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푸른 밤 2

in #kr6 years ago

안녕하세요? 더위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네요. 오늘 하루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날이었네요. 다들 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세요.

오늘은 지난번에서 있었던 ‘제주도의 푸른밤’ 2탄입니다. 배경음악으로 이번에는 태연이 부른 ‘제주도의 푸른밤’을 깔고 시작할게요. 태연 노래 쪼아 쪼아~~


부산촌놈들이 꿈꿨던 제주도의 푸른 밤은 시뻘건 밤으로 보내버리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배위에서 우리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두 번 다시는 남자들끼리 제주도에 오지 않으리, 내년에는 반드시 아리따운 여자들과 제주 원정대를 꾸려 다시 오리라.”
우리들의 결의는 결국 1년 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선배들은 비밀리에 다 떨쳐내고 동아리 후배들을 이끌고 제주 원정대를 결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모든 것은 이 선배들에게 맞겨라. 작년의 엄청난 경험을 되살려 너희들을 제주도에서 환상적인 푸른밤을 경험케 해줄테니 기대하시라.”는 구호로 무려 남녀 합쳐 20여명에 이르는 제주 원정대를 꾸렸죠.

원정대.jpg

갈 때는 유람선을 올 때는 뱅~기를 타고 오는 나름 럭셔리한 10만원짜리 초저가 여행티켓이라 인기가 많았습니다.
제주 도착 첫날에는 작년과 같은 초반 관광 스케즐로 나름 제주도의 이국적 경치에 매료되게 한 다음 삼굼부리 분화구에서 첫날 코스를 마무리 하려고 했었죠. 작년과는 다르게 “선배~~ 너무 이뻐요.~~~선배 짱~~”라는 소리들을 들으면서 목에 힘도 주고 다니는 재미가 너무 쏠쏠했습니다.

비.jpg

그런데 역시 변화무쌍한 제주도의 날씨답게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더군요. 다들 변변한 우산도 없고 우비도 없어서 그냥 그 비를 몸소 맞아야했습니다.
다들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순간, 배낭을 내려놓고 텐트가방 속에서 그늘막을 꺼내 네 모서리를 잡고 후배들을 안으로 피신시켰죠....그 순간 우리는 슈퍼맨이 되고 어벤저스로 변신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 줬고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에 애써 태연한 척 하느라 몸에서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했었죠. 적어도 후배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영웅이요 수호천사와 같은 존재가 되었죠.

클래식.jpg

그날 밤 우리는 그 비싼(?) 참치와 김치로 찌개를 끊여 별을 노래하며 제주도의 푸른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들 배낭이랑 개인 짐들을 들고 열심히 한라산 산행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리목 산장에 배낭을 맞겨 놓고 비교적 가볍게 정상을 향해 같죠. 이런 게 다 경험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말입니다.~~ 아 이 어린 후배들이 영 걷지를 못하네요. 등산이라고는 수학여행 때 속리산 산행이 전부인 애들이라 8월 초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한라산 첫 등정이 너무 힘든가 봅니다. 다들 낑낑거리고 올라가는데 똥차들 밀어 준다고 여간 힘든 것이 아니네요.
“선배 너무 힘들어요. 조금만 쉬었다가요.”를 한 두 번도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하네요.
“우린 장비도 제대로 없는데 나중에 해지면 큰 일 날 수 있으니 참고 가자.”고 격려를 해보지만 손에 든 물병조차도 힘들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수호천사인 우리가 모든 짐을 다 들고 앞에서 잡아당기고 뒤에서 밀어주며 겨우 겨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솔직히 작년보다도 훨씬 힘이 드네요. 후덜거리는 다리로 후배들을 끌고 내려오는데 여간 힘이 든 게 아니네요. 그렇다고 힘든 척도 못합니다. 우린 어벤저스이니까요.
비교적 평지에 내려왔는데 긴장해서 내려왔는지 다리가 풀려 버립니다. 그런데 여자 후배들이 다들 정신줄을 놓고 있네요. 그중에서도 나름 이쁜 척하는 한 녀석이 더 이상 못간다고 울음을 터트리네요. 아!~ 싸나이가 여자가 우는 것을 어찌 봅니다. “야! 업혀라!~~”
그 아이 내 눈을 한 번 보더니 “정말 업혀도 되요?”하네요. 한 번쯤은 뺄 줄 알았는데.....여간 힘든 것이 아닌가봅니다.

