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비가 온다. 기분이 좋다

in #kr7 years ago (edited)

비가왔다.


우중중한 날씨에 몸을 일으키기가 귀찮았다.
그렇게 몇 번을 뒤척이다 겨우 몸을 추스렀다.

시험이 끝난 뒤라 나의 집은 내 컨디션처럼
엉망진창이었다. 오늘은 꼭 집 대청소를 하겠노라고
마음을 먹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래를 들으며 집을 치우느라 그동안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청소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취업 걱정, 인간관계 걱정, 돈 걱정 등등
사실 그동안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집안 청소가 아니라
내 머리속을 정리하는 것이었는가 보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좁은 방을 치우다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내 머리속 또한 정리했다.


그렇게 집을 정리하고 집을 나서는데
집 앞에서 한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먹구름이 잔뜩끼어 어두컴컴한 하늘과 대조적이게
노란 장화를 신고 자기 몸집만한 우산을 들고 있던 아이가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래 안녕"

인사를 받게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가
어색하게 인사에 화답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이가 내게 건낸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집을 나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동안 계속 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이런저런 걱정들에 치여 무기력해져버린 아침의 내 모습은
눈녹듯 사라지고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득 머금어졌다.

또 한편으로 그 아이의 인사말은 부드럽고 날카롭게 다가왔다.
내가 어른이기 때문에, 아무런 망설임없이 건냈을 그 인사말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걱정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아이를 만난 이후에도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여전히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고,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내 입가에 미소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은 성선설이 맞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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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이네요 ㅎㅎ 우중충한 날씨와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ㅎㅎㅎ감사합니다 팔로우할게요 자주 소통해요

보팅이벤트 당첨되셨습니다
그냥 인사일뿐인데 기분이 좋아질수있다니 ㅎㅎ에세이 꾸준하게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열심히하겠습니다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항상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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