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III 7화
살라딘 : 성하... 셰라자드님은 어디 계시지?
이븐 시나 : 현재 사피 알 딘님의 시신을 지키고 계십니다.
살라딘 : 녀석은 지난번에 우리를 습격했던 그 녀석이 틀림없어. 도대체 어디서 보낸 녀석일까...
얀 : 그녀석의 움직임은 내가 할아버님께 들은 팬드래건의 검법과 흡사하더군.
살라딘 : 으음, 안타리아에 그정도의 검사가 있다니...
무카파 : 그나마 대장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이븐 시나 : 사실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난번 왕자들의 전쟁으로 이스파히니님과 사피 알딘님을 제외한 왕자들은 모두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살라딘 : 모든것이 혼란에 빠지겠군.
이븐 시나 : 실제로 실질적 세력을 소유한 예니체리들이, 사건 직후 황급히 자신들의 군대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이대로라면 구심점을 잃은 투르는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살라딘 : 구심점은 있다.
무카파 : 하지만 왕자들은 이미...
이븐 시나 : 혹시?
살라딘 : 아마 자네 예상과 같을거야. 셰라자드님이 계신다.
발라 : 하지만, 술탄과 칼리프직은 원칙적으로 남자가 계승해 왔습니다만...
살라딘 : 뭐, 언젠간 예외란게 생기기 마련이야. 사피 알딘님의 동생인 것으로 보나, 국민들의 신망으로 보나, 그 이상의 대안은 없어.
얀 : 좋은 생각이야. 셰라자드라면 귀족들로서도 그다지 불만은 없겠지. 그들은 오히려 사피 알딘 같은 강력한 술탄보다는, 유악해 보이는 셰라자드가 술탄이 되는 것이 편할테니까 말야.
이븐 시나 : 기가 막힌 아이디어 입니다. 셰라자드님이라면 대의명분으로 보나 실질적인 명망으로 보나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한가지...
살라딘 : 본인의 의사가 문제가 되겠지?
이븐 시나 : 그렇습니다. 아마 설득하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마르자나 : 하지만 뭐죠?
이븐 시나 : 어쩌면 열쇠는 살라딘님이 가지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살라딘 : 뭐라고?
이븐 시나 : 살라딘님께서 셰라자드님을 설득해 주셔야겠습니다.
살라딘 : 내가?
이븐 시나 : 셰라자드님께서 살라딘님을 연모하고 계시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시겠지요?
살라딘 : 그럴리가...
마르자나 : 맞아요, 살라딘님의 말씀이라면 셰라자드님은 반드시 따를 거에요.
살라딘 : 으음...
셰라자드 : 흑흑...
살라딘 : 용서하오... 내가 반드시 지켜줬어야 하는데... 모든 게 내 잘못이오.
셰라자드 : 자책하지 마세요. 살라딘님도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다 우리 남매의 운명일 뿐이에요.
살라딘 : 너무 슬퍼 말아요. 그대는 그래도 오라버니와 즐거운 추억이 많이 남아 있지 않소.
셰라자드 :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에요.
살라딘 : 나는 12살때 동생과 헤어졌소. 이제는 어디 있는지 알수도 없고, 혹시 길을 가다 마주친다 해도 서로를 알아볼지도 모르겠소.
셰라자드 : 살라딘님의 동생...
살라딘 :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몇 가지 단편적인 추억뿐... 뭐,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오.
셰라자드 : 살라딘님...
살라딘 : 그보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소.
셰라자드 : 해야 될 일이라뇨?
살라딘 : 그대는 이제 그대 오라버니의 뒤를 이어, 투르에 빛을 가져다 주어야 하오.
셰라자드 : 무슨 말씀이시죠?
살라딘 : 그대가 투르 제국의 술탄과 칼리프의 자리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말이오.
셰라자드 : 설마... 저는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어요.
살라딘 : 천만에, 그대는 유일하게 남은 왕가의 혈육이오. 더구나 투르의 백성들은 모두 당신을 따르고 있소.
셰라자드 : 그래도... 안돼요. 저는 안돼요. 차라리 살라딘님이...
