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문제가 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문제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감성적인 글, 영화나 책의 리뷰, 참관기, 여행의 기록,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일기, 차 한잔의 맛, 신변잡기, 취미, 정보 공유, 개인자료 정리…

SNS라는 말이 신조어처럼 등장할 때 저런 여러가지 글들을 나는 네이버와 네이트 미니홈피에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동안 써둔 글들은 물론이 새로 만든 메모, 기록, 등 수없이 많은 글들이 장착하지 못하고 돌아다니던 차에 트윗과 페북이 나왔다.

트윗만 해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동시에 "정보가 샌다. 원치 않는 이들의 글을 봐야한다. 보여주고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글을 보여줘야 한다. 너무 인스턴트스럽다. 문자질을 남기고 뿌리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런 비판은 페북에게도 똑같이 쏟아졌고, 사람들은 매서운 비평가 혹은 애널리스트인 것처럼 신 기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점들을 탈탈 털어댔다.

나는 미니홈피를 그만두고 페북으로 옮겨왔다. 지금도 보면 저럴 땐 저런 생각을 했구나 싶을만큼 내 글들이 못나보이면서도 사랑스럽고, 또 한 두 장씩 남겨둔 사진이 내 기억을 대신해주는 듯하여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_{근데 솔직히 페북이나 스팀잇이나 지난 글 한번에 찾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람들은 상당 수 인스타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미니홈피가 마침내 문을 닫아버렸다. 또 글을 좀 잘써서 예쁘게 정리해두려는 사람들은 상당 수 브런치에서 활동한다.

내 최근의 생각은

"문제가 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문제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다"

이다. 우리는 단점을 보면서 그것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스팀잇은 기술, 구조, 인터페이스 등 분명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람들간의 화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내가 아는 한 이 문제는 KR에서 제일 심하다. 대부분이 보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이유일 것이겠지만, 사실 불화라는 문제는 역설적으로 소통이 너무 활발하다는데서 온다. 옛날 사람들은 그래서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했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문제의 발언이 나오기 마련이니. 그런데 지금 보자. 말하고 소통하라고 만들어 놓은 장에서 말을 적게 하는게, 그게 정말 우리에게 답인가?

너무 활발한 소통에서 불화가 오는 것이라고 소통을 그만할 게 아니다. 이럴 수록 우리는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기술좋고, 똑똑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정말 죽이자고 범죄, 테러, 전쟁하자고 하는데, 이렇게 말로 소통하고 말로 싸움하고, 얼마나 좋은가. 문제는 하나씩 고치면 되고.

지금 한국의 경우 많은 젊은 이들은 페북보다 인스타를 선호한다. 하지만 페북은 여전히 회사들의 웹페이지 역할, 커뮤니티의 블로그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스팀잇을 누가 뭐라고 하든 스팀잇에 회사 홈피도 만들고, 커뮤니티도 만들고, 블로그도 만들고, 자료저장소로도 만들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쌔고 쌨다. 그래서 나는 스팀잇에서 3년 동안 매일매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 모두 업체 계정도 만들고, 장사도 하고, 하기 귀찮으신 분 있으면 지인들 업체 계정 만들어서 홍보 포스팅도 해주고, 보상도 나눠갖고… 주변에 아는 연예인, 기자, 정치인, 공무원, 작가들 가입도 좀 시키고, 대통령도 페북만 하지 말고 스팀잇 좀 하시라고 하고, 얼마나 좋은가. 누구나 알고 있는 뻔히 보이는 문제들 자꾸 되뇌이면서 문제다, 문제다, 문제다… 이럴게 아니라 여기 열려있는 수많은 가능성 위에서 하고 싶은 걸 그냥 하자. 누가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뭐 물론 여기서 실망하고, 여기에 지친 사람을 우리가 붙들 수는 없겠지만.

"문제가 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문제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다"