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임 여의고, 다시 봄 / 김재진]

in #woo909542 years ago

[고운 임 여의고, 다시 봄 / 김재진]

사랑하는 내 임은 갔습니다
소슬바람 불던 날에
낙엽 위에 동그마니
" 이젠 널 잊겠노라 "
고운 시절을 툭 자르고 갔습니다

삭풍이 휘몰아치던 긴긴밤에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고독에
몸서리 진저리치듯이
그렇게 메말라 갔습니다

뉘라서 안쓰럽지 않겠습니까
어둑한 밤하늘 저 멀리서
흰 나비들이 나풀나풀 날아와
상고대 꽃잎 하얗게 위로하던 밤에도
오롯이 그대만을 생각했습니다

돌아오리라는 믿음 하나로
동장군의 서릿발 같은 시련도
야위진 육신으로 표독이 받으며
겨우내 잔 숨 삭여 올곧게 왔나 봅니다

드높은 물빛 하늘 녘에서
당신의 품 닮아진 따스한 햇볕이
소곤소곤 곱 다져 내려와
호젓한 구름도 저 멀리 한가롭고
앙상한 가지는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아
가지 끝에 울컥 눈물이 그렁합니다

동토의 시리온 모진 바람에도
싸락눈 살포시 녹여 비집고 오르는
노란 복수초의 강인한 열정을 보면서
헝클어진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당신과 마주하는 푸르른 날을 위해
메말라진 가슴에 마중물을 붓겠습니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고
언덕 아지랑이 몽실몽실 피오르는 날
야위진 몸 곱게 단장하여
빗장 풀고 사립문 열어 두겠습니다
춘야! 어스름 달빛에 곱게 곱게 나비 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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