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in #kr8 years ago (edited)

읽으면서 쓰는 독후감(?)


<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공간과 삶, 정확히는 사람들의 무의식에 대한 영향과 그 결과를 통찰하여 건축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둔 책인 것 같다.

느꼈던 것은, 내가 내 생각보다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 저자가 다른 건축에 따라 사람들이 받는 느낌과 달라지는 공간의 역할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것들을 나는 무의식적으로/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이 책을 읽으면 문자로 서술된 것을 봄으로써 스스로에게 거리 두기가 가능하고 그런 느낌들을 객관화시킬 수 있어서 좋다.

아직 읽는 중이지만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우울한데 엘레베이터나 탈까?"이다.
소제목이 암시하는 것과 같이 도시/주거 공간의 분리성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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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의 옆집 친구 집에 갈 때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의 친구에게 갈 때의 느낌은 다르다. 우리 중 누구도 '우울한데 엘레베이터나 타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교통기관을 타면 답답한 실내 공간 속 기억 때문에 기억이 단절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장소로 가고 싶어 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현재 공간 속에 갇히게 된다. 우리의 도시에는 보행자 중심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 이런 환경[일인 주거] 속에서 우리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더 행복하려면 도시 전체를 내 집처럼 즐길 수 있아애 힌디.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건축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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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나홀로 배낭여행과 미국 유학 중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갔을 때, 그리고 서울 집에 돌아왔을 때의 느낌을 돌이켜보면 내 생활에 처음 장애가 되는 것은 저자가 설명한 저러한 단절감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강남 역삼역 전경.

직각과 직선으로 짜여 있다.


가로수 마저도 높고 올곧다. 지나가는 자동차들마저도 매끄러운 도로위를 빠른 속도로 달린다. 세로와 가로 직선이 팽팽하게 서로를 잡아당기고 있는 그래프가 그려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동일한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뿐이다.

우리 사회가 최고로 여기는 강남 지역, 그 지역의 철학은 생산성, 빠름, 효율성뿐이다. 길을 걸으면 저렇게 올곧은 방향으로 한가지(경제적/사회적 성공)만을 바라보며 막힘없이 달려가야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그리고 나는 강남에 살아본 적도 없고 서울로 이사 온지도 불과 몇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타고 30분이상을 가야 나오는 번화가에 가는 것이 너무 버겁다. 예전에 일산에 살 때는 집 근처에 큰 공원이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아주머니, 할아버지, 학생, 직장인)이 거니는 상가와 아파트 옆의 놀이터가 여러개 되었다. 하지만 새로 이사온 서울 아파트는 집 옆에 아파트밖에 없다. 단지 안에 아이들이 보이지만, 놀이터는 주로 비어있고, 단지 안에서 로드바이크를 타는 남자애들을 보면 조그만 공간을 빙빙 돌고 있다. 단지 안에서 말그대로 단지 안에 갇혀버린 것 같아 보인다.

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데이비스Davis라는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닌다. 그곳에서는 마을주민/학생들의 주요 교통수단이 자전거, 로드바이크이다. 학교 캠퍼스에서 시내까지 자전거로 10분, 자취집까지는 20분이 걸린다. 그 10분,20분 동안 다양한 풍경을 목격하며 지나간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를 빙빙 도는 자전거가 어항을 도는 물고기의 움직임처럼 보인다.

그리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러 도시들에서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저자의 말이 더 와닿는다.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도시는 스페인 살라망카Salamanca, 헝가리 부다페스트 Budapest, 라오스 방비엥 Vang Vieng, 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미션지구 Mission District도. 배낭여행에서 경비를 아끼려다보니 한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이 없다(반은 자랑이고 반은 푸념이다).
그래서 걸어서 관광/마트 쇼핑이 가능하고 거리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살라망카와 부다페스트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포르투갈 포르투 Porto도 도시 면적으로 치면 그렇지만 7월에 간 여행이라 관광객이 너무 많았고 가파른 언덕 때문에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포르투갈에서 가파른 골목을 열심히 다닌 경험덕에 샌프란시스코 여행이 조금 수월했을 것 같긴 하다.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구는, 앞으로 올릴 유학/미국배낭여행기에 자주 등장하겠지만, 내가 아직까지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다. 우선 커다랗고 경사가 져서 올라갈 수록 뷰가 달라지는 미션 돌로레스 공원 Mission Dolores Park가 있다.

좀 상태가 안좋은 파노라마 사진.
공원에 커다란 놀이터도 있어서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도 보이고, 그 외에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가지각색이다.


대마초 냄새도 많이 나고 노숙자들도 있지만 사실 별로 방해가 안된다. 샌프란시스코 파이낸셜 지구 Financial District와 대표관광지인 엠바르카도Embarcado의 고층빌딩 뷰와 어디든 누울 수 있는 잔디밭이 있는 데 방해가 될 리가. 다만 날에 따라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불면 20분 이상 앉아있거나 책을 읽는 건 좀 힘들었다.
이 공원 옆에는 샌프란시스코의 고급 주택들이 쭈욱 있고, 10여분을 더 걸으면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트렌디한 편집숍들과 특이한 레스토랑이 위치한 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거기서 10여분을 더 걸으면 뜬금없는 히스패닉 할렘같지만 사실 그렇게 할렘은 아닌, 곳이 나온다. 무질서의 공간이자 그들의 공간이다. 깔끔한 고층건물들과 완벽히 대비되는 낡은 저층 건물들과 그곳에 위치한 낡은 가게들. 정감가는 곳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미국의 다양성을 극대화시켜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물론 서울면적과 비슷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션지구는 굉장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래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장소가 이런 곳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남이, 대한민국이 경제적 생산성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그것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역설적이지만 비효율적인 공간을 늘릴 수 있도록 모두가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초의 디자인은 한 명의 건축가의 머리에서 나올지 몰라도 ....[중략] 건축물도 여러 명의 공통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지어지기 때문에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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