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 만에 ‘남북 정당교류’ 복원한 민중당 “판문점선언 이행 속도 높여야
북한 조선사회민주당 만난 정태흥 공동대표 “정부만으론 어려워, 교류협력 물길 넓혀야”
"중국 심양에서 민중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10년 만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당원 여러분과 국민들께 뜻 깊은 양당의 만남, 그 결과를 말씀드립니다."
24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는 벅찬 어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10년',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하늘과 땅, 바다의 모든 길이 끊어진 세월이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그랬듯 정당도 역사적인 재회를 했다.
민중당은 지난 20~21일 중국 심양에서 북한 조선사회민주당과 만나 빠른 시일 내에 평양 방문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평양에서 '판문점선언 지지 이행을 위한 정당의 역할'을 주제로 양당 대표단이 공동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함께 등반대회도 한다. 2008년 민주노동당 방북 이후 끊겼던 남북 정당교류가 부활하는 것이다.
"북측도 '판문점선언' 높이 평가"
"'촛불혁명'으로 나라를 바로잡고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상황을 북측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고려를 북측에서도 하고 있었던 것이죠. 특히 남쪽 정당, 민중당과의 교류에 첫발을 뗀 것은 정당교류의 복원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민중의소리'와 만난 민중당 정태흥 공동대표(정책위의장 겸임)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그는 19일 김은진 자주통일위원장, 김택연 정책연구원과 함께 중국으로 날아가 북측 조선사회민주당 리금철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만났다. 양당 회담은 20일, 21일 두 차례 이뤄졌다.
1945년 11월 3일 조만식을 당수로 조선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뒤 1981년 제6차 당대회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된 조선사회민주당은 1948년 4월 남북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남북 정당교류의 역사가 깊은 정당이다.
사실 이번 만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정초부터 조선사회민주당으로부터 새해 인사가 발송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인 신년사가 있었지만, 정세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적어도 4.27 판문점선언이 있기 전에는 그랬다.
"북측에서도 판문점선언에 대해 '민족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선언'이라고 평가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반도 전쟁'이 거론되고 북미대결이 극한으로 치달았던 일을 돌아보면,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중대 계기가 마련됐다는 인식수준에는 남과 북의 큰 차이가 없었지요."
민중당은 판문점선언 이후인 5월 21일 조선사회민주당의 새해인사에 대한 답신을 보냈고,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정당교류를 제안했다. 이에 7월 2일 조선사회민주당이 양당 실무회담 개최의 뜻을 전해오면서 만남이 실현됐다.
"북측에서도 남쪽 상황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아주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2014년 통합진보당이 강제 해산된 이후 남북 정당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주체가 말살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지난해 10월 15일 민중당이 건설되는 모습을 보면서 북쪽에서도 감격스러운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사실상 촛불혁명 이후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이미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일한 정당교류 역사성 가진 민중당, 사명감 크다"
1948년 남북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이후 맥이 끊겼던 남북 정당교류는 2000년 민주노동당이 조선노동당 55돌 기념식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면서 재개된 바 있다. 당시 노회찬·김혜경 부대표 등이 방북했고 조선사회민주당과의 첫 만남도 이뤄졌다.
이렇게 물꼬를 튼 정당교류는 6.15 공동선언 이후 크고 작은 부침 속에서도 남북교류의 맥을 이어가면서 민족대단결의 정신을 지켜온 한 축이 됐다. 정세에 따라 운신의 폭이 좁은 정부를 대신해 다양한 형태로 대화의 공간을 열어갔으며 시민사회의 통일사업을 견인했다. 이렇게 축적된 남북의 노력은 판문점선언을 통한 평화시대 개막의 밑바탕이 됐다. 민중당이 남북 정당교류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민중당은 유일하게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통합진보당을 거쳐 이어져온 정당교류의 역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10년 만에 복원한 역사적·정치적 의미가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판문점선언 시대 첫 남북 정당교류라는 점에서 이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큰 사명감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높은 차원에서 화해·협력의 국정기조를 잘 유지하면서 정당 및 민간교류 채널에 대해 협력적인 모습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통일부는 지난달 평양에서 열리는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남북해외 위원장단 회의에 남측위 참가단 일부의 방북을 불허했다. 특별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가 '재량권 행사'만을 내세워 민간통일운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부는 정당교류를 복원하려는 민중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선언 이행 의지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 느껴졌어요. '대북접촉 신청이 500건이 넘는다는데 교류협력 사업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거에요. 문재인 정부가 너무 미국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아니냐는 거죠. 이번 통일농구경기대회에도 군용 수송기에 선수들을 태워 보냈잖아요. 북측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뜨악'할 수밖에 없는 광경인 거죠.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기조에 같이 협조하는 모양새에 대해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불만이 있었습니다. 북측은 판문점선언의 내용대로 남북이 힘을 합쳐서 과감하게 대북제재를 헐어내고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정부 노력만으로 판문점선언 이행 어려워, 물길을 넓히자"
전 세계는 판문점선언에 찬사를 보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은 물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 및 종전선언을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비전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판문점선언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단순히 6.12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마중물로서의 위상과 역할에 국한시키기도 어렵다. 그 자체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취지를 포괄하면서도 자체적으로 고도의 완결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정태흥 대표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은 정부의 노력으로만 이뤄지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노력에 더해 정당·시민사회의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과거의 냉전적 국면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민간의 각 영역에서는 대북접촉을 승인해달라는 단위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들을 통한 교류협력의 물길을 넓혀야지요. 이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모든 것을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후에 하려고 뒤로 미뤄놓으면 이 답답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거죠. 평화의 추진동력을 여러 곳에 만들어놔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에요. 민중당의 정당교류 사업 역시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해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앞으로도 시민사회와 함께 한반도 평화의 토대를 조성하기 위해 잘 해보겠습니다."
- 글 : 신종훈 기자
- 민중의소리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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