살라딘 : 아직도 그런 어리광을 부리고 있을테요? 당신이 사피 알 딘님의 뒤를 잇지 않는다면, 투르는 또다시 수십개로 갈라질거요. 그리고 수십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싸우며 목숨을 잃게 될거고. 그것이 당신이 바라는 거요?
셰라자드 : 살라딘님...
살라딘 : 정신 똑바로 차리시오.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는 사람은 열명 중 한명도 안되오. 설사 자기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걸어야만 하는 길이 있는거요.
셰라자드 : ......
살라딘 : 투르의 술탄이 되시오. 앙그라의 칼리프가 되시오. 이 대륙의 빛이 되시오. 그것만이 수많은 백성들을 고통에서 구하는 길이오.
셰라자드 : 살라딘님...
셰라자드 : 살라딘님!
살라딘 : 이 밤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셰라자드 : 그렇게 하지 마시고 예전처럼 말씀을 놓아주세요.
살라딘 : 아닙니다. 이제는 대 투르제국의 술탄이시자 앙그라의 칼리프이십니다. 전과 똑같이 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셰라자드 :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는 살라딘님만 믿고 이 자리를 맡은 거에요.
살라딘 : 아니지요. 제가 아니라 돌아가신 오라버님을 생각하셔야죠. 그나저나 어쩐일로?
셰라자드 : 무서워서 견딜수가 없어요. 제 어깨에 놓여진 짐이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는 도저히 견딜수 없었어요.
살라딘 : 참아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겨내셔야 합니다. 그것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소임입니다.
셰라자드 : 살라딘님, 저를 안아주세요. 살라딘님이 곁에 계셔준다면 모든것을 헤쳐나갈수 있을것 같아요. 좋아해요. 이 몸이 부서질것처럼...
살라딘 : 셰라자드...
셰라자드 : 제 곁에 있어줄거죠?
살라딘 : 셰라자드, 나도 당신이 좋소. 하지만 나에겐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 깊은 비밀을 가슴에 숨기고 있다오. 어쩌면,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지도 모를 비밀을 말이오.
셰라자드 : 비밀이라니요?
살라딘 : 아직까진 말해줄수 없소. 언젠가 이 지겨운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평화를 되찾는 날이 온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당신께 고백하겠소.
셰라자드 : 살라딘님...
살라딘 : 그리고, 당신이 용서한다면... 당신이 용서한다면 내가 당신에게 청혼을 하겠소.
셰라자드 : 살라딘님 사랑해요. 당신이 과거의 어떤 사람이었다 해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카디스 작전회의실]
살라딘 : 그럼 현재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시오.
발라 : 괜찮으시겠습니까?
살라딘 : 뭐, 본래부터 큰 부상은 아니었어.
이븐 시나 : 현재, 수십개로 나뉘어진 반란세력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은 역시 두 예니체리들인 알제브르와 알 무파사입니다. 이들은 각기 시지아와 카디스 요새를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 중인데 귀족 세력들을 중심으로 병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얀 : 이대로라면 멀지 않아 새로운 알 파라비가 탄생할지도 모르겠군.
살라딘 : 어차피, 그들은 사피 알딘에게 충성을 맹세한 터였으니 우리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븐 시나 : 그렇습니다. 귀족세력 역시 한족 출신 용병이신 살라딘님이 정권을 잡으시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평민들과 천민 세력들은 셰라자드님과 살라딘님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힘이 없습니다.
살라딘 : 요는 녀석들이 더 세력을 확장하기 전에 격파하는 것이겠군.
이븐 시나 : 제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출병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살라딘 : 자, 그럼 공격방법을 의논해 보도록 하세.
알제브르 : 훗, 살라딘 녀석의 군대인가? 그 근본도 알 수 없는 녀석에게 투르를 넘겨줄 순 없다!
알 무파사 : 그 애송이 녀석이 결국 투르를 삼키고 마는구나!
발라 : 점령작업은 순조롭게 진행중입니다.
이븐 시나 : 이제 반란군의 가장 큰 세력이었던 알 무파사군을 격파하였으므로 앞으로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발라 : 머지않아 나머지 녀석들도 모두 항복해 오겠지요.
