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성 대리의 소소한 이야기, 채식을 시작하다

in #kr-newbie6 years ago

사실 너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내가 처음으로 채식주의자가 되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27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강아지를 키운지 10년차, 캣맘생활 2년차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동물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명체라고 생각해서 먹지 않는다.

강아지와 한 집에서 살다보면 느낄 수 있다. 우리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그저 나와 다른 신기한 생명체로 바라보다가, 나를 조르며 원하는 것을 기필코 얻어내는 모습, 엄마한테 혼나면 어쩔 줄 몰라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의 강아지와 생활하다 보면 이 아이는 그저 ‘개’로 우리집에 얹혀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걸 깨닫게 된다.

강아지에서 시작한 동물에 대한 유대감은 고양이에게까지 닿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나는 간택을 당했다. 어느 날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우리집 앞에 나타났는데, 우두커니 앉아 ‘야옹’하는 그 모습이 마치 나에게 ‘밥 좀 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캣맘이 되었다. 엄마 고양이는 항상 새끼가 사료를 다 먹고난 후에야 맘편히 밥을 먹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엄마 고양이를 보면서, 우리가 으레 사용하는 ‘인간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사람 중심적인 단어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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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고양이는 항상 밥 먹기 전에 기도하듯 밥을 쳐다보곤 했다

닭가슴살을 주었던 날. 빠르게 헤치우고 날 쳐다보던 모녀

근본적인 질문, 나는 꼭 육식을 해야하는걸까?


이렇게 집에서는 강아지, 길에서는 고양이를 친구삼아 생활하는 나를 계속 불편하게 하는 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끝나지 않는 논쟁인 ‘강아지만 불쌍하느냐, 다른 동물은 그럼 왜 먹느냐’였다. 나는 이 점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점 때문에 ‘나는 꼭 육식을 해야하는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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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질문, 나는 꼭 육식을 해야하는걸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내가 꼭 육류를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라면, 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인 도리를 하고싶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동물복지농장이나, Fake fur 등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저 의문을 가지게 되었을 때부터 고기를 먹고싶다는 생각이 옅어졌고, 자연스레 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채식주의자가 되면 자주 듣는 말


가끔(보다는 조금 자주) 밖에서 뵙는 몇몇 사람들이 ‘고기를 먹고싶은데 참는 것이 힘들지 않냐’, ‘이 고기 진짜 맛있는데 한 점만 먹어봐, 성 대리’ 라고 권유할 때가 있다. 사실 채식주의자는 고기를 먹고싶은데 힘들게 참는 사람들이 아니다. 내 입장에서 힘든 것은 먹고싶지 않은 고기를 계속 권유 받는 상황 혹은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지’ 라는 훈계이다. 내가 동물이 사람보다 먼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 뿐더러, 후자의 말은 채식이나 동물복지에 대한 논점을 흐리게 하는 대표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생각한다. 나는 그저 동물과 사랑을 주고 받을 기회가 있었을 뿐이구나.

[맺음글]
이 포스트는 채식주의자(페스코테리안)로 살면서 느낀 점, 채식주의자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이며, 비마이펫 미디어(http://mypetlife.co.kr)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비마이펫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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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가워요
나와 같은생각을 가지고 계시네요
네가 길냥이와 10여년을 지내다보니 고기를 먹는다는것이 남에
살을 먹는것같아 사서는 안먹고 외식할때 조금 먹습니다
밍크옷 입은 사람도 싫어하고 가죽제품도 별로 안좋아합니다
자주 만나요 ^^

스팀잇에 오신것 을 환영합니다.^^
저는 krwhale이라는 아기고래와 코인시세 챗봇을 운영하고 있어요 :)
- 아기고래에게 Voting 받는 법
- 코인시세 챗봇
1주일 뒤 부터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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