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를린에서 손잡은 남북의 독일대사

in #kr6 years ago

6.15 공동선언 18주년 기념, 4.27 판문점 평화선언 축하행사 참관 후기

2018년 6월 9일 15시에서 18시까지 베를린 한인교회(Thusnelda-Allee 1, 10555 Berlin, 담임목사 조성호)에서 6.15 공동선언 18주년 기념, 4.27 판문점 평화선언 축하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의 정범구 대사,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박남영 대사가 함께 참석하여 환호를 받았다. 남북 3차 정상회담 4.27 판문점 평화 선언과 4차 정상회담인 5월의 번개, 6.12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가 베를린의 주말을 푸근하게 하였다. 그러나 사람마다 그 푸근함의 강도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6.15공동선언실천유럽지역위원회(이하 ‘6.15유럽위’) 이한경 운영위원이 “남북의 대사를 모시고” 행사를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행사 선언에 이어 “통일을 위해 헌신하다 앞서 가신 영령들에 대하여 묵념”이 있었다. 참석자 2백여 명은 묵념을 하며 누구를 생각했을까?

남북 독일대사 함께 자리한 6.15, 4.27 기념 행사

묵념에 이어 6.15공동선언에서 판문점 선언에 이르기까지 남과 북이 만나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려고 노력해온 역사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적대와 대결의 남북관계가 다시 시작되고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통해 다시 긴장국면에 처한 한반도의 상황 등 지난 18년의 굴곡진 세월이 촛불을 통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집단체험, 남북이 함께 응원을 하는 통합의 체험, 판문점 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하는 시민. 형제 같은 양국 수뇌의 모습,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정과 지향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선경석 6.15유럽위 상임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양국의 수뇌가 군사분계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을 장면을 떠올리며 평화공존만이 우리 겨레가 함께 살아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영우 6.15유럽위 운영위원이 대독한 해외측 위원회 연대사는 “조국 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엄숙히 선언하는 판문점 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개선을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하며, “주변 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민족끼리 손을 잡고 선언이행에 유리한 주변 환경을 주동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식 6.15유럽위 공동대표는 축시를 통해 “세상에서 제일 멋진 통일”로 보여주자고 했으며, 박선유 재독한인연합회장은 축사에서 자신의 꿈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어떤 특정지역을 대표하지도 하고 우리들의 조국이 하나가 되어 우뚝 서는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 한인교회 조성호 목사는 축사에서 “역사가 부른다, 교회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예술단이 오지는 못했으나 베를린에 살고 있는 외교관 자녀들이 출연하여 명실공히 남북이 함께한 공연이 되었다.

남북의 대사가 공식석상에서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민주평통 행사에 통일운동 인사들이 함께하고 남북의 대사가 함께 자리했다. 또 6.15 행사에서도 남북의 대사가 함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이 두 번의 만남에서는 어느 정도 긴장이 있었으나 이번에 참석한 남북 대사는 편안한 친구 같았다.

“쌀에도 빨간 색이 묻었나, 라면에 빨간 물이 들었나?”

이날 참석자는 200여 명. 독일 전역 4만 명으로 추산되는 재독 동포사회에서 종교행사가 아닌 이상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정치활동과는 전혀 관계없는 재독한인총연합회와 베를린간호요원회가 후원하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주최측 인사를 향해 “빨갱이”라 손가락질하던 분들도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에 도래하는 평화시대를 예감하게 하였다.

어떤 이에게는 갑작스레 다가온 설렘이었겠으나 어떤 이에게는 수십 년 간절한 기원이 이제 실현되기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당장 통일될 것 같은 들뜸이겠으나 어떤 이에게는 아직 길고 긴 여정의 한 발자국일 것이다. 동포사회라든가 재외공관이 도외시하는 사각지대에서 6.15공동선언기념행사를 매년 해 온 원로들은 18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부분 그대로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당시보다 그 자리에서 꼬박 10년 더 연로해졌다. ​6.15 행사는 2000년 공동선언 직후 재도이칠란트 동포협력회에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행사를 매년 하다가 2005년에는 몇몇 단체들이 함께 꾸린 6.15유럽위가 결성되었다. 이제 판문점 평화선으로 동포사회 화합을 기운을 받은 시점에서 돌아본다. 그간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행사를 매년 해온 원로들에게 재외공관과 동포사회가 이제는 경의를 표할 때가 된 것 아닐까 싶다. 분단의식, 분단시대로 인해 동포사회에서 발생한 과거에 대한 기억 또한 현재에 대한 즐거움과 미래에 대한 희망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6.15유럽위 변정옥 사무국장이 떠올리는 지난날의 일화. 식품점을 경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남편이 북을 방문하였다는 소식에 손님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발길 끊어진 가게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쌀에도 빨간 색이 묻었나, 라면에 빨간 물이 들었나?”

축시

제일 멋진 통일로 보여 주자

  • <4.27 판문점 선언> 베를린유럽동포축전 -
      1. 이준식

4.27 판문점선언은
혁명, 혁명의 쇳물로 왔다
6.15통일조국 희망찬 태양에 비낀
8천만 온 겨레의 새 역사로 왔다
국무위원장 손을 잡고
거짓말처럼 분계선을 넘어간 대통령
꿈같은 반전,
순간 결단의 예지적 순발력에
세계 언론사 기자들이 터뜨리는
환호 탄성 박수소리와 함께
화해와 번영의 통일소나무로 왔다
남에서 북을 바라보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볼 수 있는
금수강산반도삼천리가
섬나라 아닌 섬나라가 되어 73년
피가 통하지 않는 반병신 되어
한쪽 발, 한쪽 팔로
무리하게 버틴 갑질의 필연
이게 나라냐? 생사운명의 기로에서
뼈와 살이 다시 붙고 혈맥이 이어져
하나토 내어나는 생명의 환희로 왔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고대사는 현대사라고 했다
내일을 보는 거울이라고 했다
자주의 역사는 당당했고 엄정했으며
불의와 타협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았다
유럽동포여, 해외동포들이여
우리도 애국애족애민으로 어깨동무하고
부서진 집 새로 짓는 목수가 되어
낮은 곳으로 흐르는 통일의 물결이 되어
세상에서 제일 늦은 통일을
제일 멋진 통일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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