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17오늘의서울시] 상생협약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의서울시] 상생협약이 힘을 발휘하려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서울시가 용산 전자랜드를 Y-Valley로 지정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할 모양이다. 밝힌 것으로는 로봇유통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용산 전자상가를 자주 갔던 입장에선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눈길이 가는 것은 전자랜드와 같이 공공상가 혹은 재래시장도 아닌 곳의 도시재생은 뭐냐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전자랜드는 단 하나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집합상가건물이다.

그러기 때문에 전자상가에 공공재원을 넣은 도시재생사업은 불가피하게 일반 회사에 특혜적인 지원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다구나 전자랜드를 가지고 있는 SYS홀딩스는 최근 낮은 영업실적에도 불구라고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무리한 배당을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Print/171037).

이런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등장하는 것에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이다. 그러니까 집합건물 소유자가 임차인의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자고 하네 -> 공익적이네 -> 예산지원해도 되겠네, 라는 논리 구조겠다.

하지만 이 상생협약이라는 것 우스운 거다. 당장 궁중족발 참사가 벌어진 곳의 경우엔 상생협약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궁중족발 건물주는 새로 건물을 사가지고 들어와서 기존 상생협약에 사인한 번영회 멤버가 아니었다. 그 순간 상생협약은 종이조각이 된다. 또 성동구를 제외하고 상권이 뜨는 곳보단 오히려 상권이 붕괴된 지역에서 상생협약을 하는 일이 많다. 왜겠나? 공공지원의 명분을 위한 것이다. 이렇게 도시재생해서 건물 팔고 나가면 상생협약이고 뭐고 없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해야 임차인에게 조금이라도 지원할 수 있도 낙후된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에 기존의 소유권 구조를 방치하고 재원만 뿌리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공공이 적극적으로 물리적 정비해나가면서 소유권 구조의 변형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일단 논의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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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생협약을 맺은 곳들이다. 이 중 한참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장이 얼마나 있나. 게다가 성동구의 사례도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이를 테면 올 초에 나온 <한국일보>기사(http://m.hankookilbo.com/News/Read/201806271565089214)는 조례상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묶인 곳이 1년 사이에 임대료 인상율이 18%에서 4.5%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1년 전의 <매일경제>는(http://m.mk.co.kr/news/headline/2017/548649) 같은 지역의 임대료 인상율이 17%에서 3.6%대로 떨어졌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둘 다 성동구청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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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자면 <매일경제>는 기준이 2016년 상반기이고 <한국일보>는 기준이 2016년 하반기다. 그래야 이 둘의 주장이 모두 맞게 된다.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될까? 2018년엔 2017년에 비해 상생협약을 맺은 곳에서 1%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상생협약을 맺지않는 곳은 4.5%에서 4.3%가 되었다. 일단 신문이 제공한 정보 만으론 상생협약을 해도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고 오히려 지역 상권의 변동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이 ‘상생이 보장되는 기간’이다. 통상 5년이다. 아하하, 현행 임대차보호밥 상 연장이 보장되는 기간이 5년이다. 그러니까 상생은 고작 법이 보장한 시기 동안 임대료 인상 자제할 테니 정부가 나한테 뭐 좀 주지? 하는 꼴이다. 비슷하게 용산 전자랜드와의 상생협약을 통해 보장되는 기간은 6년이다. 딱 1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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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자랜드의 특징상 왠만한 가게는 ‘계약일로 부터 6년이
넘은 가게가 굉장히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상생협약의 쓸모가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 아! 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들어갈 소위 작가들, 청년 창업자들은 대상이 된다. 그런데 기존 상인들은? 적어도 이 협약으론 별 볼 일 없다(임차인에게 이 도시재생 사업의 유인은 권리금만 챙기고 나가는 것이 된다).

그리고 사업자가 얻게 되는 건? 어마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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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랜드가 로봇의 메카가 될 모양이다. 이런 정책의 최고 수혜자는 누굴까? 정말 전자랜드 임차인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일차적으론 전자랜드 사주 가족이고 이차적으론 전자랜드 주주들이겠다. 아닌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이냐고 묻는 다면 ‘세운상가 모델’에서 시작하자고 말하겠다. 민간건물주가 시설 개선을 하도록 유인하고 이에 대해 ‘융자’를 발생시키고 다만 그안의 상인들을 묶어서 유통은 유통, 제작이면 제작 ‘장인 클러스터’ 방식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그래야 장기적으로 이 임차인들이 SYS홀딩스와 집단적으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상생이라는 말이 무참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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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약 자체의 강제성도 거의 없지 않나요?
말씀하신대로 의사 반영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개입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맞아요. 구성원이 바뀌니 사실상 지속적으로 갱신하지 않으면 그나마의 구속력도 확보하기 힘들죠.

이런 정책은 누구 생각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예산 집행 과정을 보면 예산 집행의 합리성 보다는 다른 요인이 크게 작용하던데, 비슷한 맥락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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