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리뷰] 90년대 신드롬을 일으킨 대한민국 대표 공포영화, 《여고괴담》

in #aaa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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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대한민국의 스크린은 투캅스, 쉬리, 주유소습격사건 등으로 굳건한 할리우드 영화와 침체되어 가는 홍콩영화를 위협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한국 공포영화만큼은 기를 피지 못 하고 있었다. 충무로 내에서도 한국 공포영화는 필패(必敗)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80~90년 개봉한 헐리우드 공포영화만 봐도 알 수 있다. 스크림, 사탄의 인형, 나이트메어, 양들이 침묵 등등. 얼마나 쟁쟁한가. 하지만 이 때, 대한민국 공포영화의 분기점이 되고, 큰 이슈를 만들며 파장을 일으킨 영화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1998년에 개봉한 영화 《여고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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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영화는, 교무실에 혼자 남은 교사 박기숙(이용녀)이 은영(이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진주가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어’라는 말을 남긴 채 의문의 죽음을 당하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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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 지오(김규리)는 영능력이 비범하여 학교에선 점쟁이로 통한다. 그리고 그녀는 주번을 같이 하게 된 계기로 재이(최강희)와 친해지게 되고, 재이(최강희)는 지오(김규리)를 친구 이상으로 따르며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의 학교에는 성희롱을 일삼는 악덕교사, 학생들을 차별하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늙은 여우’, 친구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겉도는 동급생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 하나 죽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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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은영(이미연)은 교사로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자신의 모교에 부임하게 된다. 부임 후 ‘자살 사건’들의 뒤를 따라가는 은영(이미연)은 여러가지 정황들을 유추하며 지오(김규리)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은영(이미연)은 점점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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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보다는 ‘공감’으로 성공》


《여고괴담》은 공포영화이다. 하지만, 피가 낭자하거나, 징그러운 귀신이 나온다든가, 1분에 한번씩 깜짝 놀래키거나 하지 않는다. 솔직히 공포영화라고 하기엔 썩 무섭지는 않다. (리뷰쓰려고 다시 보는데 불을 다 꺼놓고 봐도 무섭지 않을 정도;;)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한 이유는 분명 있다. 그 당시의 여고상(相)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쉬쉬하면서 곪아가던 대한민국 교육 체계와 시스템을 건드리면서 많은 ‘교복부대’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 영화 속에는 누구나 한번쯤 겪고 들어봤을만한 학교 내의 부조리와 실상, 왕따문제, 성적비관자살, 급우간의 경쟁 등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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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 당시에는 금기처럼 여겨지던 동성애적 요소까지 녹여놓았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영화속에서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진하게 표현하진 않았다. 더불어 영화 마지막에는, 동성애가 아닌 ‘진정한 친구사이’로 잘 포장하긴 했다. 하지만 털털하고 대담한 지오(김규리)와 지오 앞에선 수줍어지고, 지오가 손을 잡으면 부끄러워하며, ‘네가 좋으면 난 뭐든지 다 좋아.’라는 대사를 하는 재이(최강희)의 관계는, 은연 중 여고에서 보일 법한 동성간의 ‘썸’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여고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룬 이 영화가 교복부대 관객들에게는 더욱 현실감있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바로 뒤이어 나온 여고괴담2에서는 직접적으로 여고생 간의 동성애를 표현하였으니, 1편에서의 ‘그 느낌’이 관객들에게 소위 ‘잘 먹혔다.’고 생각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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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해서 학창시절 들어봤을 법한, 2등만 해서 자살한 귀신, 귀신이 되어서 학교를 계속 다니는 학생, 12시가 되면 피가 흐르는 교실 등의 괴담을 소재로 하여 관객들의 흥미를 더욱 끌 수 있었다. 내 생각에 영화 속의 ‘여고생 귀신’과 ‘공포라는 장르’는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하는 조미료였을 뿐, 흥행의 요소는 ‘공포’ 보다 ‘공감’이었다.




《90년대 후반, 신드롬의 중심이 되다.》


영화 여고괴담은 서울관객 약 70만명, 전국 관객 약 200만명으로 많은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특히 초반에도 언급한대로 국내 공포영화는 필패한다는 분위기와 김규리/이미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조연급들은 신인들로 이루어져 더욱 의미있는 흥행이었다. 그만큼 큰 이슈를 만들며 90년대 후반 신드롬을 일으켰다.


<출처 : 경향신문>

줄거리에는 굳이 스포일러를 넣지 않았지만, 사실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가 귀신인지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너무도 유명한 재이(최강희)의 ‘복도 점프컷’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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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TV프로, 만화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패러디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그 당시에는 너무도 신선한 연출법이었으며,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청소년들의 UCC에서 활용되었다.