살라딘 :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겠지. 그보다 자비단에는 별일이 없는지 모르겠군.
이븐 시나 : 셰라자드님이 걱정이십니까?
살라딘 : 마르자나가 함께 있으니 큰일은 없겠지만 왠지 계속 불안하군.
무카파 : 하하, 살라딘님도 셰라자드님에게 덜미를 잡히신 거로군요.
전령 : 자비단의 마르자나 님으로부터 긴급 연락입니다.
살라딘 : 무슨 일이지?
전령 : 팬드래건 왕국군으로 추측되는 대규모의 상륙부대가 아부바크르를 통해 급습하여, 현재 자비단을 포위한 상태라고 합니다.
살라딘 : 뭐라고!
이븐 시나 : 믿을 수가 없군요. 자비단을 포위할 정도의 병력이라면 적어도 수십개 선단이 동원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의 정보망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령 : 적들은 대규모의 비공정을 이용하여 기습적으로 아부바크르를 공격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부 반란군의 협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살라딘 : 알았다. 이븐 시나, 어서 출병준비를 하자.
이븐 시나 : 하지만 지금 병력을 재편성해서 자비단으로 돌아간다면 너무 늦을지도 모릅니다.
살라딘 : 그렇군. 무엇보다 셰라자드님의 안전이 우선이다. 내가 우선 출발할테니, 자네는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따라와 주게.
이븐 시나 : 최대한 빨리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철가면 : 역시 이길로 지나가는군!
램버트 : 저자가 정말 암흑신의 후예일까요?
철가면 : 사피 알딘이라는 자는 허수아비였던 것 같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칼리프군 승리의 원동력은 모두 저자의 농간이였어. 그리고 현재 정권을 잡은 것도 저자!
크리스티앙 : 진짜건 가짜건 저자가 있다면 언젠가 안타리아의 커다란 적이 되겠군.
철가면 : 불길한 싹은 미리 잘라내야 하는 법! 나를 원망마라, 살라딘!
살라딘 : 지난번의 그 사람이군. 이럴때 하필이면... 일단 이곳을 빠져 나가야 겠다.
시즈 : 마스터! 어서 이쪽으로!
살라딘 : 마스터? 나를 뜻하는 건가?
시즈 : 여긴 저에게 맡기고 어서 서북쪽으로 이곳을 빠져나가십시요.
살라딘 : 당신은 누구요?
시즈 : ......
살라딘 : 어서 자비단으로! 제길 팬드래건군인가? 할 수 없지. 강행돌파다! 쓸데없이 녀석들을 상대하지 말고 서쪽으로 돌진한다... 제길, 팬드래건군이 이미 자비단 내부로 난입했단 말인가?
해럴드 : 모건! 단신으로 이곳으로 달려온다는 녀석이 있다는 것이 정말일까?
모건 : 글쎄요... 하지만 투르에는 예전부터 강한 전사들이 많았으니...
살라딘 : 저 정도 병력이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것 같군. 좋아! 성문을 향해 돌진이다! 아직 늦진 않았군.
마르자나 : 녀석들, 이곳은 절대 통과 못한다!
버몬트 : 후후, 이젠 저녀석들만 처치하면 술탄인가?
죠엘 : 저항이 매우 심하군요.
록슬리 : 가능한 희생을 줄여야 합니다.
살라딘 : 길을 비켜라!
버몬트 : 저녀석은 누구지?
록슬리 : 구원군인것 같습니다.
버몬트 : 혼자서? 간덩이가 부은 놈이군.
살라딘 : 이런곳에서 시간낭비 할 순 없다. 길을 돌파하자!
마르자나 : 대장!
살라딘 : 술탄께서는 무사하신가?
마르자나 : 이 안쪽에 계세요.
살라딘 : 자, 어서 안쪽으로!
버몬트 : 후후, 여기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살라딘 : 완전히 봉쇄당해 버렸군.
마르자나 : 이제 어쩌죠?
