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이야기] 2. 췌장암, 왜 미리 발견하지 못할까?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yhstella 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췌장암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 글 보기 : 1. 췌장암, 그 무서운 이야기

어제는 췌장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말씀드렸는데, 오늘 하고싶은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보건학, 통계학적인 이야기여서 조금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잘 읽어주세요 ^^;;


  1. 췌장(이자)는 몸 깊숙히 위치한 기관이어서 초음파로 관찰이 어렵습니다.
  2. 췌장은 사람 손가락 길이 정도로 작은 기관이어서 CT 등으로도 자세히 보기 어렵습니다.
  3. 췌장에 암세포가 생겨도 생물학적 표지자(biomarker)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췌장암이 조기검진이 어려운 이유를 이처럼 말씀드렸습니다.

암세포들은 제각각 특별하게 갖고 있는 물질이 있습니다.
전립선암은 PSA라는 물질을, 간암은 AFP라는 물질을 유독 많이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암마다 만들어내는 특이물질을 "암표지자(tumor marker)"라고 하고, 많은 암 연구들이 암표지자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암표지자만 수백가지이고, 이 암표지자들을 진단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국가암검진으로 말씀드렸던 표입니다. 간암 검진방법에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라는게 보이시죠? 이것이 AFP라는 물질입니다.
즉, 간암 세포가 AFP를 많이 만들어내니 혈액검사를 해봐서 AFP가 높으면 간암이 몸에 숨어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췌장암에도 이런 "암표지자"가 있지 않을까요?


CA 19-9

"CA 19-9"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물질이 있습니다.

먼저 위 수치들을 설명해야겠습니다.
그림에서 Sensitivity, Specificity를 각각 "민감도", "특이도" 라고 번역합니다.

"CA 19-9"는 췌장암 진단에 있어서 민감도는 85%, 특이도는 90%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췌장암이 있는 사람들 중 85% 가 CA 19-9 가 높고, (민감도 85%)
췌장암이 없는 사람들 중 90% 가 CA 19-9 가 정상이라는 뜻입니다. (특이도 90%)

의학의 모든 검사에서 100%라는 것은 없습니다. 이처럼 100%에 가깝길 기대하고 검사를 개발하고, 임상에 적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CA 19-9 검사라는 것이 췌장암을 진단하는 데에 아주 쓸모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

"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라는 수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양성예측도는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이 실제로 병을 갖고 있을 확률을 말합니다.
음성예측도는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사람이 실제로 병을 갖고 있지 않을 확률을 말합니다.

췌장암은 "유병률"이 낮고, CA 19-9 검사는 췌장암을 제외한 다른 암들과 담관염, 췌장염, 간염 등에서 "위양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CA 19-9 를 통한 췌장암 선별검사는 양성예측도와 음성예측도가 모두 낮습니다.

다소 어려운 개념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CA19-9 검사는 췌장암을 선별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Mesothelin

Mesothelin 이라는 물질도 췌장암의 암표지자 후보군 중 하나입니다.

CA 19-9와 달리 췌장암을 포함한 일부의 암에서만 만들어져 한때 각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임상에서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https://www.degruyter.com/view/j/cclm.2012.50.issue-4/cclm.2011.816/cclm.2011.816.xml

결국 위와 같은 논문이 나오게 되었고, 결론만 말씀드리면 췌장 검사에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많은 연구자들이 췌장암 조기검진에 힘을 쏟지만, 아직 역부족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췌장암 조기검진의 전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위험 검진 대상군을 설정하고, CA 19-9, Mesothelin 보다 더 나은 암표지자의 발견을 통해 선별검사를 만드는 것
  2. 저위험 영상 검사를 활용하는 것 (ex. 저선량 CT, 정밀 초음파)
  3. 고비용 영상 검사를 활용하는 것 (ex. MRI)

간암을 다시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간암의 경우 모든 사람이 아닌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복부초음파와 AFP검사를 선별검사로 활용합니다.
이후 선별검사에서 의심 소견을 보이면, 저위험 고비용 영상검사 혹은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됩니다.

췌장암에도 유사한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러한 암 검진 모델이 저만 생각하는건 당연히 아닙니다.
이미 수많은 연구자가 고민하지만, 선별검사로서의 예측도가 떨어지고, 비용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이러한 보건학적인 문제가 검진대상군과 검사방법을 설정하고, 비용효과분석을 통해 검토되는 것이라는 정도만 이해해주셔도 고마울 것 같습니다.


사실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길게 쓰게 되었습니다.
세번째 글에서는 췌장암 진단 키트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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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글이네요 막연히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구체화되는 느낌입니다.

잘 보고 가요~

췌장암의 예방과 관련한 팁도 있으면 좋겠내요

옙 다음에 같이 포스팅하겠습니당ㅎㅎ

옛날에 피만 뽑으면 모든 암을 검사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본거 같은데...
갑자기 떠오르네요ㅎㅎ 잘보고 갑니다. 다음 편도 기대됩니다^^

그런 시대가 오길 바라지만.. ㅎㅎ 다음 내용이 아마 연관될 수도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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