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책방 | 보르헤스

in #liv5 years ago (edited)

illustration by @carrotcake


보르헤스의 단편소설들

보르헤스는 단 한편의 장편소설도 쓰지 않았다. 장편소설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며 시간 낭비라고 했다. 그는 요약적 글쓰기의 방법을 택해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여주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그의 단편소설의 모티브를 이용해 장편소설이 쓰여지기도 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인용되고 확장되었다.

그의 소설이 워낙 간략하다 보니 그 줄거리를 다시 요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진중권은 미학오디세이 3권에서 보르헤스의 작품 <원형의 폐허들>을 소개하고 있다.

보르헤스의 소설에는 원형의 폐허에서 꿈으로 아이를 빚은 어느 도인의 얘기가 나온다. 그는 수많은 꿈을 다듬고 사내아이의 형상을 빚고, 불의 신의 도움으로 꿈속의 아이를 현실세계로 끌어낸다. 그 아이가 환영에 불과하는 것을 아는 것은 불(火)인 신과 꿈으로 그 아이를 빚은 사내뿐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친 후, 사내는 폐허가 된 또 하나의 사원으로 그 아이를 보낸다. 몇 년이 흘렀을까? 어느 날 뱃사공 둘이 사내를 깨워, 저 아래에 있는 사원에 불속을 걸어가도 타지 않는 도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사내는 자기의 아이가 이 신비한 능력에 정체를 의심하다 결국 자기가 환영임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빠진다.
근심과 초조로 지새던 불면의 밤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느 날 그가 기거하던 불의 신의 사원이 화염에 휩싸였던 것이다. 강물에 뛰어들까 생각하다가, 그는 저 불이 자신을 힘든 삶의 노고로부터 해방시켜주기 위해 다가오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마침내 불길이 덮쳐와 화염에 쉽싸였을 때, 사내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문득 자신의 몸이 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중권, <미학오디세이 3> p323,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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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책은 많고... 시간은 짧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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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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