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11오늘의서울시] 청년자치정부, 내용보다 방향성이다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의서울시] 하나의 사업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어제 ‘서울시 시민민주주의 조례’ 공청회에서 재미있는 입장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규정의 내용과 수준’에 대한 것이다. 현재 입법 예고된 조례는 상당히 두루뭉실한 편인데 이에 대해 우호적인 측에서도, 비판적인 축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유인 즉, 정확하게 권한과 역할 그리고 사업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도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원래 발전주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규율은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다보니까 일탈이나 부패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나열하고 이런 근거가 없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사회운동, 이를테면 혁명이나 해방운동으로 만들어진 국가는 하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한 최소의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대신 ‘목적’과 ‘방향’을 분명하게 함으로서 사후의 평가를 엄밀히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뭘 하나 하더라도 근거를 따지는 반면 아무리 엉망진창인 사업이라 하더라도 규정과 근거에만 따르면 면책된다. 하지만 시민참여의 방식이나 소위 혁신의 방식에는 이런 규정이 맞지 않는다. 경로가 정해져있는데 어떻게 혁신이 가능하겠나. 그럼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시민민주주의 조례가 더 많은 상상력이 가능하도록 느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러러면 방향과 목적이 뚜렷해야 하며 평가와 수행 과정에서의 견제가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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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서울시가 <청년자치정부>라는 이상한 행정조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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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직은 기존 서울시의 청년담당 사업부서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의미를 가진다. 조직 뿐만 아니라 별도 재정과 의결기구를 가진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자치’ 행정조직이라는 위상을 지니게 된다.

사실 세대문제가 식상한 문제가 되긴 했지만 다양한 지표에서 보면 당대의 청년 문제는 단순히 세대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의 지속력과 직결된 문제이고 무엇보다 미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고용이나 주거의 문제만 놓고보더라도 현재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미래로 전가한 사회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동안 서울시가 해왔던 청년정책들이 다른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건 ‘간접지원’ 정책보다 상대적으로 ‘직접지원’ 정책의 비중이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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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고용하는 회사의 사장에게 지원하기 보다 청년에게 직접 일자리를 공급하고 임금을 주거나, 혹은 직접적인 자산형성을 돕는 자본보조(청년희망통장)를 하고 청년수당과 같이 아예 직접적인 현금지급을 실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이런 대상별, 계층별 지원정책은 중간체계를 없애고 직접지원 하는 것이 전달비용을 없애는 것 뿐만 아니라 제도 평가에도 용이한 체계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자치정부가 기존의 청년의회를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로 가져가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청년들의 정치적 대표성은 처참할 정도인데 이른 바, 기성 세대의 담합구조가 도를 넘어섰다. 기존 정당에서 아예 후보자로 내세우지 않음으로서 해서 만들어진 담합 구조는 한 세대의 정치적 대표성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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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금 민주당 주도의 시의회를 보면 완전 안습 그 자체다. 국회는 더 심한데 20대 총선만 놓고 보면 청년 국회의원은 1% 수준인 3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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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무현 탄핵 정국이었던 17대에 7% 정도였던 것을 정점으로 해서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https://www.google.co.kr/amp/m.ohmynews.com/NWS_Web/Mobile/amp.aspx%3fCNTN_CD=A0002383775). 이런 과점 체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별도의 ‘자치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수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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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 시점에서 성급하게라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것은 청년의 의제가 단순히 특정 세대에 대한 ‘보장’으로만 가게될 경우의 위험이다. 이를테면 ‘청년영향평가’라는 항목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모르겠으나 성별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 정도로 축소된다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미래영향평가의 요소, 그러니까 지금과 같이 지나치게 ‘현재가치’ 위주의 정책결정 과정에 미래세대의 부담이라는 관점을 반영시키는 평가라면 어떨까 싶다. 이를테면 과도한 SOC사업은 장기적으로 유지 보수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재정의 재량범위를 제한한다. 과도한 자가용 사용은 오히려 미래의 이동수단을 급격하게 제한시킬 수 있다(공기질 문제는 과거 사람들이 일으킨 것을 현재 사람이 고통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소위 ‘유니온즈’ 운동이라고 불렸던 1세대 혹은 1.5세대 청년당사자 운동을 확대해서 새로운 청년 당사자 활동가그룹을 만드는 과제도 있다. 청년의회라는 틀이 있지만 때때로 이의 인풋 과정이 잘 보이질 않는다. 권한이 생긴 만큼 다양한 개입의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려하는 건 500억원이라는 예산액이다. 보통 서울시의 관료집단은 시장의 역점 사업에 대해 ‘돈을 때어 주는 방식’으로 타협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관료체계를 보호하기 위한 술수다. 만약 500억원의 예산 편성에 집중한다면 청년자치정부의 과제는 매년 500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크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산 실링액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평가의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미래영향평가와 같은 것이겠다. 이를 통해서 신규사업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변형시키는 것에 더 중점을 두지 않으면 확대된 공모 사업 구조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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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년 상반기 때까지 준비과정을 거치기로 했다니 어떤 준비를 해나갈지 지켜봐야 겠다.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기성세대를 배제하지 말고 청년 세대의 뒤쪽에 포진시켜 그 역량과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 지나치게 당사자성을 내세운 이런 저런 단체의 지리멸렬을 보고든 생각이다.

어쨌든 이런 변화가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건 엄밀한 규정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방향성과 목표이고 이를 위한 다양한 실험들로 기성세대의 경로의존성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현실의 전환을 고민하는 각 정당의 청년그룹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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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적인 측면에서는 기성세대를 배제하지 말고 청년 세대의 뒤쪽에 포진시켜 그 역량과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창세기를 매번 새로 쓴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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