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31오늘의서울시] 의미없는 서울시 폭염대책, 다른 지방정부 사례 참조라도 해야

in #seoul6 years ago

[오늘의서울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생각한다

폭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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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온도가 30도 넘게 장기간 지속되면 이를 폭염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올해'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이미 서울은 1960년에 비해 1달이 길어진 여름을 지내고 있다. 즉 우리는 이미 '폭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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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폭염은 일시적으로 이런다, 저런다의 문제를 넘어선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금 되짚어보고 새롭게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7월 30일 폭염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독거어르신, 저소득 취약계층, 노숙인, 쪽방주민, 건설현장 근로자' 등을 5대 취약계층으로 선정하고 야간이나 휴일에도 무더위쉼터를 연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기 위해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를 의원발의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되면 폭염 시기에 예방을 위해, 혹은 피해자의 구제를 위한 재정지원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왠지 아쉽다.

(1) 5대 취약계층 지정은 이미 5월 수립된 범정부 폭염대책을 통해서 나온 대상이다(http://ussag.or.kr/nc_board/download.php?table=LimBo&bid=1445&num=2). 그래서 '누구'냐는 것보다는 '어떻게'에 더 방점이 찍혀야 하나 서울시 대책은 신통치 않다.

(2) 무더위 휴식시간제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은 실효성이 없다. 이미 7월부터 정부 차원에서 지도감독을 하는 중이고, 공문도 이미 시달된 상태다. 그럼에도 안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를 답해야 한다.

특히 독거어르신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관리인력을 좀 더 집중적으로 배치한다고 하는 부분에선 고개가 갸우뚱하다. 왜냐하면 생활관리사 역시도 폭염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증원이 없는 업무 증가는 곧 이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된다.

결국 시장의 의지, 그것도 구체적인 제도개선과 재원에 대한 의지가 중요한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부안군과 순창군은 관급공사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계약집행기준'에 의거하여 공사중지를 요청했다. 8월 27일까지 해당 지역의 관급공사는 중지된다(http://www.newsinjb.com/news/articleView.html?idxno=905). 특히 무더위 휴식시간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http://news.kbs.co.kr/news/view.do?ncd=1596536)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실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필요한 사항은, 손실하는 공사기간 동안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는가의 문제다. 즉, 사업주 입장에서 공사를 중지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하청에 하청의 구조인 한국의 건설산업 구조 상 더 열악하고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하루를 쉬면 바로 손해가 되는 구조다. 이것이 휴식시간제가 제대로 안되는 이유다. 부안군과 순천군과 같이 '계약집행기준'에 의해 공사를 중단시키면 공기의 연장은 물론이고 해당 기간 손실을 추가적으로 보상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귀책이 공공기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좀 더 고민이 있었다면, 아예 관급공사의 발주시 폭염시기를 제외하고 계약을 하는 공공계약관리지침을 바꾸는 것이 훨씬 필요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산업안전법> 상의 작업 중지권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행 법률 제26조에는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이의 2항에 근거하여 노동자는 작업을 중지할 수 있고 이것이 타당하다면 사업주는 3항에 의거하여 불이익을 줄 수 없다. 즉 노동자는 사업주와 계약을 할 때 적절한 노동을 제공하는 대신 그 노동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사업주가 책임을 진다는 '상호적인 계약'을 한 셈이다. 그래서 노동자가 안전에 위협을 느끼면 이를 근거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게 된다(물론 작업중지권과 노무제공거부권은 다르고, 각각의 학설에 대한 논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작업중지권이 여전히 제대로 권리로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 여전히 작업중지권을 노동권의 하나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사 지연에 따른 부담을 최 말단의 시공사가 지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열악한 건설회사와 노동자가 궁극적으로 최종적인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업자쪽 언론에서 제안했듯이 공공에서 작업중지권 활용에 따른 손실에 대해 부분적으로 공공이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http://m.cnews.co.kr/m_home/view.jsp?idxno=201407211432374050766#cb).

백날 서울시나 정부에서 건설현장 돌아다니며 쉼터 확인하고 공문 내려보내면 뭘하나? 실효성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할 것 다했다 할 셈인가. 오히려 공공계약 사업장에 대해 8월말까지 공사 중단을 지시하고, 그 밖에 민간건설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을 인정하고 이를 지원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실효적이다. 또한 조례 개정 수준이 아니라, 법률을 개정해서 건설현장의 손실을 원청이 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 이 정도면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울시청 앞에 성공회 성당 쪽으로 공공건설 현장이 있다. 여전히 공사 중이다. 보름 전 쯤인가, 전국건설노동자 대회가 열렸었는데 그 공사 현장을 지나던 사람들이 외쳤다.

"저기 노동자들도 우리와 같은 건설노동자들인데, 더우면 쉴 수 있도록 합시다."

맞다. 기본적으로 대책은 그것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노동자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답이다. 그리고 공공은 그 권한의 행사를 지원하면 된다. 비슷하게 무더위 쉼터니 뭐 이런 것 지정할 것 없이 취약계층이 요구하면 그냥 들어주면 된다. 노숙인들이 지하도로에 내려와 있으면 그들이 시원하게 있을 수 있게 에어컨을 켜주고, 서울역이나 지하철 역사에 들어와 있을 수 있게 하면 된다.

옥탑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풍기가 아니라, 그 옥탑방에서 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답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서울시가 발표한 폭염대책이라는 것은, 여전히 박원순 시장이 옥탑방 생활을 더 하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무미건조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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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지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사망을 생각해보면 (2) 에 언급된 부담 증가가 더욱 걱정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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