독 같다. 주위에 곽경택 감독 영화 좋다, 기대된다는 사람 본 적이 정말 한 번도 없다. (단, ‘친구’는 예외. 멀티플레스가 요즘 같지 않던 시절에 19금 영화로 800만 넘긴 것은 정말 역대급이니. 내가 니 시다바리가,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니가 가라 하와이, 고마해라 등 아직도 회자되는 대사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여튼, ‘친구’조차 요행으로 치부하고 모든 필모그래피를 무시하는 발언을 쉽게 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꽤 높은 확률로 200-300만 관객을 불러들인다. 정말로 미스테리... 그리고 ‘극비수사’도 그 중 하나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어깨와 눈에서 힘을 빼서 평가가 좋았던 것 같고, 나 또한 그렇다. 실화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소재이고, 잘못하면 유치하고 허무맹랑해지기 쉬운 내용인데,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서 좋았다.
라이언
나 또한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는 입장에서, ‘구글 어스를 만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집을 잃고 호주로 입양된 인도 아이가 25년이 지나서, 구글 어스로 고향을 찾아 가족을 다시 만난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이를 입양한 호주 어머니 역할의 니콜 키드먼이 말하는 장면이다. 세상에는 이미 사람이 너무 많고, 불쌍한 아이들도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그 장면은, 대사와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다른 하나는 모든 가족들이 모이는 실제 영상.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이 영화도 참 믿기 힘든 거짓말 같은 실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후, 자기 자신과 아이들에게 웃을 일을 만들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문 닫기 직전의 동물원이 달려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다는 이야기로, 누가 들어도 거짓말 같은 이야기인데 실화다. 이미 ‘올모스트 페이머스’로 잔잔한 실화를 영화화하는데 탁월함을 보였던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작품이고, 영화평도 좋았던지라 보는 내내 편안하고 즐겁게 봤다. 첩보요원 맷 데이먼도 좋지만 ‘마션’, ‘굿 윌 헌팅’ 때 처럼 힘을 쫙 뺀 맷 데이먼도 참 좋다. (그래서 ‘다운사이징’도 많이 기대 중) 맷 데이먼의 딸은 정말 너무너무 귀여웠다. 보통 아역을 이뻐하지 않는 편인데 보는 내내 귀여움이 폭발하여, 저 아이는 도대체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요즘엔 주연급으로 자주 나오는 엘르 패닝이다. 나는 정작 처음 봤는데, ‘저래서 스타가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움 :) 그리고 중간 중간 나오는 OST가 참 좋다.
스포트라이트 추천 드립니다.
실화기반인데 정말 명작입니다.
앗, 그 영화도 봐야지.. 하고 있다가 까먹은 영화네요 ㅎㅎ
조만간 챙겨봐야겠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 정말 재밌었습니다...마지막부분은 조금 슬펐지만...ㅠㅠ좋은 영화들이 많네요 글 잘보았습니다:)
맞아요. 뒷부분의 먹먹함은 정말.. ㅠ 느끼는게 많은 엔딩이었어요.
히든 피겨스도 재밌더라고요 안보셨다면 추천
앗 이것도 관심작입니다. 그러고보니 실화 기반의 영화가 참 많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