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추도식] “그가 죽어야 한다면, 살아야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in #vop6 years ago

시민들 오열로 가득했던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추도식

"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 한 많은 세월이 가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흰 국화꽃을 들고 시민들이 끝없이 줄지어 선 분향소에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추모하기 위한 노래가 애절하게 흘러나왔다. 눈을 감고 엄숙하게 추념하던 시민들은 금세 오열했다. 영정 속 밝게 웃고 있는 노 의원을 말 없이 지켜보던 사람들도 금세 눈이 붉어지며 고개를 떨궜다.

노 의원 타계 나흘째이자 발인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고인의 뜻을 기리는 추도식이 서울 신촌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렸다.

1천600석 규모의 대강당은 2층까지 추도객들로 가득찼다. 자리가 모자라 장내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도 1천 명이 넘었다. 결국 추도식장 밖 야외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시민들은 폭염의 열기를 그대로 머금은 아스팔트 위에 자리를 깔고 앉아 화면을 응시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 형을 좋아했어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네…" 못다한 말들

장내에는 노 의원의 부인 김지선 씨, 상임장례위원장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 공동장례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이 자리했다. 민주노동당 시절 고인과 함께했던 권영길·천영세·강기갑 전 의원, 김혜경 전 대표 등 진보 원로인사들, 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 시절을 함께 보낸 유시민 작가도 함께했다.

추도식 무대에는 '전보정당 대표의원'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 적힌 대형 글귀가 내걸렸다.

무대 화면에는 2012년 10월 21일 노 의원이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수락연설, 생전에 화제를 모았던 촌철살인 발언들이 영상으로 꾸며졌다. 추도객들은 힘껏 박수를 치다가도 금세 훌쩍였다. 고인이 고교시절 직접 작곡한 '소연가'가 흘러나오자 장내는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이정미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저는 노희찬의 꿈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그 누구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는 없다. 어떤 이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정의당 모두가 노회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말 멋진 정치인, 우리의 지도자 노회찬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번뇌의 날밤을 지샜을 노 의원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울먹였다.

"추도사가 아닌 짤막한 편지를 써왔다"는 유시민 작가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라고 못다한 말을 전했다.

생전에 형과 동생 사이로 지냈다는 영화배우 박중훈 씨는 "형님, 이제 겨울에 뜨거운 굴국밥 누구랑 먹습니까? 형님 그리워요. 더 절망스러운 건 이 그리움이 점점 더 커질 것 같아요. 아휴, 형님 이러시면 안 되죠"라며 먹먹한 마음을 털어놨다.

노 의원이 별세하던 날 복직 축하 메시지를 남긴 김승하 KTX승무원은 "님은 우리를 지키려고 평생 살아오셨으나 우리는 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님이 남기신 뜻을 세상 모든 약자들이 모여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고인의 부산중학교 친구인 김봉룡 씨는 "그가 죽어야 한다면 이 세상에 살아야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네"라며 흐느꼈다.

추도식은 노 의원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다는 노래 '그날이 오면'을 모든 추도객들이 함께 손잡고 부르면서 끝이 났다.

추도식장 한켠에는 노 의원을 향한 시민들의 '포스트잇'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싸움이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지켜봐주세요.'

'함께 했기에 행복했습니다. 정의로운 세상에서 뵙겠습니다.'

'노회찬 의원, 당신은 최고였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한편, 노 의원의 영결식은 27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에서 국회장으로 엄수된다. 고인은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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