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프로바이즈 - 인공지능이 음악을 지배한다면? (1)

in #music9 years ago

현에 묻은 땀을 타고 손가락이 흘러내려갔다.

지저분한 파찰음을 배경으로 오른손의 피크를 손가락 사이에 옮겨 끼우고, 기타 바디에 있는 터치 버튼을 가볍게 두드린다. 바디에 달린 디스플레이의 색이 바뀌며 카랑카랑한 소리가 몽환적인 공간계 소리로 탈바꿈한다.

대물은 고개를 들어 리허설 룸을 둘러보았다.

방음 처리가 빼곡한 벽 한 켠에는 스티브 바이의 포스터가 붙어 있고, 그 포스터 속의 스티브 바이는 선글라스 너머에서 감시자의 눈으로 리허설 룸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20평 남짓한 리허설 룸 안에는 기타를 잡은 대물을 포함해서 총 네 명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기타를 잡은 대물을 비롯해서, 첼리스트, 베이시스트와 DJ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음악을 조각하고 있다.

점차 고조되어가는 연주 속에서 비장함이 감돌았다. 신스 드럼의 비트가 묵직해지면서 저역 필터가 두터워지고, DJ의 손에 의해 대물의 디스토션 기타 톤에 해몬드 오르간의 합성 음원이 덧입혀졌다. 가장 중요한 타이밍. 대물은 8현 기타의 헤드에 가까운 프렛을 훑다가 순식간에 고음까지 지판을 타고 올라갔다. 다시 하행, 그리고 상행. 리듬은 완벽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불협이 들리는 이유가 뭘까?

불협은 살갗을 타고 오르는 벌레처럼 대물이 신경을 간지럽혔다. 귀 속을 비틀어 헤집는 듯한 비화성의 연속.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대물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기타에서 손을 놓았다.

“그만!”

대물의 외침에, 다른 세 명의 멤버는 연주를 멈추고 헤드셋을 벗었다. 대물은 누가 주범인지 곧바로 알아챘다. 베이시스트이자 멤버 중 유일한 여성 멤버인 상아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지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음을 잘못 잡았지?”

대물은 팔짱을 끼고 물었다. 상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음 잘못 잡은 것 같네. 차라리 한 3도, 4도 정도 아예 다르게 잡지 그랬어. 불협 중에서도 최악의 불협이잖아.”

상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대물은 고개를 돌려 팀의 DJ인 루디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루디? 끝내기 직전 10초부터 레코딩 틀어줘.”

루디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마스터 스테이션을 조작했다. 곧이어 스피커에서 조금 전 연습한 음원이 흘러나왔다.
루디의 표정이 굳어졌다.

“루디, 음색을 잘 들어 봐. 샘플 중 하나가 다른 곡 것과 섞였어. 어떻게 생각해?”
“그게... 형 말이 맞네. 실수야.”

대물은 한숨을 쉬었다.

“다들 왜 이래? 정신 못 차리겠어? 경연이 한 달도 안 남았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 거 아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상아와 루디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첼로를 잡고 있던 진하가 일어서서 말했다.

“며칠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8시간씩 연습했잖아? 집중력이 좀 떨어질 시기야. 게다가 오늘 잡은 곡이 좀 어렵기도 했고.”

대물은 진하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BDM 스타일은 하지 말까?”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야 이씨, 그걸 또 그렇게 받냐. 우리 필살기를 왜 포기해.”

대물이 피식 웃었다.
진하 덕분에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어진 듯, 루디와 상아도 고개를 돌려 대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대물의 말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시간에?”
“재충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가서 놀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루디, 오늘 연습한 음원 전부 컷팅해서 공유해줘.”

대물은 기타의 전원을 끄고 가방에 넣은 후 어깨에 들쳐맸다.

“집에 돌아가서 음원부터 켜고 무한 반복해서 들어. 잘 때도 끄지 말고. 내일 같은 시간에 보자.”

대물은 일방적인 공지를 남기고 리허설 룸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진하가 대물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

“대물! 부업하러 가는 거 아니지?”
“그런 거 없어 임마.”

문이 닫혔다.
남은 세 사람은 멍한 얼굴로 대물이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도...”

상아가 입을 열자, 진하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맥주 마시러 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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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에 어떤 글을 써볼까 고민하다가, 아예 예전에 썼던 픽션(단편소설)을 연재해 볼 마음으로 랩탑을 잡았습니다.
막상 올리려니 허접한 게 많아서... 올리면서 수정하면서 손이 많이 가네요. ^^;

제 소개를 하자면 임베디드 개발자 출신으로 지금은 PM을 하고 있고, 머신러닝 공부도 틈틈히 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쪽은 관심은 많지만 공부할 시간이 전혀 안 나오네요. ㅎㅎ

이 소설은 인공지능이 예술계, 그 중에서도 음악 산업을 지배했다는 가정 하에 시작하는 단편소설입니다. 총 10회 정도 연재할 것 같네요.
짤막하지만, 다음 분량 나오는 속도는 반응 봐서 정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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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하드 SF매니아로서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하드 SF 매니아라니! 반갑습니다. 장르문학의 불모지를 함께 개척하시죠 ㅎㅎㅎ

은근히 찾기가 힘들더군요 ㅎㅎㅎㅎ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스팀잇 시작한 신입 회원이에요
아직 스팀잇이 뭔지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는데
이곳에 소설도 올리는 군요
저는 모바일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인데 저도 소설에 관심이 많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몇일 전부터 문피아에 소설을 써서 올리고 있어요
팔로우 신청 하고 갈게요
스팀잇 첫날인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계시는 분을 만나서 기쁘네요 ㅎㅎ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개발자면서 취미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문피아에 올리시는 것도 기회가 되시면 스팀에 공유해주시는것도 좋을 듯 하네요! 저도 팔로우 신청합니다.

http://newmirror.cafe24.com/
장르문학쪽이면 이쪽도 추천합니다!

오... 이런 보물같은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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