살라딘 : 할 수 없지, 강행돌파다. 술탄궁만 빠져나가면, 아지다하카를 타고 도망갈 수 있을거야. 자, 모두 아지다하카를 잘 잡도록.
셰라자드 :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마르자나 : 운명을 믿는 수 밖에요...
[오전 8시 시지아 작전회의실]
이븐 시나 :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살라딘 : 덕분에... 현재 아군의 전력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 좀 해주겠나?
얀 : 역부족이야. 대부분의 정규군이 지난 전쟁으로 괴멸된 상태인데다가 급히 신병을 모집한다 해도 훈련에 시간이 걸리고... 최악의 타이밍에서 녀석들은 쳐들어온 거야.
이븐 시나 : 그뿐 아니라, 돌아온 오스만들의 설득으로 많은 귀족군들이 적들에 항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살라딘 : 우리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군.
이븐 시나 : 적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을테니 그들 역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격해 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얀 : 아무리 시지아가 천혜의 요새라고는 하지만 병력차가 너무 많이 날 경우 견디기가 어려워.
이븐 시나 : 원정군의 약점인 보급의 문제 역시 오스만들이 끌어들인 귀족세력이 지원해 주고 있어서 이쪽으로선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살라딘 : 역시 방법은 기습인가?
마르자나 : 기습이라고요?
살라딘 :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시지아의 지형을 이용한 방어작전을 계획하겠지. 하지만 적들이 시지아의 포위망을 완성시키기 전에 행군중인 적을 공격한다면 어떨까?
이븐 시나 : 하지만 병력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승산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살라딘 : 뭐 어차피 이길 생각은 아니야. 시간을 벌 뿐이지. 포위망 설치를 위한 보급기지를 완성시키기 전에 보급부대를 격파할 수 있다면 그들은 일단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되돌아갈 수 밖에 없을거야.
얀 : 이런 경우 기습은 예측하기 힘들 테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군.
이븐 시나 : 자비단에서 시지아로 오는 진격로는 두 곳이 있습니다. 보급부대가 어느쪽으로 올지 지금 정보로는 알 수가 없군요.
살라딘 : 뭐, 도박을 걸어보는 수밖에. 어차피 우리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승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야.
이븐 시나 : 정찰병이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버몬트 대공이라는 자는 항상 가장 선봉에 서서 군대를 진두지휘하는 야전지휘관 스타일의 장수라고 합니다.
얀 : 야전형 장수라면 당연히 후위에 두는 보급부대의 방어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어.
살라딘 : 여기서 자비단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 뿐인가?
이븐 시나 : 예, 아부바크르로 돌아가는 길과 바이도르로 질러가는 길입니다.
얀 : 아마도 보급기지는 자비단 근처에 두게 되겠군.
이븐 시나 : 보급기지는 현재 팬드래건군이 진을 치고 있는 자비단 앞 평원에 설치될 것 같습니다.
살라딘 : 적 부대의 예상경로는?
이븐시나 : 반반입니다.
살라딘 : 반반이라니?
이븐 시나 : 최근 계속된 내전으로 자비단의 경제기능이 약화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팬드래건군으로서는 하나쯤 더 보급기지의 보조를 할 도시를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얀 : 아부바크르 아니면 라자스타나인가?
이븐 시나 : 그렇습니다. 투르 최고의 군항이었던 아부바크르나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라자스타나 항구가 버몬트 대공의 군대를 받쳐주는 보조 보급기지가 될 것 같습니다.
얀 : 아부바크르는 두번에 걸친 상륙작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쪽은 지리적, 군사적 이점이 있으니까 통로로 이용하지 않을까?
이븐 시나 : 아부바크르를 보조 보급기지로 사용하고 본대가 바이도르를 통해 라자스타나에서 직접 보급을 받으면서 올 수도 있습니다.
살라딘 : 결국, 적의 본진이 어느쪽으로 올지 골라야 하는 것이군.
이븐 시나 : 지금까지의 정보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살라딘 : 아마도 본진은 바이도르를 통해서 들어오지 않을까? 우리는 아부바크르로 가자.
