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717오늘의서울시] 교수 거버넌스의 귀환? 그냥 취향?

in #seoul6 years ago (edited)

[오늘의서울시] 백날 참여예산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보여주는 서울시의 재정거버넌스

어제 서울시에서 재밌는 회의가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서울시가 중장기 재정전략 수립을 위해 재정포럼을 개최했다는 것이다. 사실 중앙정부처럼 서울시도 재정전략회의라는 틀을 통해서 전반적인 재정혁신의 방향을 잡자는 것이 지난 2016년 참여예산제를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당시 참여예산제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 베이스의 민간전문가와 새롭게 만들어진 협치지원관실의 민간전문가들에 근 6개월 넘게 만들어놓은 재정참여 확대 방안이 있었다. 그 중 2-30% 수용이 되었나, 모르겠다(이 과정에서 민간위원이 연명해서 박원순 시장에게 ‘상소문’을 올리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대략 그와 비슷한 틀이겠거니 했다. 어제 회의가 흥미로운 건 형식과 내용 모두 때문이다. 우선 회의장소가 서울시가 아니었다. 달개비라는 음식점에서 11시부터 11시 40분 가량 진행되었다. 외부 참여자는 모두 연구자였고 그것도 다수가 교수였다. 게다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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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재정이라는 것이 워낙 전문적인 분야고 그러니 싶지만 사실 재정이나 예산이야 말로 시민참여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예산이니 말이다. 그러면 도대체 이 재정포럼이라는 것이 무엇을 하는 기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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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다. 음... 논의 내용도 아니고 포럼을 운영하는 계획 자체가 비공개다. 비선조직이 별건가, 이런 것이 비선조직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시피 중앙정부가 만든 재정혁신특별위원회 활동은 보도자료로 공개되고 또 명단도 공개된다. 그런데 서울시의 유사한 기구는 구성 자체가 ‘공정한 업무 수행’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비공개란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래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긴다. 이 포럼이 다룰 의제는 간단하지 않다. 3기 박원순 서울시정의 핵심적인 재정정책을 다룬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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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 중에서 실제로 이후 서울시 행정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내용은 거의 없다. 특히 5% 예산제나 서울시 및 출연출자기관 재정전략 같은 건 정말 중요하다. 게다가 세출구조 조정의 방향을 잡고 투자사업의 규모를 설정하는 것 역시 공약 달성이라는 면에서 핵심적인 과제에 속한다.

이 중에서 서울시 및 출연출자기관 재정전략(재정건전성) 내용은 기관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래서 찾아 봤더니 비공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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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처구니 없는 것이 이미 지난 착수보고회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무슨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과제를 수행하는 측이 정말 이런 과제를 제대로 할 만한 곳인지 알 방법이 없다...지만 사실은 있다.

이 부분이 짜증나는 건데 서울시 정보공개 시스템은 ‘작성자가 문서공개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정보가 작성자에 따라 공개여부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모든 공공계약은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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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연구원이다. 정부 출연 연구소다. 그곳에서 서울시의 중기재정전략을 짠단다. 출연출자기관의 재정전략을 짠다고 한다. 아마 서울연구원이 아닌 이유가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지방행정연구원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재정전략을 짤 진 모르겠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이므로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내용이 혁신적일 것이다 기대하긴 어렵다. 아마도, (1) 서울시 신규사업 억제 (2) 민간재원 활용을 위한 민간투자사업 확대 (3) 출연출자기관 수익성 강화 (4) 이를 위한 엄격한 재정규율 필요 같은 것이 나올 것 같다. 일단 ‘위기’로 진단해놓으면 현상유지할 명분이 생기니 그 방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시 재정포럼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정말 저 구성이 최선인지 묻고 싶다. 교수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교수가 거버넌스의 파트너이자 당사자일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오히려 판단을 위한 조언을 하거나 분석은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교수들이 모여서 시민참여예산제 강화를 말하고 지출구조 개선에 서울시 및 산하기관 재정건전성을 말하는 것이 맞나?

개인적으로 몇몇 분은 잘 알고 관점도 훌륭하지만 뭔가 관철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서울시와 ‘공동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어땠으면 좋겠다는 의지나 방향을 갖지 않는다. 사실 그 부분은 교수 등 연구자의 몫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교수 거버넌스의 등장은 곧 관료체계의 강화로 이어진다고 본다. 벌써 서울시도 그런 조짐을 보인다. 사람들은 시민사회나 민간 쪽에서 거버넌스에 들어가면 ‘뭘 할 수 있나’라는 말을 하지만 적어도 이들은 같은 집단 내에서 끊임없이 견제를 받고 질문에 답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리고 그 판단의 실패를 활동의 실패로 감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교수 등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자문에 대한 실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4대강에 부역했던 집단 중 유일하게 책임을 지지 않는 집단이 교수 연구자 집단 아니던가 말이다. 아무튼 매달 한 차례씩 할 모양인 서울시 재정포럼이 어떻게 굴러 가는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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