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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였다.
그동안 날 괴롭히던 그것은 사람이 아니였다.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나타난 그것은 이곳에 터를 잡고 살꺼니까 앞으로 자주 마주치게 될꺼라고 속삭였다. 어느날은 맑은 날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그것과 마주쳐서 당황스러웠다. 사람이 아니였다. 형체도 없었다. 한번 놀란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대게 그것은 혼자 있을때면 찾아왔다. 가위에 자주 눌리는 사람이 귀신을 보듯 나는 자주 그것과 마주했다. 한동안은 잠으로 이겨냈다. 하루 12시간을 자던 시기가 있었다. 2일간 밥만 먹고 누워 지낸적도 있었다. 그것말고도 다른 방법들을 살아가며 터득해 나갔다. 별 거 없는 시절로 기록되는 시기에는 항상 그것과 같이 살았다. 당연하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의외로 나를 움직이게 한것은 책이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고맙네. 책이라는거. 나는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인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책읽기가 맘에 들었다. 물론 거의 대부분 소설이나 에세이류 였지만. 그래서 책에 들이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았지만 읽어낸 권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학력자들을 보면 나와 세상을 보는 시각자체가 다를것이라고 느껴 좀 경외감까지 든다. 그들의 등뒤로 책들이 가득 쌓여 있을것 같아.
책은 그것을 없애진 못했지만 그걸 무서워하지 않게 해줬다. 고마웠다. 니덕에 우울과 마주할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우울이라는거 결국 나혼자 만들어내는거 였더라고. 일찍 알았으면 더 빨리 치유했을텐데. 너무 오랜시간을 같이 있었어. 내 딸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조용히 혼자서 이겨내는것도 좋지만 너무 오래걸리던걸. 차라리 소리쳐버렸으면. 우울하다. 우울해 미칠거 같다. 여기저기 소리치며 도와달라고 하소연해버려. 그게 더 빨라. 얼른 소리쳐.
고요함이 가장 견디기 힘들 때가 있는것 같아요 -
맞아요.
옴뇸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