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칠서: 병법의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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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칠서: 병법의 원전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독서층인 사대부가 권력의 중추를 이루었다. 학자가 천하를 다스렸던 셈이다. 고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7권의 유가경전을 읽어야 했다. 바로 사서삼경(四書三經)이다. 사서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삼경은 《시경》 《서경》 《역경》을 말한다. 그러나 천하를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서는 문관만 있어도 안 된다. 무관을 뽑기 위한 무과제도가 중간에 등장했던 이유다.

무인 선발을 위한 무거(武擧)제도를 만든 사람은 당나라 때의 측천무후다. 그의 치세 때 고구려가 패망했다. 시호에 무(武)가 들어간 배경이다. 송대에 들어와 무술뿐만 아니라 무경(武經)에 관한 시험이 덧붙여졌다. 역대 병서인 이른바 무경칠서(武經七書)가 정리된 결과였다. 이는 《손자병법》 《오자병법》 《사마법》 《울료자》 《당리문대》 《육도》 《삼략》을 말한다.

《손자병법》:춘추전국시대 손자가 저술 제자백가사상을 한 권에 집대성으로 주로 단기전 지향으로 약자에게 선호된다
《오자병법》:위나라 무패의 명장이자 재상인 오자가 쓴 병법서로서 주로 장기전 지향으로 강자에게 선호된다
《사마법》:제나라 사마양저가 저술한 인의와 도덕에 입각한 전쟁론 주장
《울료자》:진나라 율료가 저술한 전국시대의 군사사상 대표
《당리문대》:당태종이 묻고 그 신한 이정이 대답한 최고의 군주와 현자가 만나 병법 논함
《육도》: 주나라 대공망이 저술한 3000년 세월을 거슬러 내려온 최고(最古)의 병법서
《삼략》:대공망 혹은 항석공이 저술한 일본 무사도 정신의 원류

무경십서에 포함된 3권의 책
《손빈병법》:평화는 무력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고 주장
《장원》:장수의 리더십을 덕의 관점에서 파악. 제갈공명이 저술
《삼십육계》: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계책의 보고

‘무경칠서’라는 용어는 11세기 말 북송의 원풍 연간에 기존의 병서를 무학으로 정리해 무과의 시험과목으로 채택한 데서 비롯되었다. 문과시험이 사서삼경의 7개 과목으로 정리된 것과 짝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원나라와 명나라를 거치면서 무경칠서는 병가의 기본 경전으로 자리 잡았다. 명나라 이후에는 해설서와 묶어 출간하는 것이 유행했다.

조선조도 그 영향을 받아 문종 때 수양대군 주관하에 《무경칠서주해》를 펴냈다. 현재 일부 대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나 아직 영인본이나 번역본이 출간된 적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무경칠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예로부터 《손자병법》은 무경칠서 가운데 으뜸으로 간주되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최고의 외교가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와 군사전략가인 리델 하트(Liddell Hart)는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전략서도 《손자병법》을 능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더한 느낌마저 있다.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분야에서도 최고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오자병법》은 《손자병법》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기는 하나 오랫동안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룬 병서의 고전이다. 양자를 하나로 묶어 ‘손오병법’을 칭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마법》도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에 버금하는 최고의 병서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조조가 《손자병법》을 주석하면서 자주 인용했다.

《울료자》도 《사마법》 못지않다. 전쟁의 종류와 전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것이 그렇다. 전략전술에 관한 한 무경칠서 가운데 으뜸으로 칠 만하다. 당태종과 휘하장수 이정의 병법에 관한 논의를 정리해놓은 《당리문대》는 역대 병서의 장단점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이 특징이다. 역대 병서에 나오는 모든 전략전술을 역사적인 전쟁사례와 연결시켜 평해놓은 점에서 독보적이다.

《육도》와 《삼략》 역시 중국에서는 지금도 《손자병법》 못지않게 높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 특히 《삼략》은 일본 군사학의 원전으로 작용한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일본이 자랑하는 무사도(武士道)의 뿌리가 바로 《삼략》이다. 정치와 군사를 통합해 다룬 덕분이다. 1980년대 당시 G1 미국의 경제대국 자리까지 위협한 일본의 상사도(商士道)는 무사도 정신을 변형한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 G2의 일원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독자적인 상사도를 만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우리도 역대 병서에 나오는 지략을 적극 활용해 독자적인 상사도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전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무경십서는 무경칠서의 목록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무경칠서와 동일한 대접을 받은 《장원》 《삼십육계》와 1970년대에 출토된 《손빈병법》 죽간본(竹簡本)을 포함시킨 것이다.

중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의 무경칠서에 제갈량의 《장원》을 포함해 명태조 주원장의 책사 유기의 《백전기법(百戰奇法)》과 명대 중기 하수법이 쓴 《투필부담(投筆膚談)》을 무경십서로 꼽고 있다. 지난 2000년 요녕인민출판사에서 펴낸 《중국병서10대명전(中國兵書十大名典)》이 대표적이다.

《손빈병법》은 죽간본이 크게 훼손되어 있고, 《삼십육계》는 전략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고 오직 전술만 기술해놓은 점을 꺼린 결과다. 《백전기법》은 유기가 경전 및 사서에서 100가지 전례(戰例)를 추출한 뒤 해당 전례에 등장한 병법을 설명해놓은 것이다.

시도 자체는 좋았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이는 유기가 병가를 질타한 맹자의 사상적 후계자인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백전기법》을 보면 인용된 전례와 해설 가운데 병가의 기본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 매우 많다. 《투필부담》은 수필의 ‘투필’과 가벼운 이야기의 ‘부담’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손자병법》을 비롯한 역대 병서의 전략전술을 평한 것으로 《당리문대》와 비교할 때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손빈병법》 죽간본은 출토된 죽간만으로도 기본 취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 여타 병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삼심육계》는 36개의 계책을 대부분 《주역》의 괘사와 연결시킨 점에서 오히려 《손자병법》보다 더 난해한 병서에 속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무경십서 서문 - 난세의 시대, 병가가 답이다 (무경십서, 2012. 9. 28., 역사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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