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4오늘의서울시] 미안하지만, 그것은 공유가 아니다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의서울시] 비경제적 자원을 경제 자원으로 만드는 방식일 뿐

한글로 공유하면 이것이 상당히 헤깔린다. 일단 共有 의 공유, 公有 의 공유가 존재한다. 앞의 공유는 여럿이 함께 갖고 쓴다는 말이다. 뒤의 말은 공적으로 가진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버스승강장의 벤치는 뒤의 공유다. 영어로는 앞의 것이 common으로 뒤의 것이 public으로 번역된다. 이게 한자나 영어로 하루경우 명확한데 한글로 써 놓으면 당최 어떤 말인지 애매하다.

그런데 서울시 정책 하나가 이를 더 헤깔리게 한다. 그건 박원순 시장이 선언한 ‘공유서울’이라는 개념이다. 그리고 매년 서울시는 공유서울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갖고 있으며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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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정책으로서 공유는 엄밀하게 ‘같이 가지고 사용함’도 아니고 ‘공적으로 소유하고 사용함’도 아니다. 영어로는 Share이고 ‘내가 안쓸 때 싸게 빌려서 사용’ 이라는 말에 가깝다. 일단 소유권의 변화는 없고 경제적 활동이 전제가 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서울시 공유경제의 주체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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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아예 조례에 경제적 목적을 분명히 명시하긴 했다. 지방정부도 경제정책이 있고 특정한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것에 구태여 부정적일 필요가 없다. 다만 서울시가 ‘공유’라는 말을 오염시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공유경제라 하고 이를 공공에서 지원한다면 그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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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페스티벌에서 강연을 맡은 이들이다. 정말 이들이 궁금했다. 왜냐하면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말이다. 게다가 모빌리티 영역의 공유경제라니 관심이 갔다. 어쩌나, 모르면 찾아봐야지. 분명 말하지만 특정 업체나 사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서울시 공유경제행사로 데려온 맥락을 짚는 것일 뿐이다.

  • 매스아시아: 자전거 대여업체다. 보면서 따릉이가 있는데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방식 역시 누군가 가지고 있는 자전거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전용자전거를 운영한다. 공유의 맥락을 모르겠다.

  • 위즈돔: 전세버스 대여회사다. 인천시와 경기도 어디의 한정면허까지 가지고 있다. 예약과 임대 서비스를 온라인 기반으로 할 뿐 ‘나누거나’ ‘공유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 큐브카: 제일 놀랐는데 그냥 리스업체다. 친환경차만 다루나 했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아예 사양 자체에 친환경/일반 구분도 없었다.

대략 이렇게 보고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이들이 서울공유에 부합하는지 생각에 빠졌다. 어떤 사회적 가치의 확장이 있을까 따져봤다. 개인적으론 소위 스타트업으로서의 가치는 모르겠지만 서울공유경제가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아니지 않은가?

이 점에서 서울시 공유경제가 갖는 모호함이 드러났다 생각한다. 원래 share economy는 공유경제라 쓰면 안된다. 기껏해야 나눔경제인데, 도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단일화된 운영체계를 복잡화함으로서 부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는 행태를 뜻한다.

어차피 빈방 싸게 빌려주고 돈벌자, 이런 것이 나눔경제의 형태다. 어차피 내가 말해도 별로 신뢰하지 않을테니 나름 이쪽 전문가인 <애어비앤비> 팀장이 한겨레 기자였을 때 쓴 글을 보자. 이 기사는 혼란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경제행위를 다룬 후 특정 유형을 ‘나눔경제’로 잡는다.(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680226.html#cb)

서울시가 이야기하는 공유경제는 저 분류에서 보면 나눔경제에 해당한다. 음성원씨는 이를 공유경제의 하위로 분류했지만 사실은 나눔경제는 시장경제 내 플랫폼 경제의 한 유형으로 봐야 한다. 어쨌든,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서울공유페스티발를 위해 자치구 인센티브까지 걸었는데 그 취지가 ‘공유확산’이다. 정말 저 기업들을 알게 되면 공유가치가 확산되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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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만 더 짚고 싶다. 이탈리아 볼로냐엔 공유조례가 있다. 제목이 “도시공유재의 보호와 재생을 위한 시민과 행정의 협력에 관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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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장의 제목은 ‘개입’이다. 왜 그럴까? 세부적인 법조문을 보면(http://www.comune.bo.it/media/files/bolognaregulation.pdf) 주어가 활동가다. 그것이 아니어도 활동 자체가 주어다. 그러니까 기업이나 행정이 아니라 도시공유재를 필요로 하는 시민이 공유지든 사유지든 활용하고자 할 때 행정이 어떻게 적절하게 개입할지를 다루는 규정이다.

사실 사적 소유권 체계가 강력한 상황에서 공유재를 만든다는 건 아무 쓸모없는 것을 가져다 억지로 의미를 붙이거나 사실은 사유화되어 있고 그저 일시적으로 주어진 것을 사용하는 것 밖엔 가능하지 않다. 이를 적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반드시 행정의 배타적인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시에 가장 없는 태도이기도 한 ‘개입’이 왜 볼로냐의 공유조례에 들어가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앞서 인용한 기사에 음성원씨가 쓴 문구를 공유한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이 생각은 여전히 옳다.

법과 제도가 바뀌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돈을 벌겠다고 뛰어드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횡행한다면 결국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무법의 도시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유의 시대를 외면할 경우 각종 혁신을 놓치고 뒤떨어진 도시로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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