이븐 시나 : 알겠습니다. 적들은 계속해서 그 지방에서 보급을 받으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안에 공격하는 것이 좋습니다.
얀 : 어차피 지름길로 질러가는 거니까, 최대한 신속히 행동하는 것이 좋겠어.
살라딘 : 추가 보급할 적당한 용병들이 모인 도시는 어디지?
얀 : 근처에 쿠에틀란과 우다비나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의 용병들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야.
이븐 시나 : 가능하다면 라자스타나가 뛰어난 용병들이 많다고 하긴 합니다만...
얀 : 그렇지만, 그곳까지 가는 동안 적들은 더 많은 보급을 받겠지.
살라딘 : 그럼 반대편은 마르자나와 발라가 맡아서 적들의 이동 속도를 늦춰주도록 한다. 좋아, 이번 작전은 적이 보급을 끝내기 전에 최대한 빨리 적의 보급기지를 부수는 작전이다. 모두 신속하게 행동하도록!
얀 : 알았어!
이븐 시나 : 알겠습니다!
더글라스 : 제길... 기습인가?
버몬트 : 뭐라고? 보급부대가 전멸당했다고!
죠엘 : 기가막힌 기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작전으로 나올줄은...
버몬트 : 제길, 내가 직접 보급부대를 데려왔어야 했는데...
록슬리 : 그렇지만 선봉부대를 직접 지휘하시는 것이 버몬트 각하의 스타일 아니십니까? 어차피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승기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죠엘 : 하지만, 일단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진군을 멈출수 밖에 없네.
록슬리 : 그래봤자 10여일 정도 입니다. 이 사이에 적들에게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스만 : 이미 20여개의 귀족세력이 투항의사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들보다는 우리에게 더 유리해 질 것입니다.
버몬트 : 좋아! 일단 이곳에 막사를 설치하고 보급로를 확보한다. 그리고 더글라스경은 정찰부대를 조직하여 시지아의 정세를 확보하도록!
셰라자드 : 살라딘님!
살라딘 :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소?
셰라자드 : 물론이죠. 자, 들어오세요.
살라딘 : 고맙소.
셰라자드 : 사람들 이야기로는 전황이 불리한 모양이라던데... 그 문제 때문인가요?
살라딘 : 그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 문제 때문에 오진 않았소.
셰라자드 :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제가 오라버니 자리를 이어받지 말았어야 했어요. 차라리 살라딘님과 어디론가 떠났다면은...
살라딘 : 약한 소리 하지 마시오.
셰라자드 : 죄송해요...
살라딘 : 셰라자드, 생각나오? 언젠가 당신에게 고백할 것이 있다는 이야기 말이오.
셰라자드 : 투르가 평화를 되찾을 때 말씀해 주신다고 했지요.
살라딘 : 아직 평화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이젠 이야기 할 때가 온 것 같소.
셰라자드 : 어떤 이야기지요?
살라딘 : 너무 놀라지 마시오.
셰라자드 : 설마...
살라딘 : 그렇소. 나의 본명은 필립 팬드래건. 한족이 아닌 팬드래건 출신이오. 그것도 그들의 왕족 출신이지.
셰라자드 : 그런데 어째서... 설마 저희를 속이신 것인가요?
살라딘 : 처음에는... 어쩌면 처음에는 당신과 사피 알딘님을 속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당신들과 이 투르땅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소.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소?
셰라자드 : 그렇다면, 당신은 어려서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투르로 되돌아왔다는 말씀이신가요?
살라딘 : 그렇소, 그 녀석을 찾기 전에는 조국으로 되돌아 갈 수 없었소. 하지만 녀석의 행적을 찾던 중, 투르의 내전에 휘말리게 된 것이오.
셰라자드 : 그때가 저를 카디스에서 구해주셨을 무렵인가요?
살라딘 : 처음에 칼리프 군을 도와주게 된 것은 아무래도 술탄쪽이 강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오. 어찌 되었던, 내 생각에는 어느 쪽이든 승부가 빨리 나는 것 보다는 내전이 길어지는 것이 팬드래건에 유리하다고 생각되었지. 하지만, 결국에는 술탄이 이기게 될 줄 알았고, 그 시점에서 발을 뺄 생각이었소.
