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걈 트룽파와 Nowness
10여 년 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시대정신 Zeitgeist’이란 다큐멘터리 초입부에 나왔던 초걈 트룽파의 목소리다. 그는 아무 감흥도 없는 독특한 목소리로 ‘지금 현재 Nowness’가 지니고 있는 강력함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 바닥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뭔가 있는듯하고 아리까리했던 ‘지금 현재’의 힘에 관한 그의 얘기였지만 이제서야 알 거 같다. 박 터지며 살아왔던 게 무의미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ㅋ
지금 현재가 가지고 있는 힘은 그렇게 강력하다. 강력하다는 표현은 나의 어휘력으로 할 수 있는 제일 강력한 표현일 뿐이지 지금 현재의 힘은 삶과 죽음을 갈라놓을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다.
어떻게?
지금 책을 읽고 있다. 내일 모레까지 내야 할 리포트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할 내용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근데 문제는 한시간 넘는 시간 동안 10페이지도 못 읽었다는 데 있다. 어제 매몰차게 날 차버린 그년 때문에 진도가 전혀 안 나가고 있다. 무엇 때문에 차였을까? 딴 놈이 생겼나? 날 너무 사랑하기에 그랬을까? 도대체 왜?
빨리 책 읽고 리포트 써야 하는데 눈으로만 읽지 내용은 전혀 머리에 안 들어온다. 클났다.
리포트 제 시간에 못 낸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지금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 몸은 지금 현재에서 살지만 마음은 항상 과거와 미래에 있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의 두려움 때문에 지금 현재가 주는 삶의 의미를 못 느끼고 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만 충족되지 못한 사랑 결핌감으로 인해서 지금 현재를 못 누리고 있다. 기본 본능 중의 본능인 먹을 때도 그렇고 똥 쌀 때도 그렇고, 온갖 다양한 방식의 종족 번식 행위를 할 때도 그렇고 우린 지금 현재를 못 산다. 그리고 사람들은 못 느낀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관대하다. 외부의 자극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을 하는 몸뚱아리와는 다르게 화, 원망, 질투, 시기 등으로 주의를 끈다. 참다 못해 우울, 공황 장애 같이 높은 레벨의 감정으로 신호를 보내지만 그런 것들조차 사람들은 무시하기 일쑤다. 급기야(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족 같은 최측근의 사람들에게 메가톤급의 사고가 발생하면 눌리고 억압받았던 마음은 제대로 반응한다, 격렬한 슬픔, 분노 등으로.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은 몸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마음도 매 마찬가지다. 아무 일 없다고 아무 일이 없는 게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올 때 알아차리고 마음을 돌봐야 한다. 억압된 감정의 덩어리들, 마음의 상처 모두 다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그것들이 사랑에 오롯이 녹아야만 과거와 미래를 졸업하고 ‘지금 현재’라는 천국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지금 현재는 언제나 우리 앞에 있다. 문을 열어놓은 채 우리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냥 들어가면 된다. 비번도 필요 없고 열쇠도 필요 없이 열린 문 안으로 그냥 들어가면 된다.
언제나 열려 있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