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 #kr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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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서로의 불행배틀이 별쳐진다. 물론 오늘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매달 받는 300따리 월급에서 이것저것 지출후에 남는 돈이 없다며 푸념하는 친구를 "나는 무급휴직 1년이라. 없는 돈에서 긁어쓰고 있어"라는 말로 KO패를 시켰다. 이런건 이기고 나서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냥 앞으로는 힘내라, 잘될것이다, 너를 응원한다 이런 말로 칭찬배틀을 펼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네나 나나 별반 차이 없는 인생. 피장파장이야.

Screenshot_20230307_165946_KakaoTalk.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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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등교 4일차. 3일차에 담임선생님과의 통화에서 "너무 아기 같아요~"라는 말을 서너번 들었다. 아기 같다는 말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인터넷에 물어보았다. 미숙하다, 손이 많이 간다, 케어가 필요하다는 말이라고 한다. 흐음. 4월 초 있을 학부모 상담이 벌써부터 무섭다. 듣기로는 선생님들도 초반에 1달간 지켜보고 있다가 그 후에는 아이가 이상행동을 보일적 마다 클래스팅 앱으로 폭풍연락이 온다던데 남편과 나는 벌써부터 긴장타고 있다. 아기 같은 우리 딸. 차라리 100일만 더 늦게 태어났다면 지금 7살일텐데. 오늘도 너무 너무 아쉽다. 물론 생일이 늦어도 키도 크고 인지도 쑥쑥 오른 아이들이 많지만 (남편도 나도 11월생임) 그냥 한번 푸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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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핸드폰이 생겼다. 제한시간은 처음에 3시간했다가 1시간 그러다가 50분 최근에는 40분으로 정착시켰다. 카카오톡으로 대부분을 쓴다. 아무 이유없이 연락도 없는 핸드폰으로 아이들 카톡프사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거나 그러는 것인데 아직까지 유투브를 볼 수 있는건 모른다. 구글 패밀리 링크로 막아뒀지만 이것도 초등 고학년이 되면 우회하는 것으로 유투브도 실컷 본다고 하니 아직까지 지식in과 네이버의 존재를 모르는 우리 딸. 순수하게 그대로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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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이야기를 해서 그런데 아무 이유 없이 이모티콘이나 외계어를 친구들에게 왕창 보내는 것을 몇차례 목격해서 식겁했다. 전화도 자기 맘 내킬때 상대방과 말이 끝나자마자 걍 끊어버리는 멋진 매너녀라서 아직도 많은 핸드폰 예절을 배워야 하겠다. 그래도 아이와 곧바로 연락이 되니 이건 좋다. 토끼라서 여기저기 곧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데 이제는 전화하면 자기 위치를 알려주니 세상 이런 신문물이 따로 없군. 한번씩 폰 말고 스마트 워치로 사줄껄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래도 아이들과 번호를 교환하더니 어느덧 스무명가까이 친추(가족과 친척도 포함)된 아이가 뿌듯해 하는걸 보니 잘 사준것 같기도 하다. 공부에 올인하는 집안은 아예 문자랑 전화만 되게 한다던데 우리딸... 이미 카톡의 맛(?)을 알아버려 끊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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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를 7세까지 하는 시립어린이집에 맞겨서 근처에 동창이 없었다. 그래서 놀이터에 가면 같은 원복을 입힌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다니고 서너명 넘는 아주머니들이 같은 유치원 가방을 한 손에 든채 하하호호 하는걸 수차례 봤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지는걸 인지하고 나서는 좀 행동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정말 정말 정말 내키지 않는 행동이었다. 둘째는 그래서 첫째가 다니던 시립어린이집을 퇴소하고 유치원으로 보냈다. 작년에 생긴 신삥 유치원이라 뭔가 내부도 깨끗하고 모두 같은 원복을 입고 생활해서 누가봐도 멀리서 같은 재원생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초록색가방, 초록색 원복이 이 유치원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물론 최근에 워킹맘 돌봄도 20명 추첨제라는 사실이 나를 대.분.노.하게 하였지만 참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그것에 떨어져도 1년은 버텨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복직하는 9월까지는 잘 다니고 나머지 3월까지의 6개월은 남편이 좀 힘들겠지만 아이를 8시 30분에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것으로 말을 모았다. 다행히도(?)이 140명이 다니는 작은(?) 유치원에는 워킹맘이 20명도 채안된다며 아직도 자리가 있다고 해서 얼떨떨 해하면서 돌봄을 받게 되었다.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정규수업시간이 끝나면 모두 다 집에 가고 각반에 두서너명만 남고 그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 보육한다는 것인데 좀...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맘카페를 통해서 같은 유치원 5세반의 13명이 비밀리에 만든 단톡방에 들어는 갔는데... 다들 전부 아기 사진으로 카톡 프사를 해놨더라. 나만 기본사진에 이름도 없이 해놨는데. 갑자기 민망해져서 급하게 둘째 2달전 사진을 걸어놨다. 아주머니들은 발레얘기중이다. 우리 애만 태권도복이라 정말 이질적이다.

주말에 키카에서 모인다는 말이 오간다. 가기 싫다. 남편이 그런데 가서 좀 삐대고(???) 그래야 아기친구를 만들수 있다며 아줌마들과 최대한 섞이라고 강요한다. 초1 첫째를 위해 아줌마들이 모인 장소는 가서 좀 친한척 먼저 말도 걸고 그런 오지랖을 부리라고 시킨다. 끔찍하다..... INFP 내향형인간 아주 불타죽으라는 소리 같다. 아이 친구는 아이가 직접 만드는 건줄 알았다구요!!!! 정말 끔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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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음을 터놓는 대나무숲 같은 또래 아줌마 한명은 만들었다. 우리는 만나면 각자 아기 이야기만 1시간은 기본으로 한다. 대부분은 한탄 혹은 푸념 혹은 자랑 들인데. 나는 그중에 푸념부분을 맡고 있다. 자랑 부분은 그 친구가 대신해준다. 나는 기꺼이 친구를 위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준다. 물론 그 친구도 잘될꺼라며 확신어린 응원을 해준다. 그래. 이런게 바로 지인이지! 불행배틀이 없어서 좋다. 어찌보면 재수털릴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이 친구가 내 맘에 쏙 든건지. 자랑을 들어도 배아프지가 않다. 그래. 잘 될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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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잘될꺼야 보다는 어떻게든 되겠지가 요즘 맘 편함. 빨리 4월이 되고 그냥 겸허히... 모든걸 받아들이고 싶다. 피말리는 아이의 학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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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에서 공감하고 갑니다 흡...
저는 이리저리 매번 카드값에 허덕이는 1인입니다..
ㅋㅋㅋㅋㅋ

발레리나보다는!! 태권소녀가 더 멋있다규!!! 'ㅡ')b ㅋㅋㅋㅋ

우리 어머니도 직장다니시느라
엄마들 모임같은데 하나도 참여 안 하셨었고,
애들이 알아서 학원이나 놀이터에서 친구 사귄 거 같은데 ㅎㅎ

근데 또 요즘 우리 형수님 보면,
직장 다니시면서도 엄마들 모임같은 건 최대한 참여하려고 하시더랑,
무슨 등교모임? 그런 것도 있더라구 'ㅡ';; ㅋㅋㅋㅋ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 변했어... ㅎㅎㅎ

퐈이팅이야! 찡형!! ㅎㅎ

인생 40년 넘게 살아보니 네거티브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친구는 없어도 괜찮다는... 그런 친구를 만나면 기 빨려서 더 힘들어지더라구.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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