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서 만난 폐지줍는 아주머니

in #kr-writing8 years ago

지난주 수요일 아침이었다.

아침 운동을 위해 어두운 새벽 길을 나섰는데,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에 시내버스가 세워져있었다. 다소 격앙된 버스기사님은 어떤 아주머님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기사님의 성화에 안절부절하시던 그 아주머님 옆에는 종이상자더미가 실린 리어커가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버스기사님은 리어커를 갑자기 놓아버리면 어떡하냐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었고, 아주머님에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대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아주머니가 횡단보도 앞에 리어커를 세우려다가 살짝 놓쳤던 것 같고, 리어커가 버스와 살짝 부딛힌 모양이다. 버스의 옆부분이 5cm 가량 찌그러져 있었다. 버스는 도로 가운데 삐뚤게 세워져있었다.

버스가 그렇게 되어버리다보니 기사님도 꽤나 난감한 상황이었겠다 싶었다. 그냥 넘어가기엔 기사님에게 불이익이 갈게 뻔한 상황이었다. 아주머님은 두손을 모으고 기사님에게 한번만 봐달라고 울상을 짓고 계셨다. 그 새벽에 종이를 주우러 나오셨으니, 넉넉한 형편은 아니셨을 것 같다.

어쩔 줄 몰라하는 두 사람의 처지에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아주머님 사정이 너무 딱한데...그렇다고 기사님의 곤란한 처지도 어쩔 수가 없어...' 이런 갈등 속에서 그들의 일에 차마 개입할 수 없었다.

아주머니를 위해서라면 내 연락처라도 같이 드리고 손실배상금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평화로운 내 일상이 피곤해질 것 같았다.

아무렇게 세워진 버스 뒤로 영문을 모르는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었다. 중앙선 가드레일 때문에 버스 너머로 길을 갈 수가 없었다. 그 경적 소리는 아주머니를 더 압박하고 있었다. 신형버스였기에 측면블랙박스가 있었을 것이기에 사고 현장사진을 찍고 버스를 안전한 곳에 두어도 될 일이었다. 여느 사고 차량 당사자들과 다름없이 도로 위에 차를 버려두고 윽박지르는 기사님이 조금은 야속해보였다. 아주머니보다는 기사님이 교통사고 지식 측면에서 훨씬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었고, 분명히 그 상황을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소극적인 개입은 두 사람 사이의 이런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완화해주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고 안전한 정차 후에 말씀을 나누어도 되지 않냐. 빨간불이었겠지만, 횡단보도 위였기에 블랙박스를 확인해봐야하지 않나. 기사님의 연락처도 이 분께 제공해야한다.' 등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냉랭한 그 분위기에 차마 들어갈 수 없었다. '내가 변호사라면, 법을 조금만 알았더라면'이라는 생각에 나의 용기도 식어갔다

다가오는 운동시간에 마음도 조급해졌다. 버스 승객들도 무표정하게 그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만 외면하는게 아니야' 나는 면죄부를 쥐고는 그 자리를 급히 떠났다. 운동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길을 다니다 리어커만 보면 그 아주머님이 생각났다.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그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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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셨을지.... 폐지 줍는분들 하루에 많이 벌어야 2~3천원인데... ㅠㅠ

대학시절 사회복지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폐지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다큐를 만든적이 있는데요. 그 때 기억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네요

그상황엣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용..

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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