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02 / poetic] 시작하거나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시작하거나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이 있는 것도 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매일매일 설레이며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겁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은 차후의 일인거죠.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자신의 가슴이 뛰게 하는 일을 곁에 둘 수는 있습니다. 대상에 온전히 자신을 바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곁에 두고 자주 찾아보며 자신의 삶에 투영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완벽하게 온전한 상태만이 대상에 대한 절대의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악인들은 절대 산을 정복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높은 산을 올랐다 할지라도 산이 자신을 허락해 준 것이지 그 산을 자신이 정복했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산은 본디 그 자리에 있었고 자신은 산이 허락해 준 시간만큼 산과 함께 한 것 뿐이라구요.

귀중하고 소중한 것들은 원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시작하거나 시작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과 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강물처럼 자기 자리에서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고 그저 흘러갈 뿐입니다.

주변에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이 많습니다. 찾지 못했다면 어두운 심미안 때문입니다. 누구나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기에 온통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을 경험하지만, 그렇기에 소중한 것들의 가치는 더욱 그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할 수 있는 대상, 아름다운 대상은 어쩌면 늘 모호합니다. 다양한 연막을 치고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작하거나 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본디 모습 그대로 자기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다가서고 찾아가는 것은 스스로의 몫입니다.

"무언가에 미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자격입니다. 그림에 미친 이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일 뿐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 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 역시 '하는 일' 이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하는 겁니다.
어떤 분이 나에게 묻습니다. 직장과 밴드, 그 선택의 기로에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또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냐고.
음악을 죽을 때까지 곁에 두는 것이지 결코 시작하거나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음악에 미친 사람입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를 흠모한 이래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서성이고 맴돌고 놓치고 안고를 반복할 수 없습니다. 음악은 고출력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나 작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나 심금을 건드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통기타로 들려주는 음악이 때로는 롤링스톤즈의 라이브보다 더 큰 울림일 수 있습니다.
음악을 자주 듣습니까? 그대는 음악하는 사람 맞습니다."

곁에 둘 겁니다. 시작하거나 끝내려 하지 않고 김태원에게 음악이 그러한 대상인 것처럼. 모호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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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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