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삭감법’ 증언 나선 피해자들 “우리가 증거다”

in #kr6 years ago

“연봉 2천5백 노동자 피해보면 사퇴” 운운 여당원내대표에 분노한 ‘최저임금삭감법’ 당사자들

최근 국회서 통과된 ‘최저임금삭감법’과 관련해 집권여당이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법안 개정으로 연봉 2500만원 미만 노동자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지적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사실이라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연봉 2500만원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법개정 이후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직접 증언에 나섰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받지만, 잔업특근과 상여금 등으로 비교적 연봉사정이 나은 제조업 노동자들도 법 개정의 영향으로 벌어질 ‘사업주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우려를 제기했다. ‘최저임금삭감법’ 때문에 사업주가 노동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상여금을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연봉 2500만원 수준의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없어도 된다는 집권여당의 주장에 대해 “재벌의 이익을 노동자들에게 나누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인데, 2500만원 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포기 감수하도록 하는 게 소득주도성장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18일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 삭감법 우리가 증인이다’라는 주제로 당사자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연봉 2500만원 미만의 학교·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와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 등이 참석해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증언했다.

합법적 꼼수 가능토록 문을 열어준 국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기승부릴 것”

“작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자, 정우금속공업은 기존에 지급하던 500%의 상여금 중 300%를 12개월로 나누어 기본급에 녹이려고 했습니다. 그나마 노조가 저항을 하고 조합원이 아닌 사원들도 노조 편에서 저항하자 100%만 기본급에 녹이는 것으로 완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에선 이런 저항조차 못합니다. 컴플레인이라도 제기했다간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니까요.”

금속노조 김도현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의 말이다.

노조에 따르면, 270여명의 사원을 두고 있는 정우금속공업의 2017년 기준 매출액은 540억이며, 영업이익 72억, 당기순이익 53억에 달한다. 게다가 42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를 다니는 13년차 직원의 2017년 기준 시급은 남성 6700원, 여성 6470원으로 그해 최저임금과 같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상여금 500%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자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중 절반 이상을 기본급에 녹여 인상분을 채우겠다고 한 것이다.

그나마 이 사업장엔 조합원 8명을 두고 있는 노조가 있어서 저항할 수 있었다는 게 김 수석부지부장의 말이다. 조합원이 아닌 사원들도 노조와 함께 움직이자, 상여금 300%를 기본급화 하려했던 회사는 상여금 100% 기본급화로 내용을 수정했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회사에선 이런 저항조차 없이 취업규칙 변경이 이루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한 LG 디스플레이 하청업체에선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이는 과정에서 공청회를 열고 사인을 요구했더니 모든 노동자가 한 마디 이의제기조차 못하고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처럼 법 개정 이전에도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인다고 할 때, 항의 한 번 못하고 사인하는 사업장·노동자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어떻게 사용자 마음대로(노동자 의견만 청취하고)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약속, 산입범위 확대로 ‘말짱 도루묵’”
민주노총 “먼저 시작된 최저임금 개악…‘이주노동자 숙식비 공제’”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봉 2500만원 미만 노동자인 학교비정규직들도 참여해 “정부가 최소한의 처우개선 대책으로 발표한 내용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말짱 도루묵’이 됐다”며 “이렇게 줬다 뺏는 식의 개악이 어디 있나”라고 한탄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최소한의 처우개선 대책으로 소위 ‘복지3종세트’(급식비 차별해소, 상여금 80~100만원, 맞춤형복지비 40만원)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비 등을 사업주 마음대로 기본급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면서 ‘복지3종세트’ 효과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8년 학교비정규직 1년차 기준 연봉은 2359만원이다. 이중 기본급은 월 164만원 수준이며, 복리후생수당 19만원, 명절휴가비는 년 100만원, 정기상여금 년 60만원 가량 받는다. 여기서 이번 ‘최저임금삭감법’으로 정기상여금 명절휴가비 맞춤형복지비 지급방식이 매월로 바뀔 경우 “개인당 연봉이 2019년엔 74만원이 삭감되는데 이어, 매해 산입범위 확대로 2024년엔 최대 228만원까지 삭감될 수 있다”고 노조는 추정했다.

민주노총은 산입범위 확대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본 이주노동자 사례도 들었다.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지침으로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쉽게 착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줬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지침을 통해 동의서만 받으면 이주노동자의 통상임금에서 숙식비(통상임금의 8~20%)를 사업주가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지침 덕분에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반강제로 3~40만원에 달하는 숙식비를 징수할 수 있게 됐다. 이주노동자가 원치 않더라도 철저한 갑을관계 속에서 동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민주노총은 “2017년 노동부 자체조사에 의하면, 농업부문 이주노동자들의 월 평균노동시간은 280시간”이라며 “월 300시간 가깝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아도 200만원이 훨씬 웃도는 급여를 받아야 하나, 3분의 1은 숙박비로 떼어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은 “최근 개설한 ‘최저임금 삭감법 임금 피해 계산기’에 3천여명이 참여를 했고, 이 중 2336명의 피해액은 총 258억원에 달했다”며 “전체 응답자 중 86.6%에 달하는 2022명이 그리고 연봉 2500만원 이하 노동자 중 84.7%가 법 개정으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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