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13오늘의서울시] 파인트리 공사 재개가 ‘숙원사업’ 해결이라고요?

in #kr6 years ago

[오늘의서울시] 서울시 스스로 위법하다 판단한 사업을 재개한다고?

역시 한국은 대마불사이고 그보다 더 강력한 논리는 ‘첫삽논리’다. 그건 뭐냐면 일단 시작하면 아무리 절차 상 하자가 있어도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삽을 뜨려고 한다. 그러면 당장은 욕 좀 먹지만 결국은 사업이 추진된다. 그러면 담당자가 징계받거나 그러지 않냐고? 아니, 하나의 사례를 보자.

image

북한산 자락에 있는 파인트리 이야기다. 이 사업은 정말 재밌다. 그 전에 오늘 박원순 시장이 이 사업을 ‘지역 숙원사업’이라고 평가하면서 이것을 정상화하는 것이 삼양동 한 달 살이의 결과로 제시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부산에 있는 건설업체가 1300억원 정도를 들여서 사업권을 인수했다고 한다.

image

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업시행자와 함께 “시와 강북구”가 TF를 만든다고 한다. 이런 발표가 우스운 것은 지난 2012년 서울시 감사관실이 파인트리 사업 자체가 절차와 방법이 모두 잘못 되었다는 것을 밝혔다는 데 있다.(http://gov.seoul.go.kr/archives/11683) 스스로 위법적인사업이라고 해놓고 다시 추진하는 셈이다.

그러면 이게 왜 문제인지 다시 2012년 감사결과로 돌아가 보자.

image

첫번째 문제는 1964년부터 시작한다. 국립공원부지가 일반주거용지가 되고 유원지로 지정된다. 이건 불가능하다. 당시에 관련 법규가 없어서 그랬다. 그러면 이후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이를 치유했어야 했다. 이걸 하지 않았다.

image

두번째 문제는 200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엉뚱하게 유원지 내 콘도 설립 계획을 허가 해준 부분에서 발생한다. 어이 없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회의자료가 정확하게 제공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세번째 문제는 2010년 강북구청이 기존 콘도계획이 ‘고급’콘도계획(평수가 는다)으로 바뀌는 것을 허가 해준다. 특혜의 소지가 생기는 부분이다.

image

원래 공익성을 높이겠다고 사업자가 유스호스텔 계획을 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 유이경전철이 생긴다는 이유로 건축계획을바꾼 것이다. 구청은 이를 알면서도 허가를 내줬다.

image

이런 이유로 파인트리 사업은 중단된다. 설사 흉물이 되었다해도 불법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은 중단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2013년에 진보신당과 지역 단체들은 대안으로 중단된 건축물을 서울시가 인수해서 공공목적의 국립공원 교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이런 논의는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래놓고 사업을 재개 하는 것, 즉 민간사업자가 콘도를 지어서 유원지로 사용하는 것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밝혔다. 말했듯이 2012년 감사를 했던 시기도 박원순 시장이 있던 시기다.

당시 불법을 저지른 공무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 면책 되었다. 불법이 명백한데 2년의 면책기간이 지나서 처벌을 아무도 받지 않게 되었다. 단체장의 임기가 4년인데 공무원의 면책 기간은 2년이다. 취임 1년차나 2년차에 한 불법행위는 단체장이 임기를 마친 후에 처벌할 수가 없다. 이보다 완벽하게 불법을 제도화할 수가 없다.

image

오늘 박원순 시장이 밝힌 파인트리 재개 발표는, 이런 기존 행정의 관행을 승인해주는 것이다. 불법이라 해도 일단 해라, 시간이 지나면 논란이 되겠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되고 결국엔 원하는 것을 얻을수 있게 된다는 명확한 싸인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대안 운운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이 공공인수에 대한 대안이 있었고, 무엇보다 파인트리 문제에서의 일차적인 대안은 불법을 불법답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방법의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고작 박원순 시장이 삼양동 한달 생활 동안 이 정도의 고민을 하고 나왔을 뿐이라는 것이 실망스럽다. 한국 사회는 불법이어도 일단 삽질을 시작하면 이긴다. 이것을 확인한 하루다. 물론 힘있는 기업이나 공무원들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말이다. 나는 앞으로 서울시가 불법엄단에 끝까지 불법 사항을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례를 들 것이다. [끝]

Sort:  

면책기간은 정말 할 말이 없군요. 초반에 드라이브걸고 레임덕 시기가 오면 면책기간이 지나있고..
그 좋아하는 '법대로'는 왜 이런 곳에서 피해가는지 모르겠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4
JST 0.029
BTC 59165.12
ETH 2617.93
USDT 1.00
SBD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