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조선요괴대전 - 천상의 활 2화
은성은 낡은 손전등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걸음을 이어 나갔다. 밤하늘에 별이라도 많으면 좋으련만 이날따라 밤하늘은 유독 칠흑같이 어두웠다. 어둠 속 손전등이 향하는 불빛만이 은성이 바라볼 수 있는 전부였다.
“도둑이라니.. 에이 설마…”
이런 허름한 집에 도둑이라니 은성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작 해봐야 배고픈 고양이가 몰래 들어왔겠거니 생각했다.
은성은 조심스레 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가보았으나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귀를 간지럽히는 귀뚜라미 소리와 저 멀리서 우는 소쩍새 울음소리만 밤에 고요히 퍼질 뿐이었다. 은성은 한숨을 내쉬며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은성을 긴장케 했던 시골 밤의 차가운 공기마저 시원하게 느껴졌다. 가끔씩 이런 긴장감을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가끔씩은 밤에 산책이라도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돌아가던 와중이었다.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은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은성이 그 무언가를 보고 만 것이다. 아니 볼 수밖에 없었다. 운이 없게도 은성의 낡은 손전등의 희미한 불빛이 그 무언가를 또렷히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 그 여인의 창백한 눈빛과 옅은 미소는 이미 세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은성은 본능적으로 그 존재를 무시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조금씩, 조금씩 은성은 자기 방으로 다가갔다 아무런 일이 없는 것처럼
문득 은성은 흔해빠진 이야기의 클리셰가 생각났다. 귀신이 자기 존재를 인식한 사람에게 나를 봤구나? 따위의 말을 건넨다는 뭐 그런 것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그런 일이 없길 바라며 은성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창백한 여인의 시선이 은성의 얼굴을 꿰뚫듯이 노려보는 걸 느꼈지만 애써 무시한 채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 찰나였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너 나를 봤구나?”
은성을 빤히 쳐다보던 여인은 아주 놀랍도록 긴 혀를 놀리면서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