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노동운동하기] 빨간옷 선거운동원의 “6번 지지해요” 고백
‘박근혜 안방’ 대구에서 노동자 시의원에 도전하다
대구 달성군은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높은 곳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가기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와 사진 한 장 찍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곳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새누리당 달성군수, 시의원이 무투표 당선되었고, 2016년 진박 추경호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동네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 달성군수 후보를 내지 못했고 달성군 제2선거구에는 시의원 후보도 내지 못했다. 다만 군의원 후보 4명이 출마해 모두 당선되었다.
달성군은 또한 노동자 밀집지역이라서 2002년 민주노동당 때부터 통합진보당에 이어 이번 민중당까지 진보정당 후보가 계속 출마한 지역이기도 하다. 진보정당 후보로 국회의원, 군의원, 시의원 다 출마 해보았지만 두 자리 수 지지율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 달성군2선거구 민중당 조정훈 후보(필자)가 18%, 달성군의원 민중당 이정아 후보가 11% 득표하는 사건이라면 사건이 벌어졌다.
노동자 직접정치 -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로 해고되고 7년 만에 복직해서 현장 적응하기도 바쁜 시기에 지방선거 논의를 하게 되었다. 복직된 직후라 내가 후보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옆에서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고 논의에 참여했다. 그런데 논의결과는 “노동자 직접정치를 하려면 직접 출마 해야지요”였다. 이에 민주노총 후보로 내가 출마할 것이 요청됐고 나 역시 결심하게 되었다.
내가 출마하는 것에 대해 상신브레이크 동료들의 첫 반응은 “좀 쉬지 뭐 할라고 나가냐?”, “되지도 않는데 왜 나가냐?”였다. 일부에서는 조정훈이 권력욕이 많아서 출마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민중당으로 출마하는 사실을 알자 그런 말들이 쑥 들어갔다. 나는 동료들에게 이제는 노동자가 직접 정치를 할 때라고 이야기하며 출마 동기를 설명했다.
3월 26일 예비후보 등록 후 출퇴근 시간에 선거운동을 하고 5월부터 개인 연차 20개와 조퇴를 사용해서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민중당 참 좋은데 알릴 길이 없네
“비정규직과 청년의 정당 민중당입니다”라고 하면 갸우뚱 하시는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이후 새로 만든 민중당입니다”라고 하면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이 많았다. 민중당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조건에서 노동조합 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많은 얘기를 할 상황이 안 되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을 심판하고 복지 달성, 노동하기 좋은 달성을 만들려면 민중당 조정훈입니다”라고 수천 번 얘기하고 다녔다.
주요 네거리에서 유세할 때는 타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듣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을 공략해 “더운 날씨에 수고 많습니다. 근로기준법 상 2시간 일하면 10분 휴식해야 합니다”, “여기 계신 선거운동원분들 죄다 여성분들인데 왜 후보는 다 남성들만 있습니까? 여성의 문제 여성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만큼 노동자인 제가 후보로 나선 것입니다”, “달성공단에 좋은 일자리는 민주노총 사업장입니다. 잘 아시지예. 대동공업, 이래오토모티브, 한국게이츠 다 민주노총 아닙니까? 노동조합 있는 곳이 좋은 일자리입니다”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선거운동 기간 타 후보 선거운동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유세 마치고 가는데 빨간 옷 입은 선거운동원이 조용히 “6번 지지해요”라며 ‘커밍아웃’ 하는 일도 있었다.
마지막 유세 때 무소속 후보가 나의 전과 7개를 낭독하고 귀족노조 운운 하며 나를 공격할 때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예감했다. 나를 경쟁상대로 신경쓰고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희망을 보다
내가 출마한 지역에는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에 젊은 층이 많이 이주해와 있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새로운 정치세력을 찾는 시기이다. 자유한국당이 너무 개판을 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진짜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당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대구시장은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자유한국당 달성군수 후보는 낙선했다. 달성군의원 10명 중 민주당이 4명 당선됐다. 2016년 지방선거에서 군의원 전원이 새누리당이었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큰 변화인가.
이렇게 변화 중인 대구 달성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민중당을 알려내고 노동자 직접정치의 토대를 마련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둑에 구멍 하나를 낸 심정이다. 자유한국당이 무너지고 노동자 직접정치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이다.
현장에 복귀 후 조합원들에게 인사하는데 다들 “내 니 찍었데이, 울 가족 다 찍었데이~”, “야 다음에는 되겠는데~”, “진짜 고생했데이~”라고 해주셔서 힘 받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 기사 : 조정훈 금속노조 대구지부 상신브레이크 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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