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이제 남은 영웅은 별로 없다.

in AVLE 국내 및 국제정치4 years ago (edited)

스트리트파이터2라는 게임이 있었다. 대전액션이란 장르를 새로 쓴, 아니 그 장르를 만든 게임이 아닐까. 게이머들은 완손의 조이스틱과 오른쪽의 버튼 6개를 이리저리 조작하며 기술을 익히고 그 기술이 성공적으로 잘 쓰는 게이머들을 부러워하며 따라하기를 하곤 했다.

한 편으로 상당수 나를 포함한 개이머들은 그런 기술 익히기엔 관심이 없고 그냥 막무가내로 스틱과 버튼을 흥들며 난사했고, 의외로 아주 잘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상대의 광란(?)에 기술을 왠만큼 써도 이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전자가 스포츠 혹은 무도였다면 후자는 그냥 싸움, 또는 개싸움이었다.

요새 야당 국회의원들을 보면 정치가 아니라 시비를 걸려고 국회의원이 된 것 같다. 대정부 질문에 정책 또는 정책적 비판이나 지적이라는게 아예 있었나싶다. 마치 상대진영 후보의 청문회 기회라도 잡은 것처럼 털고 뜯는 것이 전임 대통령 박근혜의 복수전 혹은 설욕전이라도 하러 나온 것 같다. 그들에게 왜 우리가 뼈빠지게 번 돈을 내고 있는지 그것도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내고 있는 것인지, 돈과 명예를 그렇게 한 번에 줘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재명 말처럼 대의민주주의제도에서 시민을 대표하고 대신 일하러 나온 이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명예의 정상에 서있다고 거들먹 거리는 엉뚱한 짓이라니.

현정부의 문제점을 들르고 한다면 너무 신사적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칭찬이라기보다는 답답함이다. 야당은 끊임없이 여당 물어뜯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그 기회는 이번 국정감사였다. 그리고 여당은 항상 공정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한다. 그게 문제다. 상대진영이 괴물이면 무도인이나 스포츠 정신을 지킬게 아니라 최소한 칼이라도 휘둘러야 뭔가 격이 맞을 것 같은데, 야당이 후비고 쑤셔서 꺼내놓은 단점들을 주욱 나열해놓고 여당 진영쪽 사람들조차 그걸 보며 “정말 나쁜 사람이군 믿었는데 실망이야” 이런 태도를 마치 제법 자세한 분석을 해본 것 같이 하니, 우리 세상이 바뀌려면 쉽지 않겠구나 싶다. 믿어주고 편들어주지 않는 영웅들은 우리를 위해 더 싸우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부가 처음 뽑았던 공정이 중요하다고 그래도 우가던 몇 안되던 사람들로 선택되었던 인재들이 틀렸다는 이유로, 자신의 흠결이 있다는 이유로 하나 둘 잊혀지고 - 어쩌면 그 짧은 시간에 썩은 물을 맑은 물로 바꿀 수 있다고 요구하는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 항상 혁신과 새로운 사람을 요구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도 그렇다. 우리가 세계시민이란 태도라면 몰라도, 한국의 보수진영에 있는 이들이 미국 민주당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 우리 주변엔 우릴 대신해서 싸울 사람이 몇이나 남아있는가 싶다. 현정부의 사람들 잘못 하나씩 털면서 같이 씹고 있다가. 일선에 있는 이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털려면 같은 기준으로 털던가. 마치 순결무구한 사람들만 옳은 것 처럼 비난하고, 여당 스스로도 순결무구하고 싶어하고. 그냥 잘못은 잘못대로 처벌하면 되고 일은 일대로 하면 된다. 제발 개인적인 잘못을 심판하는 걸 국정이라고 생각안했으면 싶다. 우리도 비난보다는 요구를 하자.

노무현은 너무 아팠지만 소환하기엔 너무 머니 그렇다치고. 노회찬과 박원순이 떠난지 얼마나 되었는지 우리 너무 빨리 잊어가고 있는건 아닌가. 이제 우리에게 남은 영웅은 거의 없다.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039.96
ETH 2549.01
USDT 1.00
SBD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