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20오늘의서울시] 정말 강남북은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우려와 기대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의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 선언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박원순 시장이 삼양동의 옥탑방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예정했던 서울시의 강북 개발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그동안 관심이 모여졌던 대책에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는 16쪽이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세부 대책에 언론들이 주목했는지를 짚어 보는 건 의미가 있겠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균형발전', '공공기관 이전', '경전철 조기 착공'이 앞에 놓인다. 거기에 재원 문제가 따라오는 상황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렇게 부각되는 것에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내놓은 대책을 보면 '어?'하면서 눈이 가는 대책도 있다. 그런데 적어도 현재 언론에서 주목하는 부분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1) 눈이 가는 부분

이를테면 전통시장과 소상점가를 묶어서 지원하는 <생활상권프로젝트>와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사업은 눈여겨 볼 만하다. 우선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이 공공사업의 입찰시 가점을 받도록 하는 부분은 사회적 경제 영역의 활성화에 중요한 제도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참에 가점 뿐만 아니라 입찰 자격에 대한 변화와 사업 관리 방식도 변경되면 중요한 변화가 가능하겠다 싶다. 또한 기존의 반복적인 시장 지원사업에서 벗어나서 빈점포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주민 자산화'로 끌어 들이는 부분 역시 진일보다. 기껏해서 지역 개발 해놓았더니 프랜차이즈만 치고 들어와 상권을 독점하는 부분에 '최소한의 공공 개입'이 가능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중요하다. 아무리 도시재생 사업이라 하더라도 물리적인 환경개선이 없으면 안된다. 기본적으로 주거환경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물리적 환경의 낙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건축협정, 자율주택 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 필요하다. 특히 SH공사를 통해서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아무리 자율이라고 하더라도 뉴타운과 같이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 한 소규모 정비사업을 민간 독자로 하는 것은 어렵다. 아니 아예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에 대하여 적절한 공공투자가 필요하고 특히 정비사업의 전문성을 위해 SH공사와 같은 곳이 공공정비사업의 당사자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층고 제한을 없애서 재건축, 정비사업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식의 식상함을 벗어나서 좋았다.

(2) 갸우뚱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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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돌봄시설의 90% 이상을 비 강남권에 집중한다는 원칙도 나왔다. 사실 보육시설을 구체적인 수요에 응답하기 보다는 지역 안배의 수단으로 쓰는 것이 타당하진 않지만, 공공보육 기능이 강화되면 좋은 일이긴 하다.

서울연구원이나 SH공사 등을 강북권으로 이전한다는 공공이전 계획은 놀랍다. 일단 발상이라는 측면에서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주요한 공공기관들이 강남권에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도시 공간의 권력 구조를 만들기는 한다. 문제는 이것이 현실화되는 경로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래서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가'라는 목표다. 실제로 참여정부에서부터 추진했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지역의 땅값 상승을 부추긴 것 말고 어떤 정책 효과가 났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행정비용을 상승시키거나 혹은 지역 내 위화감을 만들어 사실상 '고립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별도의 재원 대책으로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조성하겠다고 하고 이를 중앙정부의 균형발전특별회계 교부액과 일반, 특별회계 전입금, 과밀부담금 등을 통해서 확보해 2022년까지 1조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구균형발전특별회계의 현재판인 지역발전특별회계 상 서울시가 1년에 받는 규모는 1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서울 외 지방정부들의 사정이 더 나쁜데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서울시에 돈을 줄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재원은 중앙정부 지원보다는 오히려 서울시 자체 재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면 과밀부담금은 어떨까?

지나치게 고밀도 개발하는 사업자에게 부담금을 물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과밀부담금은 연간 270억원 정도가 걷힌다. 문제는 이 용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에 도시재생기금을 새롭게 만들면서 이의 재원으로 과밀부담금을 사용하도록 했다(https://news.joins.com/article/2129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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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을 다시 뺄 것이 아니라면 기금에 있는 돈을 특별회계로 다시 묶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일반회계, 특별회계 전출금만으로 특별회계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매년 2~3천억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가능할까? 모르겠다. 이미 10%를 시민이 직접 결정하는 예산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것이 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3) 이상한 부분

공유차량 주차구역을 확대하고 공용주차장 건립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이상하다. 기본적으로 자가용 이용을 전제로한 도시 발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주차장 건립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데, * 공유차량 주차구역 확대(5,733면) * 공용주차장 건립시 보조금 지급(90개소) * 가로변 여유차로 노상주차장(8,000면) * 비강남권에 공원, 주차장 등 편의시설 확충(232개) 와 같이 나열된 세부 사업에 주차장 건립과 관련한 사업이 지나치게 많다. 앞 부분에 공유차량을 설명할 때는 '자가용이 불필요한 도시'를 말했으면서도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주차장 공급 정책이 많으니, 앞 뒤가 맞질 않는다.

또한 사실 민간사업자의 BTL 사업인 학교부지에 체육관, 수영장, 주차장 신축 계획은 의아하다. 2022년까지 38개 학교를 그렇게 하겠다는데 현행 제도에도 불구하고 BTL사업이 안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주차장 등의 설치에 학부모들이 반대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수익이 크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서울시에서 이를 추진하겠다고 하면 재정사업으로 하거나 아니면 BTL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든 저렇든 이상하다.