또한, 그 당시 학생들에게는 영화 속의 귀신점(占) ‘분신사바’가 엄청난 유행을 했으며, 몇몇 TV 프로그램에서는 고등학교 내의 여고괴담 신드롬과 ‘분신사바’에 대해 편성을 할 정도였다. 선생님들의 별명을 영화 속 등장인물인 ‘미친개, 늙은여우’로 짓기도 하고, ‘교총’에서는 여고괴담 속 악덕교사 이미지 때문에 ‘교사들의 명예 훼손 문제’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까지 준비하게 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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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드롬 때문인지, 2009년까지 총 5편의 여고괴담 시리즈가 계속 제작되었다. 물론 그 성적들은 참담하다. 대신 현재의 걸출한 충무로 스타들을 배출하며, 신인 여배우들의 등용문 같은 영화가 되었다. 1편의 최강희, 박진희를 시작으로, 지금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휘젓고 다니는 공효진, 송지효, 김옥빈, 차예련 등 신인 여배우들의 충무로 등용문이라 할만 했다. 놀라운 것은 지금 내가 언급한 저 여배우들은 ‘모두’ 여고괴담 시리즈를 통해서 스크린에 첫 데뷔를 한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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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을 통해 스크린에 첫 데뷔할 당시>

여고괴담이 올해 또 하나의 여고괴담, ‘리부트’로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과연 이번에도 참담한 흥행 실패로 끝날지, 여고괴담1의 신드롬을 재현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P.S.》


#1. 영화의 주된 반전은 예상할만하고, 웬만한 분들은 다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쿠키영상같은 장면이 엔딩 크레딧 직전에 나오는데, 이 장면이 나름 ‘알짜배기’여서 마지막까지 관람의 즐거움을 주었다.

#2. 영화에서 96년도 졸업앨범 속의 귀신 이름은 '박지성'이다. 이 영화에 출연하거나 이름이 언급되면 귀신들린 듯 성공하나보다. (후속편에서는 뉴위즈도 한번만 언급해주길..)




《 별점 및 한줄평 》


별점 : ★★★☆

공포영화지만, 공포영화로만 볼 수 없는 공포영화

하나의 신드롬이 될만 했던, 대한민국 대표 공포영화

여고 한 번 다녀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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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리부트라니... 과연 성공할까? 흠...

마음만큼은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성공하지 못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ㅠㅠ ㅎㅎㅎ
요즘 또 다시 공포영화들이 맥을 못 추리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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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

공포보다는 공감.. 그 공감의 상황이 더 무서웠던거 같아요^^~

지금봐도 '아 맞어 저땐 학교가 저랬는데' 하면서 또 공감하게 되더라구요ㅎㅎ
그래서 더 몰입감 있게 무서워 할 수 있었던...ㅎㅎㅎ

나도 여고는 못다녀 봤.....ㅋㅋㅋ
여고생을 좋아하는 뉴발형이 이거 할 줄 알았당 ㅋㅋㅋ

ㅎㅎㅎ 역시 미미별형도 남고 나왔었구나??!!
고딩때 어디서 본 거 같았더라니ㅎㅎㅎ

저도 여고 한번 다녀 보고 싶.....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궁금한 곳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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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왤케 자꾸 상을 주는거야?? ㅎㅎ 스팀으로 줘 ㅎㅎㅎ

여고 한 번 다녀보고 싶...

으이구 증말

찌니다!!

ㅎㅎㅎ 뉴위즈의 남고 동창 찌니ㅎㅎ
군대 동기 찌니ㅎ

풋풋한 여배우들~ 저런 귀신 만나봤으면~❤️

저런 귀신들 만나면 내가 귀신 쫓아 다닐거야ㅎㅎ
귀신이 오히려 날 무서워할듯 ㅎㅎㅎ

분신사바분신사바오딧세이그랏세이 ㅋㅋㅋ 저 초등학교때 유행했었죠. 요즘 아가들은 그런거 안하겠죠? ㅎㅎ 그땐 진짜 무서워하며봤는데 지금보면 볼만할거같아요.ㅋㅋ

ㅋㅋㅋㅋ 아직도 그 주문 기억하시네요ㅋㅋ
요즘 애들은 귀신점 같은 것 보다 인터넷 BJ들 따라하기 바쁠듯 ㅠㅠㅠ

최강희 김규리... 새록새록하네요.
당시 이영화는 교복입은 여학생들이 많이나와서 제기억으로는 무조건 봐야되는 영화였던것같에요...저는 무서웠습니다.. 이영화 ㅎㅎ 정말 새록새록합니다... 분신사바분신사바

저도 개봉할 때는 나이때문에 못 보고 나중에 봤는데
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여고에 대한 호기심 이었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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