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안경 낀 에이스의 전설-#1

in #kr7 years ago (edited)

요즘 롯데 자이언츠와 관련된 뉴스 기사를 보다보면 종종 눈에 띄는 단어가 있을 겁니다.

바로 ‘안경 낀 에이스’

(물론 연패라던가, 수렁이라던가, 총체적 난국 같은 단어들은 항상 눈에 띄니까 제쳐두죠)

롯데 팬인 제가 야구에 관한 첫 번째 포스팅 주제로 선택한 건 바로 이 ‘안경 낀 에이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3%D6%B5%BF%BF%F85.jpg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몇 안 되는 팀이지만, 아직까지 40년이 넘도록 우승이 두 번 밖에 없죠. 그래서 이런 롯데 팬에게는 아주 오래된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안경을 낀 에이스 투수가 나타나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라는 전설입니다.
84년에 최동원이 그러했고, 92년에 염종석이 그러했죠. 그들은 실로 ‘에이스’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사실은 그 이상의) 활약을 하며 팀을 우승시키곤 산화되었습니다. 결국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우완 정통파 선발투수며, 우연히도 둘 다 안경을 끼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저 둘을 바쳐 얻어낸 우승 두 번. 그 이후로 25년간 롯데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죠.

2015050223391365422_1.jpg

그런 우리에게 재작년 트레이드로 얻은 젊은 투수가 한 명 있습니다. 이름은 박세웅. 사실 그는 부산 출생의 성골(경남고 혹은 부산고를 나와서 바로 롯데에 입단한 원팀맨) 은 아니지만 리그의 수준급 포수였던 성골 장성우를 주고 얻어온 당시 최고의 유망주 투수였습니다. (당시 장성우의 가치가 워낙 높았기에 트레이드 절대불가를 부르짖는 팬도 많았었죠.)
젊고 빛났던 박세웅은 롯데로 트레이드 된 이후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키며 묵묵히 경험치를 먹어왔습니다. 저는 그 기간 동안 그가 선발로 나온 대부분의 경기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커나가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체감해왔죠. 지난 2년간 팀이 죽을 쑤는 와중에도 그가 성장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큰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는 자주 털리곤 했지만 매 경기마다 무언가 하나씩은 개선되어 나갔습니다. 어느 날은 구종이 추가되는가 하면 , 또 어느 날은 멘탈이 눈에 띄게 나아져있었습니다. 경기운영능력이나 구위의 증가는 경이로울 정도였죠.

20160621094518_ndpkwtqw.jpg

결국 올해에 들어, 그는 드디어 그 실력을 만개했고 리그 전체를 호령하는 우완 정통파 선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안경을 쓰고 있죠.
과연 박세웅이 전설 속의 그 투수일까요?
그가 정말 언젠가는 영웅이 되어서 답이 없는 이 팀을 구해낼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스포츠란 건 그렇죠.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멋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에게 롯데는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95년에 야구에 빠진 후 지금까지, 롯데의 플레이를 보면서 슬프고 분노했던 순간이 기쁘거나 환호했던 순간보다 적었다고 하면 거짓말일겁니다. 이 팀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팬을 괴롭혔고, 성적은 당연히 나빴으며 설상가상으로 모기업도 사고뭉치죠.
그런 롯데에 대해서 제가 단 한 가지 오롯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최동원일 것입니다. 팬심을 제쳐두더라도 저는 KBO가 지속되어 오는 동안 최동원이야말로 가장 멋졌던 선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앞서 말한 제1대 안경 낀 에이스입니다. 결국 이 연재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 할 것은 염종석도 박세웅도 아닌 바로 그의 이야기입니다.
01.9755233.1.jpg

Sort:  

잘 읽었습니다. 열혈 롯데팬이신게 느껴집니다. 저같은 야구 라이트팬으로썬 참 부럽네요. 최동원.. 정말 불꽃처럼 살다간 분이죠. 어떤 연재를 하실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ㅋㅋ 콜드빅님도 다양한 주제로 포스팅 중이시네요. 기대하겠습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기대합니다. 전 축구팬이지만
요즘은 야구와 농구도 관심이 생겨서 푹 빠져 있습니다.

부산 하면 롯데지요. 야구에 열정인 도시~ 아주라!!
저는 대구사람이라 옛날부터 삼성경기를 보며 자랐습니다만 최근에 삼성경기를 보면 너무 갑갑하네요 ㅜㅜ
그래도 저는 이상하게도 어느 도시 어느 편이 되어 응원하기 보다는 선수를 좋아하는 편이라, 롯데도 좋아합니다. 롯데야 워낙 프랜차이즈 스타가 많으니까요.

보팅파워가 다 되어서 팔로우만 남기고 갑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롯데 야구 보면 야구를 즐기는 문화가 굉장히 재밌어보이고 부럽기도 해요!
나중에 부산한번 내려가면 야구장 가보는것도 재미있을거같아요!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30
BTC 64118.79
ETH 3390.14
USDT 1.00
SBD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