경사형 모노레일과 곤돌라 설치는 정말 모르겠다. 왜냐하면 실제로 강북 지역의 장수마을이나 정릉동의 경우에는 소규모 마을버스를 설치해달라고 하지만 이를 서울시가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곤돌라나 모노레일이라니, 운영비용이나 설치 규모를 생각하면 오히려 소규모 공공교통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겠는데 왜 검증도 되지 않는 신교통수단을 마구잡이로 도입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4) 매우 매우 매우 이상한 일

거의 모든 언론이 주목한 것은 바로 경전철 4개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 정말 웃긴 일이다. 왜냐하면 애초 2013년에 박원순 시장이 7개의 노선을 10개로 늘릴 때, 그리고 그것을 다 민자사업 방식으로 할 때 오히려 필요하면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라고 했던 것이 공공교통네트워크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당시 계획으로도 전체 재정투자액 8조 5,533억원 중에서 국비가 1조 1,723억원, 시비가 3조 9,494억원이어서 5조원 가량이 공공재원이었다. 고작 3조 정도를 넣는 민간사업자가 공공교통인 경전철의 운영권을 독점적으로 가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재정사업으로 타당성을 따져야 이후 운영과정에서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으며 객관성 있는 판단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애초 <도시철도기본계획> 자체를 수립할 때 민자사업'만'을 전제로 잡았다. 그래서 '도시철도법'에 따라 수립하는 도시철도기본계획을 해당 법의 지침을 준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민간투자사업을 전제로 한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 상의 투자지침에 맞췄다. 이 것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2013년 당시 시민사회가 서울시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자(https://drive.google.com/open?id=197aoZimLkSrzYSY345NrHuQ5JV-jCGWQ).

요지는 이렇다. 원래 도시철도기본계획은 노선망을 확정하고, 이를 재정사업으로 할 지 민자사업으로 할 지는 추가적인 타당성 조사, 공론화 및 토론 등을 통해서 정해야 한다. 그런데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오세훈 시장이 확정한 민자 경전철 사업을 조정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기본계획 자체를 민자사업으로 세팅했다. 즉, 민자사업이 아니면 경전철은 없게 만든 것은 누구도 아닌 '서울시 본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시 이를 주도했던 사람이 현재 부시장인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재정사업으로 하겠다고 한다. 2022년까지 착공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기존의 타당성 조사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2013년 당시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결과로도 재무적 평가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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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공교통이라는 것이 적자가 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공공교통의 특징이다. 하지만 문제는 2013년 당시 서울시는 위와 같은 재무적 평가를 통해서 '재정사업은 힘들기 때문에'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통한 민자사업을 한다는 논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시 민자사업의 B/C는 모두 1이 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이선이나 신림선을 제외하고는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전무한 상태다. 그러면 2013년 당시 서울시의 정책판단은 오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에 이용자의 상당수가 노인층이고 이들의 이용은 '수익성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또한 1인당 통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단순한 추세일 뿐이라 했으나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그 때와 지금이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실제로 '우이경전철'이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는 검증가능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민자사업이냐 재정사업이냐가 아니라 경전철 사업이라는 것이 강북의 발전이라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이 옥탑방에서 뭔가 영감을 얻듯이 내려와 '재정사업으로 합시다'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우스운 정책결정 과정이다(게다가 올해 새롭게 수립해야 하는 도시철도기본계획의 방향이 거의 결정된 상태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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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긍정적인 부분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의 삼양동 선언에 한계가 있을까? 그것은 잘못된 프레임 탓이다. 바로 '강남북 불균형'이라는 문제다. 그러니까 강남과 강북에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것 중에서 '불균형'으로 인식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연초부터 <조선일보>는 강남북의 집값과 재산세 납부액을 비교하면서 강남북 격차의 이유로 '부동산'에 주목했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뉴타운'이 시작할 수 있는 토대였다. 2004년 총선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뉴타운 정책을 공약으로 걸었으나 2010년 이후 뉴타운 사업이 몰락할 때 누구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사이 강남북 격차는 완화되었을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강북의 현재가 지금의 다양성을 만들었다고 보면 어떨까. 예술의 전당이 강남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은 왜 강남이 아니라 강북에 집중적으로 거주할까? 가난한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왜 강북에 살까? 박원순 시장이 문제라고 지목하는 강남북의 격차가 사실 격차가 아니라 차이에 불과한 것이 아닐가? 이런 질문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뉴타운 사업의 성과는, 강북을 강남처럼 만든 것이 아니라 강북에 강남부자와 같은 부자를 만들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오히려 강북지역 내를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강북 발전의 주도권을 10%의 지역 기득권이 가지고 있는 한,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강남북 격차의 해소는 강남북 '기득권 세력의 불균형'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북과 강남의 문제를 한데 묶어서 보지 말고, 강북을 그 자체로 보면 어떨까 싶다. 강북의 강남화가 격차의 완화가 아니듯이, 강북은 그 자체로 지역성과 특징을 만들어 온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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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강남북은 기울어진 '하나의' 운동장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운동장이지, 서울 전체가 하나의 운동장일 필요는 전혀 없다. 냉소맞다. 왜 아니겠나? 14년 전 이명박 전 시장에게서 들었던 '강남북 격차'니 '강북을 강남처럼~~'이라는 말을 박원순 시장에게서 듣고 있는데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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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옥탑 증축 일괄 단속이라도 하겠다고 나섰으면 이해를 하겠지만....

정성가득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정부에 묻고 싶군요.

그럼 지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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