등.jpg

그 당시엔 웨이트트레이닝을 생활화해서 60kg 정도는 스커트도 할 정도로 튼튼했기에 자신있게 등을 내어줬습니다.
처음으로 여자를 등에 없는 기분 나쁘지 않더라구요.(요즘 이러면 성추행이 되려나?) 이건 어디까지나 착한 사마리아법에 의거하여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일 뿐이지 개인적 사심이 있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등에 업고 신선한 윗공기(?)를 마시게끔 해주고 내 등을 안식처로 내줬더니 어느 순간 잠이 들어 버리네요. 이건 뭐 아기도 아니고
처음엔 막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잘 버텼지만 등에 업혀 있는 반 좀비인 그녀의 무게가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나의 머리는 아래로 향하고 땀방울이 발등으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행여 오늘부터 우린 커플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만으로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하늘이 노래지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맞잡은 팔뚝이 벌겋게 달아 올라 불덩이가 되어가고 이러다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녀가 정신을 차리더군요. 캬아~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마지막까지 수호천사로 남을 수 있겠네요.
미안한 듯 등에서 내린 그녀는 미안하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합니다. 참 귀엽기도 하지...

구분선_금트리.png

오늘은 제주도에서 뭔가 썸씽이 있는 푸른 밤을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납니다.
그렇게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협제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고 밤을 맞이했습니다.
파도 소리와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렇게 우리의 여름밤은 깊어가고 있었죠. 낮에 있었던 에피소드 덕분에 배를 잡고 웃고 슈퍼맨이 되어 버린 선배의 영웅담도 별 빛 속에서 빛이 나고...

한참을 그렇게 떠들고 놀다보니 이젠 잘 시간이 되었는데 내 등에 업혔던 그녀가 보이질 않습니다. 화장실 간다던 남자 후배 녀석도 보이지 않구요.

연인.jpg

혹시나 해서 여기 저기 찾아보니 바닷가엔 바퀴벌레 여러 쌍이 입술박치기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여름밤의 로맨스를 찍고 있네요. 부러움이 물밀 듯이 올라옵니다. 주변에 여자 사람 친구는 널리고 널렸는데 어찌 아직도 모태솔로인지 제가 그 땐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오늘 낮에 업혔던 그녀와의 로멘스를 상상하고 있는데 저기서 마침 비슷하게 보이는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OO야!” 하고 부르려는 순간,

놀암.jpg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몇 미터 앞에 두고 앉은 그녀의 옆에는 후배 녀석이 앉아 있고 이윽고 입술박치기까지!~~~~~~~~~~~~~~~~
아~~~~~~~~~~~~~~~~~~~~~~~~~~~~~~~~~~~~~~~~~~~~~~~~~
우우우 슬픈 영화는 나를 울려요~~~~노래가 귓가에 들려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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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 날도 더운데 짜증 납니다.
왜 하필 이런 느낌은 안 틀릴까...

후배가 더 잘 생겼나요?

그다지 잘생긴 것도 아닌데 여자꼬시는데 재능이 있는 후배였습니다. 그동안 스쳐간 여자가 너무 많아서... 의대생이었기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둘이 결국 얼마 못가서 찍어졌네요.

크크 그런 커플은 오래 못 가는 법이죠!!

마지막이 아쉽고 슬프네요 ㅠㅠ

ㅋㅋㅋ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아 ... 대학생 때 전 이런 기억이............ 없네요
ㅋㅋㅋ

오~~ 슬퍼라..
넘 공부만 하신 것 아닙니까?

아, 이걸 <낭만>으로 했으면, 대상감이었는데...출품작을 잘못 골랐네요. 아까비..
입술 박치기하면 잇몸에서 피 안나나요??

제가 공모기간을 모두 놓쳤네요.ㅎㅎㅎ
그래도 입상은...

아쉬웠던 옛 추억이네요 ㅠㅠ
후배 녀석이 아니라 롱다리님이었다면...

원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더 기억에 남아요.ㅎㅎㅎ

마음이 짠해오는 마지막...

흑우 흑우...그땐 가슴이 가슴이 .....새가슴이었네요. 용기가 없어서..

아........ 후배녀석 미워미워~~
왜때문에! 그녀는 엎어준 롱다리님을 뒤로하고..
후배녀석에게 입술을 내주었을까욧ㅠㅠ
또르르...

한 살 젊었나 봅니다.ㅎㅎㅎ

에잇.. 잘읽고있다가.. 마지막보고..쿨럭...

슬픈 반전이네요.ㅠ.ㅠ

씁... 눈물닦는즁...

캬아... 역시 낭만의 마무리는 엇갈림에 있죠 ㅋ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어쩔뻔... ^^

그런가요? ㅎㅎ
해피엔딩이 어니었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낭만과 추억이 묻어 납니다
저는 제주도를 많이 갔지만 전부 일 하러 갔어요 ㅠㅠ
한번도 여행으로 간적이 없어서...
지명 이름도 몰라요 ㅎㅎㅎ

이런 제주도를 일로만 가다니 ...
일로 갔지만 짬을 내서 관광을 즐기시지 너무 안차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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