셰라자드 : 후훗, 하지만 살라딘님 덕분에 우리 쪽이 이기게 되었잖아요?
살라딘 : 그것이 운명의 장난인지,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시반슈미터가 전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당신이나 당신 오라버니와의 관계가 친밀해질수록, 개인적으로는 고뇌에 빠질수 밖에 없었소.
셰라자드 : 그래서 이젠 어쩌실 생각이시죠?
살라딘 : 모르겠소.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본래는 투르에서의 일이 마무리 되면 당신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팬드래건으로 가는 사자를 자청해 그곳의 국왕에게 내 정체를 밝힌 뒤, 양국간의 평화를 주선할 생각이었소. 하지만...
셰라자드 : 결국 며칠 차이로 투르와 팬드래건은 전쟁을 벌이게 되었으니...
살라딘 : 하지만, 아직 늦진 않았을 거요. 당신이... 당신이 내가 당신들을 속인 것을 용서해 준다면, 방법이 생길 것 같소.
셰라자드 : 용서라니요. 어차피 당신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에요.
살라딘 : 그렇지만, 나 때문에 투르가 이 지경이 된 것이오. 나 때문에 투르가 약화된 것이란 말이오.
셰라자드 :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이 없었다면 셰라자드는 아직까지 살아있지 못했을 거에요. 당신의 과거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아는 살라딘님은... 현재의 살라딘님은 투르와 팬드래건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한 사람의 영웅일 뿐이에요.
살라딘 : 셰라자드...
셰라자드 : 살라딘님... 아니, 이젠 필립이라 불러야 할까요?
살라딘 : 아니오, 그 이름은 이제 잊혀진 이름. 나는 오늘도 내일도 단지 투르의 용병 대장 살라딘일 뿐이오.
셰라자드 :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은 돌아가야 해요.
살라딘 : 무슨 말이지?
셰라자드 : 우리 때문에 당신의 가문과 가족 그리고 조국을 포기하실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우리와 팬드래건 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주는 것만으로 족해요. 돌아가세요. 그리고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으세요.
살라딘 : 그럴 순 없소.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니오.
셰라자드 : 그렇다면...
살라딘 : 내일 새벽 나는 팬드래건의 막사로 침입할 예정이오.
셰라자드 : 네?
살라딘 : 솔직히, 버몬트 대공이라는 자가 누군진 나도 모르오. 단지 클라우제비츠 왕이 전권을 위임한, 버몬트가 출신 귀족이라는 것 밖에는... 하지만, 아마 그가 버몬트가 출신이라면 내가 아는 사람일거요.
셰라자드 : 그렇다면...
살라딘 : 당신은 내일 팬드래건 군에 투르 술탄으로서, 평화사절을 파견하시오. 물론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내가 그들의 국왕에게 지금까지의 사정을 이야기 한다면, 아마 그들도 사절을 받아들일 것이오.
셰라자드 : 하지만 너무 위험해요.
살라딘 : 방법은 이것밖에 없소. 이제와서 내가 팬드래건인 이라는 것을 공표한다면, 아군의 혼란 또한 걷잡을 수 없을 것이오. 유일한 방법은 내가 직접 팬드래건 국왕과 담판을 짓고 결정을 내린후, 당신과 팬드래건 국왕간의 비밀 회담이라는 형태로 마무리 하는 것이오.
셰라자드 : ......
살라딘 :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는 방법이라는 거요. 어쩌면 당신은 대 투르 제국의 술탄으로서 굴욕을 강요받게 될지도 모르겠소.
셰라자드 : 하겠어요. 어차피 이것도 저에게 내려진 운명이겠지요.
살라딘 : 고맙소.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나는 평생 투르를 위해 헌신하면서 살겠소. 아마도 팬드래건 국왕과의 담판이, 내가 팬드래건인으로서 하는 마지막 일이 될 것이오.
셰라자드 : 살라딘님...
살라딘 : 나는 이제 뼛속까지 투르인이오. 그리고, 당신을 끝없이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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